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Law] 콘텐츠란 무엇이며 이에 대해서는 어떤 규제가 있을까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2022. 11. 28. 14:4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디지털 대전환의 생태계를 구성하는 4가지 요소를 흔히 C(Contents), P(Platform), N(Network), D(Device)라고 한다. 그동안 한국의 경쟁력이 네트워크와 디바이스에 있었다면 이제 콘텐츠와 플랫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BTS, 오징어 게임,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 콘텐츠가 퍼스트 무버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우선 콘텐츠란 무엇일까. 콘텐츠란 어원으로는 내용물을 의미하지만 보통 게임물, 영상물, 음원 등 표현물 또는 매체물을 의미한다. 다만 법률상으로는 보다 넓게 정의된다. 콘텐츠산업법 제2조 제1호는 ‘콘텐츠’를 “부호·문자·도형·색채·음성·음향·이미지 및 영상 등(이들의 복합체를 포함한다)의 자료 또는 정보”로 정의하고 있다. 결국 콘텐츠는 광의로는 자료 또는 정보를 뜻하지만 보통은 게임물, 영상물, 음원 등 문화상품으로서 매체물을 특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의미와 유사한 것이 청소년보호법 제2조 제2호의 매체물 개념이다. 여기에는 영화비디오법상 영화 및 비디오물(가목), 게임산업법상 게임물(나목), 음악산업법상 음반, 음악파일, 음악영상물 및 음악영상파일(다목), 공연법에 따른 공연(라목), 방송법에 따른 방송프로그램(바목), 신문법에 따른 신문(사목), 정기간행물법에 따른 간행물(아목), 출판법에 따른 간행물(자목), 옥외광고물법에 따른 옥외광고물(차목) 등이 모두 포함된다. 그런데 콘텐츠는 사회문화적인 파급효과가 상당하다는 이유로 그 내용의 적절성에 대한 심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소위 내용규제라고 하는데 현행 내용규제는 크게 등급분류제도, 청소년유해매체물 규제, 사후심의 제도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초기의 내용규제는 정부가 주도하는 사전 검열을 위주로 진행됐지만 이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단을 받아 대부분 폐지됐다. 이에 따라 등급분류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등급분류는 콘텐츠를 일정한 기준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것인데,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유용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등급분류는 콘텐츠에 대해 청소년이용불가, 15세이용가, 12세이용가, 전체이용가 등 연령별 등급을 표시하도록 하는 제도다. 게임산업법에 따른 게임물, 영화비디오법에 따른 영상물(영화, 비디오물), 음악산업법에 따른 음악영상물(뮤직비디오)의 경우에는 그 배급·유통 전에 게임물관리위원회,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 다만 이런 사전 등급분류는 실시간 콘텐츠에는 적합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프로그램의 경우에는 방송사가 자체심의를 하여 연령표시를 한다.

이처럼 등급분류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앱 마켓을 통한 모바일 게임물 유통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게임물관리위원회를 통한 등급분류가 신속성이나 실효성에 있어 의문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게임물에 대한 자체등급분류제도가 도입됐다. 이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자체등급분류사업자로 지정받은 사업자가 자신이 제작하거나 유통하는 게임물에 대해 스스로 등급분류를 하는 것이다. 다만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에 해당하는 게임물과 아케이드 게임물은 자체등급분류 대상에서 제외됐다.

등급분류 외에도 대부분의 매체물에 대해서는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유해매체물에 관한 규제가 적용된다. 청소년유해매체물은 영화, 비디오, 게임, 음악, 공연, 인터넷, 간행물, 광고물 등의 매체물 중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유통이 부적절한 매체물이다. 청소년보호위원회 등은 매체물을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하였을 때에는 지체 없이 그 이유를 명시해 청소년유해표시의무자인 음반, 음악파일, 음악영상물 및 음악영상파일을 제작·수입·복제한 자 또는 제공하는 자에게 그 사실을 통보해야 한다. 이를 통보받은 의무자는 표시의무, 포장의무, 판매금지, 방송시간 제한 등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끝으로 인터넷 표현물에 대해서는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사후심의를 받는다. 즉 방송통신위원회는 음란 정보 등 불법정보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또는 게시판 관리·운영자로 하여금 그 처리를 거부·정지 또는 제한하도록 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콘텐츠에 대한 내용규제도 콘텐츠 간 융합현상이 일상화되면서 새로운 도전을 맞고 있다. 먼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등장하면서 영상물의 유통이 급격히 증가하였고, OTT 프로그램의 경우 전 세계 동시개봉이 일상화되는 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OTT 프로그램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적시에 등급분류를 하지 못해 콘텐츠 공개가 늦어지고, 등급심사를 받지 않는 해외 OTT들과의 역차별이 생기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지난 9월 정부는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문화체육부 장관으로부터 자체 등급분류 사업자로 지정받은 OTT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온라인 비디오물의 등급을 분류해 유통할 수 있도록 했다.

다음 VR(가상현실)·AR(증강현실) 기술을 활용한 실감형 콘텐츠의 발달로 인해 게임물과 영상물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 가상공간인 메타버스 생태계에서 이용자들의 광범위한 콘텐츠 창작활동은 콘텐츠별 별도의 칸막이식 내용규제 체계를 적용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메타버스 이용자가 생성하는 콘텐츠는 게임물, 영상물, 인터넷 표현물 등으로 다양한데 이를 기존의 어느 규제 체계로 포섭할 것인지가 문제가 되고 있다. 또 메타버스를 비롯한 디지털 기술의 특징은 국경을 초월한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콘텐츠에 대해 각국 고유의 내용규제만을 강조하는 것은 차별적인 것은 물론 실효성을 가지기도 어렵게 되고 있다. 결국 글로벌 기준에 맞는 규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최근 K-한류 등 콘텐츠가 가지는 엄청난 부가가치를 고려하고, 인격 발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도 유해한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효율적인 콘텐츠 내용규제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특히 융합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칸막이식 포지티브 규제방식을 개선하고 또한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규제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기술법정책센터 센터장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