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무대, 1분이라도 꿈꾸는 태극전사들
‘꿈의 무대’라 불리는 월드컵은 참가만 해도 영광이라 말한다.
그래도 선수들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선발 아니면 교체라도 한 번쯤은 그라운드를 밟아보는 것이 모두의 꿈이다.
지난 24일 우루과이와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1차전에서 교체 투입된 미드필더 손준호(30·산둥)가 “벤치에 앉아있을 땐 감흥이 크지 않았는데, 뛰어보니 월드컵이 실감나더라”고 고백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가족을 카타르 현지로 초대한 이번 대회에서 꿈을 이루니 너무 감동적이었다”고 활짝 웃었다. 또 다른 교체 선수 조규성(24·전북)은 짧은 출전 만으로 큰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런데 모두가 손준호나 조규성처럼 웃을 수는 없다. 월드컵 한 경기에서 뛸 수 있는 최대 선수는 16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교체 인원을 3명에서 5명으로 확대해 늘어난 것인데, 경기를 뛰다보면 이조차 모두 쓰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파울루 벤투 축구대표팀 감독(53)도 우루과이전에서 꺼낸 교체 카드는 3장(손준호·조규성·이강인)이었다. 대부분의 감독들이 쓰는 선수만 쓰는 경향을 감안한다면 적잖은 선수가 1분도 뛰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셈이다.
한국의 월드컵 도전사를 살펴보면 1954년 스위스 월드컵부터 이번 대회까지 한 번이라도 참가한 선수는 177명인데, 출전한 선수는 138명에 불과했을 정도다. 그렇다고 경기에 뛰지 못한 선수들이 겉으로 내색할 수도 없다.
한국 축구의 승리와 토너먼트 진출이라는 한 목표를 향해 내달리는 분위기에선 그저 기다리고, 기다릴 뿐이다. 그래서인지 기회를 못잡은 선수들은 아쉬움을 숨긴 채 응원에만 힘을 쏟고 있다. ‘막내’ 이강인(21·레알 마요르카)이 우루과이전에서 첫 교체 출전의 기쁨을 누린 것을 바라본 ‘작은’ 정우영(23·프라이부르크)과 송민규(23·전북)가 대표적이다.
정우영은 “(이)강인이와 전 평소에 (같이) 장난치면서 시간을 보낸다. 감독님이 기회를 줬을 때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고, 송민규는 “선수로 뛰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힘을 불어줘야 했기에 더 간절하게 응원했다”고 말했다.
4년 전 먼저 꿈의 무대에서 뛸 기회를 놓친 선수는 이번 대회가 더욱 간절할 수밖에 없다. 권창훈(28·김천)은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주전 멤버로 분류됐지만, 대회 직전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낙마한 아픔이 있다. 이번 대회에선 주전에서 한 발 밀려난 중원의 옵션이다. 권창훈은 “월드컵이라는 꿈을 놓지 않으면서 계속 몸을 만들고 축구를 했다”면서 “이곳(카타르)에서 책임감을 더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벤투 감독은 선수들을 위로하면서도 앞만 바라보겠다는 각오다. 그는 “난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팀인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우리는 모두 공동의 목표가 있다. 최선의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 모두가 자랑스러운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하 |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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