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이 인간을 통제하는 시대 [소셜 코리아]

김종진 입력 2022. 11. 28.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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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코리아] 플랫폼은 노동착취의 새로운 단계… 기업 책임성 강화해야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학계, 시민사회, 노동계를 비롯해 각계각층의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김종진]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정교해질수록 노동자들은 시간 압박과 휴게 시간 부족을 호소한다. 배달 중인 우버이츠 플랫폼 노동자.
ⓒ 셔터스톡
 
경계가 허물어진 시대. 플랫폼 자본주의를 상징적으로 묘사한 적절한 표현인 듯하다. 기존의 경제 시스템이나 비즈니스 모델들이 점차 플랫폼 경제로 전환하거나 변화하고 있다. 아마존은 설립 20년 만에 굴지의 글로벌 기업으로, 쿠팡은 설립 10년 만에 직접 고용 인력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다음을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우버나 리프트 혹은 딜리버루와 같은 배달 플랫폼은 산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다.

아마존 메커니컬 터크(Mechanical Turk)의 기업 혁신 사례를 언론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된 것이 일상이 됐다. 아마존의 후손들이라고 할 수 있는 에펜, 클릭워커, 스케일 등 온라인 크라우드 소싱 중개 서비스들이 생겨났다. 우리나라에서는 크라우드웍스와 같은 기업이 대표적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기업들도 온라인 중개 기업을 활용하고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 민낯은 플랫폼 알고리즘이 보여주는 파괴적 통제 양태들에서 드러난다. 플랫폼 기업들은 알고리즘을 활용하고 관리해서 이윤을 창출하고자 한다. 기술 발전 과정에서 카메라, 센서, 오디오, 생체 인식 정보, 문자 등과 같은 입력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범위가 점차 확대되면서 알고리즘 활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특히 플랫폼 알고리즘 관리가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업들은 잘 알고 있다.

플랫폼은 복잡한 업무를 최대한 작은 단위로 쪼개고 모든 작업을 측정하여 성과와 보상을 연동하는 특성을 보인다.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 기술은 노동, 자원, 서비스 등 각종 데이터 흐름을 정밀하게 계측하고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자동화하면서 기업과 국가에 전산 통치 능력을 부여한다. <플랫폼 자본주의> 저자 닉 서르닉은 플랫폼 앱이 "노동 활동으로부터 데이터를 채굴하는 핵심 장치"라고도 했다.

기계가 된 것 같다는 노동자

플랫폼화는 인간 행동을 데이터로 기록하고, 그것을 가공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화를 수반한다. 데이터화를 통해 질적으로 다른 다양한 개인의 행위와 개인들 간의 상호작용은 사용자 활동성, 바이럴 지수, 플랫폼 체류시간 등의 지표로 계량화된다. 노동시장에서 개별 노동자의 특성이나 능력 등 일의 경험은 적합도와 평점과 같은 수치로 치환된다. 결국 플랫폼 노동자들의 일에 대한 보상과 통제 역시 표준화된 지표에 활용된다. 우리나라에서 독과점적인 시장 점유율을 가진 배달의민족이나 카카오T 또한 이런 알고리즘 관리를 하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를 위한 전국 네트워크가 지난 9월 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 김종민
   
그러나 플랫폼 기업의 기술혁신으로 알려진 알고리즘 관리를 통한 이윤 창출은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를 높이고 정신건강을 위협한다. 플랫폼 기업은 노동 안전 정보를 포함해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수집한 정보를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반면에 플랫폼은 노동자들의 일감 선택 과정이나 업무 수행 과정을 면밀히 관찰하고 평가한다. 고객 평점을 통한 관리는 물론 앱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불이익을 주기도 한다. 불이익을 경험한 노동자 비율이 92.5%나 된다. 일감을 덜 배정받아 물량이 감소하기도 하고, 단가가 낮은 일감을 배정받기도 한다. 심한 경우는 일정 기간 계정이 정지되기도 한다.

2022년 조사 결과 플랫폼의 알고리즘이 정교해질수록 노동자들은 시간 압박과 휴게시간 부족을 호소하고 있었다. 특히 플랫폼 노동이 장시간 지속되는 경우 무력감(61.8점), 고립감(58.0점), 기계가 된 것 같은 느낌(61.1점), 낮은 성취감(61.0점), 일의 의미를 찾기 어려움(60.4점)과 같은 부정적 현상들이 확인된다. 노동자들은 플랫폼 노동 이전에 갖고 있던 자율성이나 전문성을 상실하는 상황도 체감하고 있었다. 즉 "살아있는 노동이 죽은 노동으로" 대체되는 감각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알고리즘 관리는 기존에 사람이나 기계가 하던 지시, 평가, 규율을 자동화해서 조직적 통제를 수행하는 일련의 과정과 활동을 의미한다. 그런데 플랫폼 알고리즘이 일상의 삶 모든 곳에 적용되면서 인간과 노동자 활동 전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자본은 플랫폼의 노동과정 표준화를 통해 공장이나 사무실을 넘어 다양한 곳에서 알고리즘이 작동하도록 재구성하고 있다.

21세기 새로운 노동형태, 즉 디지털 테일러리즘으로 불리는 플랫폼 노동이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처럼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공식과 비공식의 경계가 불분명한 플랫폼 노동은 일자리 종말이 아니라 또 다른 '하등 취업'의 단면이다. '노동자'가 아닌 '이용자', '작업자', '플레이어' 등 화려한 수사의 이면에는 누가 착취자인지 모호하게 만드는 탈노동의 흐름이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서 개별 자본과 기업들이 만들어 낸 '앱 작업'은 플랫폼 알고리즘에 기초한 노동 착취의 새로운 단계로 볼 수 있다. 앞으로 전형적인 자본주의 생산과정 '갱신'의 한 형태인 플랫폼 알고리즘과 관련하여 기업의 책임성과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관리·통제권 남용, 사생활 침해, 데이터 권리, 기본권 및 건강의 위험성 등에 대한 기업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규정이 필요하다.

 
 김종진 /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소셜 코리아 운영위원)
ⓒ 김종진
 

필자 소개 : 이 글을 쓴 김종진 사단법인 유니온센터 이사장은 <소셜 코리아>의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관심 영역은 불안정 노동이나 노동시간, 감정노동, 정의로운 전환 등 다양한 노동과 청년 의제를 정책화하고 실천적으로 사회 의제화하는 것입니다. 현재 한국산업노동학회 운영위원과 우분투재단 운영위원을 맡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사회권 전문위원, 청년정책조정위원회 실무위 부위원장 및 서울시, 경기도 정책자문위원을 역임했습니다. 주요 저서로 <노동자의 시간은 저절로 흐르지 않는다>, <숨을 참다>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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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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