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땀 한땀 만들었다는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 올해는 얼마?

유선희 2022. 11. 2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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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호텔 10만~20만원대 케이크 예약 시작
“재룟값 폭등·수공 비싼 탓”…지난해엔 ‘실물 논란’
웨스틴조선 서울이 14만원에 선보인 크리스마스 케이크. 조선호텔앤리조트 제공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난 뒤 맞는 첫 크리스마스 때 지인들과 홈파티를 하기로 한 윤아무개(34)씨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예약하기 위해 알아보다 깜짝 놀랐다.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10만원을 훌쩍 넘었기 때문이다. 윤씨는 “아무리 호텔 맞춤 케이크라고는 하지만 장식이나 모양이 조금 예쁘다 싶으면 10만원은 기본이고 14만~18만원이나 하더라”며 “고가의 케이크일수록 한정판이라 크리스마스가 임박하면 예약조차 어렵다는데, 물가가 뛰었다고 해도 가격이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대형 호텔들이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맞아 각양각색의 케이크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가격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밀가루와 우유 등 재료 가격 상승을 이유로 지난해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을 책정한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가 내놓은 20만원짜리 크리스마스 케이크.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 제공

28일 호텔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 서울의 올해 크리스마스 케이크 가격은 8만5천~14만원이다. 지난해 가장 비싼 제품이 12만5천원이었던 것에 견줘 더 비싸진 셈이다.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도 7만~20만원대 케이크 11종을 내놨다. 이 가운데 20만원짜리 케이크 등 5종은 12월 한 달간 30개 한정으로 판매된다. 제이더블유(JW)메리어트 동대문도 7만5천~18만원짜리 케이크를 선보였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은 7만~12만5천원대 케이크를 판매한다.

업계 관심은 올해 ‘최고가 케이크’는 과연 어느 호텔 제품일지다. 지난해엔 조선팰리스의 ‘화이트 트리 스페셜 케이크’가 무려 25만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는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조기 매진된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JW메리어트 동대문이 18만원에 내놓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JW메리어트 제공

대형 호텔 관계자들은 밀가루, 우유, 설탕 등 오르지 않은 재료가 없는 데다 호텔 케이크는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역대급 우윳값 인상 등이 겹치면서 케이크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룟값이 폭등하는 가운데, 호텔 케이크는 언제나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 만들어낸다”며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하루가 꼬박 걸리기도 할 정도로 일반 케이크에 견줘 2배 이상 시간이 소요돼 하루 평균 50개 생산을 목표로 할 정도다. 케이크가 화려할수록 비용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일반 저가형 베이커리 제품과 달리 호텔 케이크는 전속 파티쉐가 밤을 꼬박 새워 만들 정도로 수공이 들어가기 때문에 단순 가격 비교는 무의미하다”며 “그만큼 각 호텔의 자존심을 걸고 만들기 때문에 예술작품처럼 예쁘고 가격도 높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랜드 하얏트 서울이 12만5천원에 선보인 크리스마스 케이크. 그랜드 하얏트 서울 제공
파크하얏트 부산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웨스틴조선 델리의 2022년 크리스마스 케이크
JW 메리어트 호텔 서울의 2022년 크리스마스 케이크. 초코 케이크를 화이트 초콜릿 곰돌이로 장식했다.
파크하얏트 서울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이렇게 ‘몸값 높은’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두고 소비자들 사이에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30대 직장인 이아무개씨는 “파리바게트·투썸플레이스 등 보통 제과업계 크리스마스 케이크도 가격이 올라 3만6천~5만4천원씩 하는데, 호텔 파티쉐가 만든 제품이 10만~15만원대라면 1년에 한 번 ‘나를 위한 사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30대 직장인 조아무개씨는 “호텔 케이크라는 명목으로 거품이 잔뜩 낀 케이크를 20만원이나 주고 사는 건 과소비다. 경제도 어려운 때에 양극화를 드러내는 것 같아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비싼 호텔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그만큼의 값어치를 하느냐다. 지난해엔 일부 대형 호텔의 5만~10만원대 크리스마스 케이크가 광고 속 모습과 달리 실물이 형편없다는 주장하는 글과 인증샷이 에스엔에스 등에 잇따라 올라와 비난 여론이 들끓은 바 있다.

지난해 한 대형 호텔에서 광고한 크리스마스 케이크(왼쪽)와 실제 소비자가 구매한 실물 비교 사진이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에스엔에스 갈무리

지난해 크리스마스에 호텔 케이크 실물을 보고 실망했다는 정아무개(40)씨는 <한겨레>에 “지인들과의 포트럭 파티에 한 친구가 7만원짜리 호텔 케이크를 들고 왔는데, 참석자 모두 ‘5성급 호텔의 사기행각’이라고 한마디씩 했다. 값이 비싼 것은 그렇다 쳐도 그만큼의 품질을 보여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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