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소년’ 애런 스워츠의 꿈

한겨레 2022. 11. 28. 14:1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매년 11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애런 스워츠 데이' 행사가 열린다.

2013년 26살의 천재 프로그래머인 애런 스워츠가 자살한 이후 11월 그의 생일에 맞춘 추모행사다.

애런도, 그가 꿈꾸던 인터넷 세상도 사라졌다.

더 많은 애런 스워츠가 되어 '열린 인터넷'을 지켜야 한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12년 온라인 해적행위 방지법(SOPA)과 지적재산권법(PIPA) 반대 발언하는 애런 스워츠. 대니얼 시라드스키 제공

매년 11월이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애런 스워츠 데이’ 행사가 열린다. 2013년 26살의 천재 프로그래머인 애런 스워츠가 자살한 이후 11월 그의 생일에 맞춘 추모행사다. 14살에 RSS(Rich Site Summary)라는 인터넷 전송 규약을 개발했다. RSS는 특정 사이트 링크를 입력해 놓으면 새롭게 업데이트된 내용을 자동으로 보여주는 데이터 형식이다. 15살 때는 시시엘(CCL)이라는 콘텐츠 공유 라이선스의 시스템 설계와 개발에 참여했다. 17살 스탠퍼드대학교에 입학한 애런은 ‘레딧’이란 뉴스 사이트를 만들어 큰 돈을 벌었지만 돈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의 관심은 인터넷이었다.

그는 인터넷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함께 배우고 성장했다. 애런을 사람들은 ‘인터넷 소년’이라고 불렀다. 인터넷 소년 애런은 인터넷 때문에 스스로 세상과 결별했다. 애런은 인터넷에서는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되고 개방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한 활동도 꾸준히 해왔다. 미국에서 저작권을 침해하는 웹사이트를 법무부가 임의로 폐쇄할 수 있는 ‘온라인 해적행위 방지법’ ‘지적재산권법’이 발의됐을 때도 앞장서서 반대 운동을 펼쳤다.

2010년 애런은 학술 논문 사이트를 문제삼았다. 누구나 지식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학술논문 사이트 ‘제이스토어’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두고볼 수 없었다. 그는 엠아이티(MIT) 도서관에서 제이스토어를 해킹했고, 논문 400만건을 내려받았다. 내려받았을 뿐 논문 공개 등 추가 행동을 하지 않았지만 미 연방수사국(FBI)은 컴퓨터 사기법으로 그를 기소했다. 그는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 그는 요하이 벤클러가 <네트워크의 부>에서 제시한 세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시장 메커니즘이나 국가 통제 없이 느슨하게 연결된 개인들이 모여 공통의 목적을 위해 자발적으로 협업하는 세상, 수평적으로 서로 협동하는 동료로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 인터넷이 가져다 준 가능성이라고 믿었을 것이다. 초창기 인터넷에서 그가 경험하고 배웠던 것처럼 말이다.

애런도, 그가 꿈꾸던 인터넷 세상도 사라졌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모두 공유하고 교감하고 소통한다고 느껴지지만,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되고 내 성향에 맞는 정보들만 주고받는다. 어느새 우리는 갇힌 공원 안에서 공원을 만든 플랫폼 사업자가 정한 규칙에 따라서 움직인다. 만들어진 규칙에 분노하지 않고 그냥 익숙해져가고 있다. 애런이 쓴 <열린 정부 만들기>에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싸우는 것이야말로 우리 자신에게 맡겨진 일이라고 여겨야 한다. 나는 이 모든 경이로운 자원이 투명성을 위해 쓰이는 것을 보고 싶다.”

인터넷이라는 공공재를 지키기 위해서는 초독점적인 플랫폼 기업의 규칙을 끊임없이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 자유보다는 통제를, 평등한 기회의 확산보다는 불평등한 구조를 이어나가려는 움직임에 맞서야 한다. 더 많은 애런 스워츠가 되어 ‘열린 인터넷’을 지켜야 한다.

강현숙 사단법인 코드 이사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