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임윤찬 “음악가로서 콩쿠르 나가 운 좋게 1등 하는 게 업적 아냐”
“음악가로서 해야 할 대단한 업적이란 어디 콩쿠르 나가서 운 좋게 1등하는 게 아니라 음악회를 보러 오기 힘든 분들에게 찾아가서 연주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곧 그런 것(연주)을 해서 대단한 업적을 쌓으려고 노력할 것입니다.”
임윤찬은 “음악가로서 근본이 되는 일을 하는 게 뭔지 오래 고민한 결과 돈보다 음악을 나누고 기부하는 게(삶이) 굉장한 의미가 될 것 같았다. (형편상 음악을 접하기 힘든) 그분들이 몰랐던 또 다른 우주를 열어드리는 과정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저처럼 부족하고 미숙한 사람이 그런 분들에게 찾아가 연주하면서 뭔가를 줄 수 있다는 건 돈 그 이상의 가치를 매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육원과 호스피스 병동, 장애인 학교 등 음악회에 오기 힘든 분들에게 아무 조건 없이 찾아가 좋은 음악을 들려주는 음악가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참석한 홍석원 광주시향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는 “윤이상 선생의 ‘광주여 영원히’ 음반 작업을 준비하던 중 지난해 송년음악회 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3번)을 함께 한 임윤찬에게 협연을 제안했다”며 “지난해 라흐마니노프 협주곡처럼 이번 베토벤 협주곡 5번 역시 10대 청년(임윤찬)의 에너제틱한(힘 있는) 연주를 기대했는데 너무 슬펐고, 특히 2악장은 눈물날 정도로 애절했다”고 전했다. 이어 “윤찬군이 (음악적) 색채를 완전히 바꿔 와서 되게 놀랐다. 다양한 색깔을 가진 피아니스트인데 모두 설득력이 있어 천재란 말 밖에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임윤찬은 첫 실황 앨범에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5번 ‘황제’를 담게 된 배경도 설명했다. “사실은 베토벤 협주곡 중 이상하게도 ‘황제’는 애정이 생기질 않았어요. 어렸을 때부터 녹음된 ‘황제’를 듣다보니 너무 화려하게만 들렸고 4번 협주곡 같은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작년까지 항상 베토벤 협주곡은 1번이나 4번을 연주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인류에게 큰 시련(팬데믹)이 닥치고 저 역시 나가지도 못하고 매일 방안에서만 연습하다 ‘황제’를 다시 들으면서 올해 이 곡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저 자유롭고 화려한 곡이 아니라 베토벤이 자기가 꿈꾸는 유토피아, 혹은 자신이 바라본 우주 같은 느낌이 들어서 ‘황제’ 협주곡을 광주시향과 꼭 연주하고 싶었습니다.”
홍석원은 ‘광주여 영원히’를 녹음한 것과 관련, “지난해 광주시향 상임지휘자로 취임해 1년 동안 무대에 올릴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광주의 역사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이 곡을 광주시향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니 광주시향이 연주는 해왔지만 정식으로 녹음한 게 없었다”고 했다. 이어 “일본도 녹음한 게 있는데 이건(5·18을 겪은 단원들도 있는 광주시향이 녹음 안 한 건) 문제다 싶어 당연히 녹음하기로 했다”며 “감히 말하건데 광주시향보다 ‘광주여 영원히’를 잘 할 수 있는 악단은 전 세계에 없을 것이다. 윤이상 선생님의 고향(통영)에서 광주시향이 녹음했다는 게 영광스럽고 뜻깊었다”고 말했다.
임윤찬은 다음달 1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갖는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기념 단독 리사이틀에서 올랜도 기번스 ‘파반 & 가야르드’, 바흐 ‘인벤션과 신포니아 중 15개의 3성 신포니아’, 리스트 ‘두 개의 전설’, ‘순례의 해’ 중 두 번째 해 ‘이탈리아’, 제7곡 ‘단테를 읽고: 소나타 풍의 환상곡’을 들려준다.
글·사진=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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