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 中 "지역 평화 새롭게 공헌" 말하자…北은 국방사업 '결속' 분위기

김서연 기자 2022. 11. 2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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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지역과 세계 평화, 안정에 새롭고 적극적으로 공헌" 발언 배경 주목
中은 국제사회 요구 '화답'하고 北中 밀착 공고화 선전하는 효과 발생

[편집자주] 기자(記者)는 말 그대로 기록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기자란 업의 본질은 ‘대신 질문하는 사람’에 가깝습니다. ‘뉴스1뷰’는 이슈에 대한 독자들의 궁금증이 더 이상 남지 않도록 심층취재한 기사입니다. 기록을 넘어 진실을 볼 수 있는 시각(view)을 전해드리겠습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모습.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역과 세계의 평화에 새롭고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라고 밝혔다. 그러자 북한이 올해 국방사업을 사실상 마무리하는 듯한 행보를 보이며 한반도 정세에 묘한 변화 기류도 감지된다.

시 주석은 지난 22일 김 총비서에게 '답전'을 보내 이같은 메시지를 발신했다. 김 총비서가 시 주석에게 국가주석 3연임 성공을 축하하는 차원에서 보낸 축전에 대한 답신이었다.

얼핏 보면 시 주석의 메시지는 특별한 것이 없었다. 그는 김 총비서에게 서한을 보낼 일이 있을 때 '지역과 세계 평화'를 자주 언급하면서 "기여하겠다"라는 입장을 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존의 서한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롭고 적극적인'이라는 짧은 수식이 이번엔 다양한 해석을 낳게 했다. 공교롭게도 이는 국제사회가 최근 중국에 '대북 역할론'을 주문 뒤 나온 것이기도 했다.

◇ 시진핑 "새롭고 적극적 공헌"…북한의 태도 변화 노렸나

시 주석이 보낸 답전은 지난 26일 자 노동신문 1면에 보도됐다. 시 주석은 "나는 중조관계를 고도로 중시하고 있다"면서 북중 밀착과 중국에 대한 '암묵적 지원군'으로서의 입장이 공고함을 재확인했다.

이어 "지금 세계의 변화, 시대의 변화, 역사의 변화는 전례 없는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라고 현 정세를 평가했다.

그러면서 "나는 지역과 나아가서 세계의 평화와 안정, 발전과 번영을 촉진하기 위하여 새롭고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공헌'의 목적에 대해서 그는 "새로운 형세 하에서 총비서 동지(김정은)와 함께 중조(북중)관계를 설계하고 인도하는 사업을 강화하며 중조관계를 훌륭히 수호하고 훌륭히 공고히 하며 훌륭히 발전시켜 두 나라 인민에게 보다 훌륭한 복리를 마련해 주고 두 나라 사회주의 위업의 발전을 추동하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 개막과 폐막을 축하한 김 총비서에게 보낸 답전에서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발전, 번영을 위해 "적극 기여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지난 9월 북한 정권 수립일인 9·9절을 기념해 보낸 축전에서도 "기여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다 북한 발 군사적 위협의 강도가 크게 증가한 지난 10월 보낸 서한에서는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기 위하여 '보다 큰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엔 '새롭고 적극적인' 공헌을 할 용의가 있다며 표면적으로는 보다 적극적인 메시지가 발신됐다.

특히 이번 축전은 한미일 등 국제사회가 중국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한 뒤 나왔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다. 이달 중순에 캄보디아와 발리에서 열린 한미일중의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마주한 한미의 정상은 일제히 중국에 '대북 억제'와 관련한 역할론을 요청했다.

중국은 올해 내내 러시아와 함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추가 대북 제재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때문에 국제사회의 질서에 위협을 높이는 국가로 비판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이번 중국의 '메시지'는 일면 중국의 태도 변화처럼 느껴지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여전히 북한의 '최우방국'으로 편을 들면서도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책임론, 역할론에서도 일부 대응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2022. 11. 1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 北, 포상으로 국방부문 '결산'…공세적 대외 행보서 '내치' 전환 움직임

중국의 '진전된 듯한' 입장이 나온 뒤 곧바로 북한은 '국방부문'의 올해 사업을 사실상 결산하는 듯한 모습을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북한은 22일 자로 온 시 주석의 축전을 26일 관영매체를 통해 뒤늦게 공개했다. 이어 바로 다음 날인 27일에는 이달 18일 발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호(화성포-17형)에 성공에 대해 "최종 시험발사에 완전 대성공"했다면서 의미를 부여하고, 이에 기여한 이들에게 대대적인 '포상'을 실시했다.

김 총비서는 '화성-17형' 개발과 시험발사 성공에 기여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국방과학연구부문 지도간부와 과학자들을 대거 진급시켰으며, ICBM 이동식발사대(TEL) 제321호에는 '공화국 영웅' 칭호를 수여했다.

이같은 포상은 북한이 사실상 올해 국방사업을 결산했다는 해석을 내릴 수도 있는 대목이다. ICBM 발사를 '최종 시험발사'라고 언급한 것도 그렇지만, 만일 핵실험이 남아 있다면 북한이 군 관련 핵심 간부들에 대한 포상을 핵실험 이전에 할 가능성이 높진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북한의 모습은 남은 한 달여간 새해 계획을 짜고 내년도 계획을 수립하는 '총화'의 시기와 맞물리기도 했다. 지난 9월 말부터 시작한 핵무력 강화 및 과시 행보를 일단락 지으면서 다른 부문의 사업을 결산하고 총화하는 데 더 힘을 쓰는 '내치'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지난 26~27일 북중의 행보 이후 북한의 대남 비난도 잦아든 추세다. 북한이 한미의 외교적 메시지와 자체적인 군의 동계훈련 차원에서 '작은 도발'을 이어갈 수는 있지만, 김 총비서의 '결단'만 남았다는 제7차 핵실험과 같은 정세에 결정적 변화를 주는 '큰 도발'의 연내 감행 가능성은 점차 낮아지는 모습이다.

◇이틀간의 북중 행보, '치밀한 계산'인가 '절묘한 액션'인가

반면 시 주석의 메시지와 북한의 행보를 연관 지어 유의미한 전망을 내놓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시 주석의 메시지는 그저 의례적으로 주고받는 정상 간 서한에서 동어 반복을 피하기 위해 '약간의 수식'을 바꾸었을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여전히 중국이 북한을 억제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제스처'를 할 의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다.

중국은 여전히 미국과의 갈등과 대립을 마주해야 하고, 특히 한미일 3국의 밀착이 강화되는 행보에서 중국 역시 대북 밀착 행보의 고삐를 느슨하게 할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여기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북중러'의 밀착이 여유롭지 못한 상황도 영향이 있을 공산이 크다.

특히 이번 행보를 북중 양측이 '치밀한 협의' 끝에 선보인 것이라는 해석은 자칫 위험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어차피 북한이 곧 '연말 총화'에 들어가며 대외 행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협의를 통해 이런 상황을 연출한 것은 중국의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북한을 봐주는' 대국적이지 못한 모습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럭 맥락에서 이번 양측의 행보가 북한의 '연말 상황'을 고려해 중국도 '제스처'를 취하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중국의 입장에서는 국제사회에 마치 '역할'을 했다는 듯한 모습을 보일 수 있고, 북한 역시 한동안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면서 내치를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북중 밀착'이 한차례 더 강조된 것은 북한에게는 덤이다.

짧은 이틀의, 직접 연관성이 없는 두 사안으로 과도한 해석을 내리는 것은 물론 어려움이 있다. 그럼에도 지난 석 달여간 뜨거웠던 한반도 정세에 작게나마 변화가 감지되는 시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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