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명 사망’ 양양 헬기 사고 본격 조사 착수···블랙박스 없어 원인 규명 어려움 예상

최승현 기자 2022. 11. 28.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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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에서 헬기 추락 사고가 발생한지 이틀째인 28일 오전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사고 현장에 차단선을 설치하고,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강원 양양에서 헬기가 추락해 5명이 숨진 사고와 관련,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조사위)와 경찰 등이 28일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했지만 사고 헬기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아 사고 원인 규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번 추락사고로 사망한 5명 중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던 2명은 지문 감식을 통해 신원이 파악됐다.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8시 30분부터 경찰, 소방, 자치단체 등과 합동으로 현장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위는 추락하면서 심하게 파손된 헬기의 기체 주변에 차단선을 설치하고, 향후 3~5일가량 현장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우선 사고 헬기의 기체에 대한 정밀 분석을 통해 부품 교체 여부와 기기의 이상 유무를 확인하기로 했다.

또 헬기 잔해의 분포도를 분석해 추락에 의한 파손된 것인지 아니면 공중 폭발이 먼저 이뤄졌는지 가려낼 계획이다. 조사위 관계자는 “헬기 결함이나 조종 미숙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고 원인 규명 작업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추락한 헬기에 비행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은 데다 탑승자가 모두 숨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추락한 헬기는 S-58T 기종이다. 이 기종은 1975년 미국 시코르스키사(社)에서 제작한 중형 헬기로 탑승 정원은 18명, 최대 이륙 중량은 5.68t이다. 1989년 이후 생산된 헬기 가운데 최대이륙 중량이 3.18t 이상 되는 기체에만 블랙박스 설치가 의무화됐다. 그 전에 생산된 대부분의 헬기에는 사고 원인 규명의 핵심 단서를 제공하는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지 않다.

사고 원인 규명과 함께 탑승자의 신원을 밝히기 위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8시 40분부터 사망자 5명에 대한 부검을 시행했다. 경찰은 지문감식을 통해 헬기에 탑승했던 여성 2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헬기에 탑승하기 전 이용했던 승용차 안에 남아있던 지문을 감식해 여성 2명이 50대이고 경기도에 거주하는 것으로 신원을 특정했으나 정확한 확인 절차를 거치기 위해 DNA 긴급 감정을 의뢰했다”며 “2∼3일이면 DNA 분석이 가능해 이른 시일 내에 정확한 신원이 확인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차 헬기를 소유하고 있는 민간 항공업체 트랜스헬리 이종섭 대표는 이날 양양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원을 알 수 없었던) 2명은 승무원 중 1명의 지인”이라며 “비공식적으로 태우려다 보니 (신고를 누락하는) 오류를 범한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비행 계획서에 신고한 인원과 실제 탑승 인원의 일치 여부를 확인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기장의 책임”이라며 “모든 판단과 권한을 가진 기장이 통제를 해야 하는데 결국 묵인했던 것이 이런 결과가 돼버렸다”고도 했다.

경찰은 서울지방항공청 양양공항출장소에 탑승 인원이 2명이라고 보고한 비행계획과 달리 3명이 더 탑승하게 된 경위와 규정 위반 여부 등에 대해서도 수사하기로 했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헬기 추락 사고를 계기로 도내에서 운영 중인 임차 헬기의 안전성을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김 지사는 이날 “도내 지자체가 운영 중인 임차 헬기의 안전성을 점검하도록 지시했다”며 “임차 헬기 외에도 도 소방본부가 운영 중인 헬기의 안전 점검도 계속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27일 오전 10시 50분쯤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명주사 인근 야산에서 S-58T 기종 중형 임차 헬기가 추락해 탑승자 5명이 모두 숨졌다. 헬기에는 기장 A씨(71)와 정비사 B씨(54), 주유 담당 부정비사 C씨(25), 50대 여성 2명 등 모두 5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최승현 기자 cshdmz@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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