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를 사랑한 女…‘썸바디’로 인간 민낯 들여다본 정지우 감독 [인터뷰]
집착·욕망 다룬 ‘해피엔드’ ‘은교’ 이어
사이코패스 둘러싼 멜로 ‘썸바디’ 그려
“어떤 사람인지 모르고 연애 빠져들다
마음 데인 경험, 한번쯤 있지 않나요”
이야기의 중심엔 사이코패스 성윤오(김영광)가 있다. 잔인한 폭력성을 숨기고 즉석만남 앱 썸바디에서 사람들에게 접근한다. 그를 대하는 세 여성의 이야기가 극을 이끌어간다. 자폐 스펙트럼의 일종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천재 앱 개발자 섬(강해림),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경찰 기은(김수연), 신내림을 받은 젊은 무당이자 레즈비언인 목원(김용지) 등이다.
강한 캐릭터와 살인 등 자극적인 소재를 썼지만 결국 다루고자 한 건 인간 본성의 한켠이다. 독특한 캐릭터성 역시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여러 사람을 좀더 극화했을 뿐이라고 정 감독은 본다. 지난 22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모두가 마음속에 원만하지 못한 영역을 갖고 있고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데, 그것을 전면에 내세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을 그냥 보통 사람처럼 대해보려고 했어요. 이 사람에게 어떤 불편함이 있는지 생각하지 않고 그저 묘사하려고 애썼으니까요.”
특히 이해하기 힘든 인간에 대한 호기심은 감독에겐 창작의 근원이 됐다. “일상에서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는 선택을 하는 사람을 수도 없이 만나거든요. 자기가 손해를 보는데도 왜 저러는 걸까. 극에서 그러면 흔히 ‘개연성이 없다’고 하지만 현실엔 실제 그런 사례가 많습니다. 그러면 저도 계속해서 들여다 보고 흥미를 느끼게 됩니다. 이 작품을 하면서도 많이 생각한 부분이에요.”
수위 높은 19금 신 역시 자극적 묘사보다는 인간의 민낯을 드러내 보이고자 했다는 게 감독의 항변이다. “화면에는 노출뿐 아니라 혼자 있을 때 하는 수없이 많은 것들이 나와요. 우리가 보기 좋게 차림을 갖추고 집 밖으로 나섰을 때가 아니라 나 혼자만 있을 때 하는 행동, 상상, 욕망 등이죠. 노출 수위로 따지자면 오히려 편집 과정에서 빼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일종의 화보(이미지)로 보이면 이야기가 다 무너지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 서술되느냐가 문제죠.”
정 감독에게 영화 스크린이 아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위한 작품 연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순수 촬영만 6개월 반이 걸리는 등 영화에 비해 긴 제작 기간엔 적응해야 했다. 그래도 정 감독은 “하고 싶은 얘기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가리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 산업과 예술의 경계에 선 고민에 대한 그의 답이기도 하다.
“영화 관객 수도, 제작되는 작품 수도 줄면서 저처럼 개인의 욕망을 다루는, 혹은 여러 다양한 성격으로 규정할 수 있는 영화는 더 만들어지기 어려워지고 있어요. 지금 같은 환경에서 ‘해피엔드’나 ‘은교’를 다시 만든다면 마케팅을 위해 그저 야한 영화로만 팔리지 않을까요. 앞으로도 찬찬히 생각해 볼 만한 작품을 극장에서 만나는 건 어려워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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