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머니는 감정의 그릇이다[카타르 스토리]
축구에서 골이 터진 뒤 선수들이 펼치는 다양한 세리머니는 팬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게 하는 또 다른 요소 중 하나다. 현재 SBS 해설위원 신분으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중계를 위해 카타르에 와 있는 이승우(수원FC)의 경우, 이번 시즌 골을 넣을 때마다 팬들 앞에서 다양한 춤을 선보여 많은 즐거움을 선사했다.
세리머니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담긴다. 이승우의 경우처럼 즐거움일 때도 있고 감동, 존경, 도발, 존중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이런 세리머니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했다.
지난 21일(이하 현지시간) 열린 잉글랜드와 이란의 조별리그 B조 1차전 경기에서 잉글랜드의 잭 그릴리시는 5-2로 앞선 후반 45분 추가골을 터뜨렸다.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이기도 했던 그릴리시는 이후 양팔을 벌려 어깨를 터는 이상한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이 세리머니의 사연은 경기 후 밝혀졌다. 그릴리시는 월드컵을 앞두고 뇌성마비를 앓고 있는 11살 소년 핀레이를 만났다. 핀레이는 그릴리시에게 이 세리머니를 해줄 것을 부탁했고, 그릴리시는 골을 넣은 뒤 그 약속을 지켰다.
그릴리시 못지 않은 감동을 준 선수가 또 있다. 호주의 공격수 미철 듀크는 26일 튀니지전에서 결승골로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다. 듀크는 골을 넣은 두 손으로 알파벳 ‘J’자를 만드는 세리머니를 했다. 자신의 아들 잭슨을 위한 세리머니로, 저니맨 신세라 평소에 잘 돌보지 못하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가족들을 위한 감동의 세리머니였다.
그런가 하면 존경의 의미인지, 도발의 의미인지 헷갈리는 세리머니도 있었다. 24일 포르투갈-가나전에서 가나의 오스만 부카리는 후반 막판 2-3으로 추격하는 만회골을 넣은 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호우 세리머니’를 시전해 눈길을 끌었다. 마침 호날두는 교체돼 벤치에서 이 장면을 지켜봐야 했다. 호날두는 이 경기에서 페널티킥으로 선제골을 넣은 뒤 호우 세리머니를 하려고 했는데, 스텝이 꼬여 실패했다. 이를 두고 부카리가 호날두 앞에서 도발을 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다만, 부카리는 경기 후 “호날두에 대한 존경의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이 밖에 연인을 향한 사랑의 의미를 담은 세리머니를 한 스페인의 페란 토레스, 자신이 태어난 카메룬을 위해 세리머니를 하지 않은 스위스의 브릴 엠볼로 등 많은 선수들이 각자의 감정을 담아 세리머니를 펼쳤다.
한국 선수들도 월드컵에서는 골을 넣을 때마다 개성 있는 세리머니를 펼치곤 했다. 이번 월드컵, 한국에 첫 골을 선사할 선수는 어떤 세리머니를 펼칠까. 그리고 어떤 감정이 담길까.
도하 |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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