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지원 확대에 늘어나는 은행 부담···채권 부실화 우려도
정부가 은행의 예대율 규제를 추가 완화하면서 시장에 충분한 유동성을 공급할 것을 은행에 더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자금시장안정을 위해서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은행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부는 28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개최한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은행이 정부자금을 재원으로 하는 대출 11종을 예대율 산정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달 은행 예대율 규제 비율을 100%에서 105%로 완화한 데 이어, 한 달 만에 완화 조치를 또 발표했다.
예대율은 은행의 예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로, 이 비율이 100%를 넘으면 은행이 보유한 예금 잔액보다 더 많은 돈을 대출로 내줬다는 뜻이다.
이번 조치는 규제 완화로 인해 은행에 여력이 생기면 그 돈을 시장에 투입하거나 기업 대출에 쓰라는 메시지다. 은행이 적극적인 자금 조달을 멈춘 상황에서 대출 등으로 나가는 돈만 늘고 있기 때문에, 예대율 규제를 느슨하게 해 은행의 숨통을 터준 것이다.
최근 한 달간 주요 시중은행은 채권 시장 안정을 위해 은행채 차환 발행을 중단했다. 2금융권이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예금 금리 인상도 자제하고 있다.
자금 조달 수단은 묶였지만 은행이 시장에 풀어야 하는 유동성은 수십조원 규모다. 지난 1일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대 금융지주는 기업대출, 회사채 매입, 채권안정·증시안정펀드 자금 투입 등에 95조원을 쓰겠다고 밝혔다.
정부와 시장에선 이익 체력이 탄탄한 주요 은행들이 유동성을 공급하면 시장의 단기적 불안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가 중장기적으로 은행의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 기조는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고, 경기 둔화는 가시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계기업(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하는 기업)이 증가하면 은행의 대출 채권이 부실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은행에 대해선 2020년 4월부터 시행 중인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소상공인 금융지원이 부실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은행권은 지난해 7월 기준으로 만기연장·상환유예에 총 222조원을 지원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팀장은 최근 보고서에서 “은행 기업대출에 대한 우려가 큰 이유는 기업의 부채 수준이 근래에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라며 “기업대출 증가율은 지난 3년간 연평균 10.7%의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해 증권가에선 은행주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하지 않는 내용의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이사는 “정부의 정책적 대응이 빨라지면서 금융안정을 위한 은행의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라며 “순이자마진과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접적인 지원도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은행 업종에 대해 중립 의견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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