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 넘도록 野 안 만난 尹대통령…‘협치’ 거리두기 하는 속내는
국민의힘 “이재명 안 만나는 이유? 범죄 피의자라서”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5번 대 0번.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지금까지 여야 지도부를 만난 횟수다. 윤 대통령은 200일 넘도록 여당 지도부를 5번 만난 반면, 야당 지도부는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대통령이 취임 후 6개월 넘게 야당 지도부를 만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다. "윤 대통령이 야당과의 협치에 거리두기를 한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통과가 야당의 비협조로 난항을 겪고 있는 터라, 윤 대통령의 태도엔 물음표가 붙는다. 통상 여야 간 강대강 대치 국면에선 대통령의 '통 큰 결단'이 막힌 혈을 뚫는 계기로 통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왜 이재명 대표를 포함한 민주당 지도부와 만남을 추진하지 않는 것일까.
野에 거리두기 하는 尹대통령…野 "이런 불통은 처음"
28일 야권에선 윤 대통령과 야당 지도부 간 만남이 성사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발단은 지난 25일 윤 대통령이 관저에 국민의힘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을 가진 것이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공식 만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여당은 다섯 번이나 만나면서, 야당은 왜 안 만나주느냐"는 비판이 나온 배경이다.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 간 만찬을 거론하며 "일종의 기강잡기이자 야당과 치열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불통선언이다"라며 "대통령실이 협치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야당들은 취임 반년이 지나도록 대통령 얼굴 한 번을 못 봤다. 불통도 이런 불통은 처음"이라며 "대통령은 협치를 해야지 일방통행식 협력만을 요구해선 안 된다"라고 꼬집었다.
사정이 이 같은 터라,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통과도 어려운 상황이다. 당장 내년도 예산안 통과의 법정시한은 내달 2일까지인데 국회 예결위 차원의 감액 심사조차 마무리되지 않았다.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예결위 회의가 줄줄이 파행됐기 때문이다. 당초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킨 뒤 이태원 국정조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나, 예산안 통과 시점도 밀리고 국정조사도 난맥상을 겪게 될 여지가 커졌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의식…尹대통령과 만남 어려울 것"
야당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만남을 요구해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대표직 취임과 동시에 영수회담을 공식 제안한 바 있다. 당시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와의 단독 회담 형식보다는 여야 지도부와 다함께 만나는 방식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야권에선 민생을 고리로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의 물꼬를 트자고 다시 제안했으나, 현재까지 만남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협의체 구성에 적극적으로 임하지 않은 데다, 그 사이 이태원 참사로 여야의 정쟁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야권도 협치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게 돼서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의 야당과의 만남을 추진하지 않는 배경으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꼽는다. 지난 25일 윤 대통령과의 만찬 자리에 참석한 김종혁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은 전날 KBS라디오 《일요진단 라이브》에서 "당내에서도 야당 지도부를 만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만남이 없는 것은)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수사 받는 사람을 만나면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주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수 있기 때문에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라고 전했다. 여권 내에서 '범죄 피의자'인 이 대표와의 만남을 자제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이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 수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윤 대통령과의 만남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게 정치권의 대체적인 평가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야당 지도부와 만나 협치의 시그널을 보이는 게 최선의 시나리오이지만,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의식해야하는 것도 현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야권에선 만남 불발을 계기로 윤 대통령에 '불통' 꼬리표를 달 태세라, 여야 간 강대강 대치는 확전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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