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손흥민 월드컵’ 속 ‘김민재 월드컵’도 보고 있다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에서 가장 관심을 받는 선수는 누가 뭐래도 손흥민(30·토트넘)이다. 월드컵 개막 3주를 채 남겨두지 않고 당한 안와골절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던 그는 특수제작한 안면 보호 마스크를 쓰고 ‘캡틴 조로’로 변신해 대표팀을 변함없이 이끌고 있다. 손흥민이 보이는 부상 투혼은 감동을 넘어 숭고함까지 선사하고 있다.
손흥민의 투혼이 두고두고 회자될 이번 대회에서, 또 한 명의 선수가 그못지 않게 대표팀에서 비중있게 떠올랐다. 한국 수비의 기둥인 김민재(26·나폴리)다. 우루과이전을 통해 김민재는 절대 없어서는 안될 존재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가나와의 조별리그 2차전을 하루 앞둔 27일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김민재의 출전은 아직 알 수 없다. (부상에서) 회복 중인 상태로, 상황을 보고 김민재의 선발 출전 여부를 결정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통역과정에서 잘못 전달돼 “김민재가 못 뛸 것 같다”로 전해졌다가 벤투 감독이 직접 바로 잡는 해프닝이 있었는데, 상황이 어쨌든 벤투 감독의 고심이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 입성 후 철저하게 정보 공개를 차단하고 있다. 손흥민, 황희찬(울버햄프턴), 김진수(전북) 등 부상 선수들의 훈련 상황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철저하게 막았다. 그런 벤투 감독도 경기 전날에는 선수가 뛰고 못 뛰고 정도의 정보는 알려줬다. 가령 우루과이전을 앞두고는 손흥민은 뛰는 반면 황희찬은 못 뛴다는 식이었다. 가나전을 앞두고도 벤투 감독은 황희찬에 대해 못 뛴다고 확실하게 못 박았다. 반면 김민재에 대해서는 경기날 오전까지 지켜보겠다고 했다. 어떻게든 김민재가 출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묻어났다.
아시아 팀들과의 대결에서는 대다수 팀들이 한국보다 전력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공격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세계적인 강팀들만 나오는 월드컵에서는 공격에만 큰 비중을 두기가 어렵다. 수비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진다. ‘몇 골을 넣자’보다 ‘실점하지 말자’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페네르바체(튀르키예)를 떠나 이탈리아 세리에A의 나폴리로 이적했다. 이번 시즌 나폴리는 리그 무패를 질주하며 선두에 올라있다. 유럽 최고 팀들만 모이는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했다. 이 모든 것이 김민재 영입 후 불과 몇 개월 사이에 일어난 일이다.
190㎝·87㎏의 건장한 체구는 세계적인 공격수들이라도 압박감을 느끼기 하기에 충분하다. 우루과이의 세계적인 공격수들인 다르윈 누녜스(리버풀), 루이스 수아레스(나시오날)도 김민재에게 완벽하게 지워졌다. 단순히 체격만 좋은게 아니라 순간 최고 스피드가 35㎞/h까지 나올 정도로 발도 빠르고, 볼을 다루는 발재간도 좋다. 여기에 나폴리 이적 후 빠르게 전술에 녹아들 정도로 전술 이해도 또한 탁월하다. 이 모든걸 다 갖춘 중앙 수비수는 적어도 H조 경쟁국들 중에서는 없다.
한국은 포르투갈과 최종전 결과에 따라 16강 진출 여부가 결정난다.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서는 골과 함께 안정적인 수비가 반드시 필요하다. 손흥민이 시원하게 골을 터뜨려주는 것 못지 않게 김민재가 상대 주축 공격수들을 깨끗하게 지워주는 것 또한 팬들이 보고 싶어하는 장면이다. 벤투호에서 김민재의 비중은 손흥민 못지 않게 커져가고 있다.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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