수준 높은 희귀 유물 쏟아진 ‘삼척 흥전리 사지’, 사적됐다

도재기 기자 2022. 11. 28. 15:3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화재청, “역사적·학술적 가치 큰 유적”
통일신라시대 청동정병·명문 비석편·금동 유물 등 나와···신라 ‘승관제도’ 실증 유적이란 평가도
28일 사적으로 지정된 ‘삼척 흥전리 사지’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굴된 ‘청동정병’. 문화재청 제공

희귀한 각종 유물이 발굴된 통일신라시대의 절터 유적 ‘삼척 흥전리 사지’를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했다고 문화재청이 28일 밝혔다.

강원도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에 자리한 유적은 그동안 문화재청과 불교문화재연구소의 9차례에 걸친 발굴조사에서 온전한 형태의 청동정병 2점, 인주가 남아 있는 인주함, ‘國統(국통)’ ‘大藏經(대장경)’ 등의 글자가 새겨진 비석 조각과 ‘梵雄官衙(범웅관아)’란 글자가 새겨진 청동 도장(관인), 뚫음기법으로 제작된 금동 장식 깃대(번)와 금동사자상 등이 확인됐다.

흥전리 사지에서 출토된 ‘국통(國統)’ 글자가 새겨진 비석 조각. 문화재청 제공

기존 사찰 유적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양호한 상태의 유물들이자 통일신라~고려시대 불교미술의 뛰어난 예술성과 수준 높은 기술력을 보여주는 유물들이다.

또 다원식 공간 배치와 다양한 형태·시설을 갖춘 각종 건물터, 초석, 석탑터 등도 확인됐다. 이들 유물과 유구는 당시 흥전리에 있던 사찰의 규모와 높은 위세 등을 잘 보여주며, 불교사와 건축사·미술사 등 여러 학문 분야에서 학술적 가치가 높은 유적임을 보여준다.

흥전리 사지에서 출토된 ‘범웅관아(梵雄官衙)’가 새겨진 청동 도장. 문화재청 제공
흥전리 사지에서 나온 1000여년 전의 인주가 남아 있는 인주함. 문화재청 제공

‘국통’은 신라시대 국왕의 고문 역할을 한 승려를 말하며 ‘범웅관아’의 범웅은 부처를, 관아는 신라 승관(僧官)제도의 승관 도장을 뜻한다. 승관제도는 신라시대 불교의 사원 및 교단을 통괄·관리하기 위한 제도로 승관은 임명된 관리를 말한다. 학계에서는 통일신라시대에 승관이 있던 지방 사찰에서는 일부 행정 기능도 처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그동안 확인된 유물·유적은 ‘흥전리 사지’가 통일신라 후기~고려 전기 시대에 강원도 동부 지역의 유력한 선종사원임을 입증한다”며 “특히 흥전리 사지가 그동안 문헌으로만 확인되었던 신라 승관제도를 실증하는 유적으로 지방 세력을 견제해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통일신라의 통치 방식을 엿볼 수 있다”고 밝혔다.

흥전리 사지에서 출토된 금동사자상. 문화재청 제공

흥전리 사지에서는 아쉽게도 아직까지 사찰 이름의 단서가 될 수 있는 유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은 사적 지정 명칭을 사찰 이름이 아니라 지역 이름을 따 명명했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