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포토그래퍼의 불광불급

내가 몹시 이기적인 사람이구나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때가 있는데 SNS 하는 스타일에서 드러난다. 예술이라는 날마다 새로운 세계를 맞닥뜨리다 보니 쓰고 싶은 이야기가 늘 이따만큼이라 신나게 글을 쓰는데, 또 눈 앞의 생에 집중하는 편이라 계정 관리를 정성껏 하지 못한다. 이를테면 글튀다. 글만 써놓고 튀는 사람. 누군가 재미없는 글들을 좋아해주고 최고다해주고 또 댓글까지 달아줄때면 너무 신기하고 감사하고 송구하다. 일일이 찾아가 마음을 전하는 게 마땅한데 게으르고 무심한 나는 마음만 다정할 뿐 여전히 모르쇠. 그런 내가 눈이 반짝하는 때는 SNS 속의 작품들을 마주칠 때다. 특히 단번에 눈과 맘을 사로잡는 작품을 만날 땐 더더욱.
ㅡ제 이름 여자 이름같아요, 정윤순 입니다.
처음부터 눈빛이 남다르다 느꼈다. 강력하게 전해지는 에너지, 분명 중년 남성인데 흔히 느낄 수 있는 그것이 아니다. 한국미술재단에서 한 달 한 번 진행하는 그림과 글이 만나는 예술수업에는 퍽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신다. 이제 단골도 계시고 도대체 무슨 수업이지 낯설어하며 오는 분도 많다. 보통 여성분들이 많고 더러 남성분도 있는데, 이미 준비된 분이 오신다. 한국 사회에서 예술에, 감성에 다가오려는 남자, 귀하고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다. 강한 남자 지상주의 사회에 살면서 쉽지 않았을거다. 그래서 더 귀하게 대접해드린다. 잘 오셨다고, 넘 멋지시다고 뜨겁게 환대해드린다. 글도 얼마나들 잘 쓰시는지, 한문장 한문장마다 투박투박 써내려간 글이 마음에 깊이 와닿는다.
정윤순. 그 분의 글은 특히 독특한데다 통찰력이 넘쳐서 대단했다. 푼크툼을 이야기했는데, 사진 하시는 분인가 잠시 생각했다. 나중에 알게 됐다. 내가 SNS에서 보고 미쳤다! 라고 외쳤던 그 사진을 찍은 분이라는 걸. 우리나라에서 시퀀스 포토 장르를 하는 분이 많지 않다. 조금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탓에 작가들의 예술하는 방식도 선을 넘지 않는다. 그런데 예술이 뭔가. 우리의 무뎌진 머리에 아이스버킷 촤르륵, 심드렁한 가슴에 화이어 화르륵, 삶의 미친 생동을 끌어내는 계기이고 자극이어야 하잖아. 정윤순 작가의 사진 작품을 보고 바로 그 자극이 엄청났었다. SNS 상으로 정신없이 사진을 보며 와! 하! 허! 이런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던 기억이 있다.
웃기고 슬펐다. 이상한데 이해됐고. 고독하며 뜨거웠다. 작은 배 한척을 오브제로 찍었는데 사우나에서, 공연장에서, 골프연습장에서 그는 세상 가장 진지한 얼굴로 배를 타고 나아가고 있다. 우스꽝스런 첫 느낌도 잠시, 우리 삶 자체가 알 수 없는 바닷길이니 배가 어디에 있건 이상하지 않게 느껴졌다. 그의 애쓰고 있는 얼굴도 어느새 내 얼굴로 바뀌었고. 자화상이라고 이름 붙인 그의 사진들은 분명 나이고 당신이고 우리같았다.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작품들이었다. 큰 소리로 팬입니다!를 외쳤다. 나의 장점은 감동의 즉각적 반응에 있다. 놀랍게도 그분 또한 꼭 보고 싶고 듣고 싶어서 먼 길을 왔다고 웃으셨는데, 기념 사진 한 장도 못남겼네. 꼭 다시 뵐 이유가 되겠다.
정윤순 작가님, 앞으로도 계속 미쳐주세요. 예술가가 미쳐야 우리가 제대로 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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