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후 부종에는 호박즙? 아니죠, 아닙니다

칼럼니스트 김나희 2022. 11. 2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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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정보 거기 서!] 산후 부종에 효과 있는 약재는 보석 호박이며, 열매채소 호박이 아닙니다

산후 붓기 빠지라고 호박즙이나 호박 달인 물을 복용하는 산모들이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산후 부종에 효과가 있는 호박은 넝쿨에 달리는 열매채소 호박(南瓜)이 아니라 송진이 굳어진 화석 보석 호박(琥珀)이다. 동음이의어라 사람들이 착각하고 호박을 달여 먹게 된 것이다.

어디서 이 오용이 시작되었을까?

호박(琥珀, Succinum)은 홍송지(紅松脂)라고도 하는데 소나무과 식물의 수지가 땅속에서 오랜 세월을 경과하여 화석이 된 것이다. 위진시대의 의학서 명의별록에 어혈을 없애고 소변이 불편한 증상을 치료하는 효능이 최초 기재되었고, 이후 여러 의학서에서 걸쳐 복부의 종괴를 없애고 산후 어혈로 인한 복부 통증을 치료한다는 효능이 밝혀졌다. 작가 미상의 조선 본초 서적인 본초정화(本草精華)에서도 본초강목의 내용이 반영되어 조선에도 이 지식이 전해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산후의 복부 통증, 어지러움을 치료하며, 따뜻한 성질의 약들과 배합되었을 때 어혈을 없애는 효능이 잘 발휘된다고 하였다. 몸이 건조하고 속에 열이 있고 혈이 부족하여 소변이 안 나오는 사람은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의점도 언급되었다.

한편 호박(南瓜, 남과, Cucurbita)은 동양에는 대략 명대부터 재배된 것으로 추정된다. 명대 말의 본초강목에 호박이 처음 기록되어 있는 것이 확인되기 때문이다. 동의보감에 호박(南瓜)에 대한 기록이 없으며 1618년 허균의 한정록에 호박(南瓜)에 대한 표현이 나오는 것으로 미루어 한반도에는 17세기 초에 도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십 개의 의학서적에 등장하는 호박(南瓜)의 효능 주치는 '補中益氣, 分利小便, 驅蟲, 解毒'이며 산후 부종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는 바가 없다. 또한 기(氣)의 운행을 방해할 수 있으니, 건강인일 때만 복용하라고 주의점이 기재되어 있다.

대체로 산후부종은 한의학적으로 어혈로 인해 생긴 부종이며, 이를 치료하는 처방도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들로 되어 있다. 표면적으로는 붓기가 있더라도, 물기를 직접 빼는 약재 대신 원인인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산후부종 치료 처방은 모두 호박(琥珀)이 들어가 있는 처방이며, 어혈을 없애는 호박(琥珀)의 효능주치와 호응되며 산후부종의 병리와도 들어맞는다.

안타깝게도, 산후 부종에 효과가 있는 호박은 넝쿨에 달리는 열매채소 호박(南瓜)이 아니라 송진이 굳어진 화석 보석 호박(琥珀)이다. ⓒ베이비뉴스

그렇다면 대체 왜 열매채소 호박과 보석 호박을 혼동하게 되었을까.

17세기의 조선의 의학서 주촌신방은 흔히 구할 수 있는 약재로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처방, 처치법을 기재한 책이다. 이 책에 나오는 호박고(琥珀膏)의 내용 일부를 발췌하여 번역하면 다음과 같다.

'4~5되(=7.2~9리터) 크기의 호박에... 큰 호박의 뚜껑을 열고 껍질을 벗긴 뒤 약재 가루를 그 속에 넣고 뚜껑을 새끼줄로 단단히 묶어 황토를 바깥에 발라... 충분히 익혀..'

위 내용은 아무리 봐도 열매채소 호박에 해당한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은이나 금과 비슷한 경도 2.5의 단단하고 작은 보석 호박(琥珀)에 쓸 수 없는 조제법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또다른 전래본에는 같은 내용이 남과고(南瓜膏)의 항목에 나온다. 즉, 열매채소 호박 남과에 대한 내용임을 알 수 있다. 또다른 조선의 의학서 의방합부에는 또한 비슷한 경험방이 胡朴膏라는 이름으로 기재되어 있다. 호박(南瓜)을 '南瓜'라고도 썼다가 '琥珀'이라고 썼다가 '胡朴'이라고도 쓴 것에서, 열매채소 호박의 이름이 '琥珀'이라고 음차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혼란이 일어나 활용에서도 열매채소 호박과 보석 호박의 효능이 섞이게 된 것이다.

다만, 열매채소 호박이 독성이 있거나 심각한 부작용을 낳는 정도는 아니고, 비타민 A, B, C,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한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그리고 건강한 산모라면 호박즙 먹고 문제가 없거나 때로는 좋아졌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산후부종이 어혈로 인한 것이면 열매채소 호박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산후부종이 기체(氣滯: 우울, 답답함, 복통, 복부팽만, 소화불량, 비만 등과 관련되며 한의사의 진단이 필요함)를 겸하고 있다면 열매채소 호박의 장복은 오히려 회복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다. 민간요법에서의 호박 남용은 이롭지 못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덧붙임: 동의보감에는 열매채소 호박이 등장하지도 않기 때문에, '동의보감에 따르면 호박에는 이러저러한 효능이 있다'는 표현은 애시당초 잘못되었다.

*이 글은 논문 '산후부종(産後浮腫)의 호박(琥珀)과 남과(南瓜)의 오용에 대한 문헌고찰(안상영, 한창현, 권오민, 박상영, 안상우. 大韓韓醫學方劑學會誌. 2009. Vol.17 No.2)'의 내용 위주로 풀어썼습니다.

*칼럼니스트 김나희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한의사(한방내과 전문의)이며 국제모유수유상담가이다. 진료와 육아에 차가운 머리, 뜨거운 가슴이 둘 다 필요하다고 믿는다. 궁금한 건 절대 못 참고 직접 자료를 뒤지는 성격으로, 잘못된 육아정보를 조목조목 짚어보려고 한다. 자연출산을 통해 낳은 아기를 42개월까지 모유수유했으며,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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