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역 코로나 봉쇄 반대 시위...시진핑 집권 이래 최대위기

입력 2022. 11. 28.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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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래기냐 단속이냐 딜레마 봉착
상하이에선 “공산당 물러나라”
민주주의와 법치 요구 등 확산
일부 지방정부 유화책 발표 속
총기소유 방역요원 등장 등 혼란
경제 침체·투자자 신뢰 추락불러
“지도부 봉쇄정책 출구 앞당길 것”
24일 밤 중국 북서부 신장 우루무치에서 화재가 발생해 주민 10명이 사망한 가운데, 27일 베이징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모여 있다.베이징, 상하이 등 중국 주요도시에서 코로나19 고강도 봉쇄에 항의하는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로이터]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위에 참석한 한 여성이 정부의 검열에 항의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있다. 하단에는 신장 우루무치에서 화재가 발생해 10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날짜가 쓰여 있다. [로이터]

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난 주말 상하이 뿐 아니라 베이징, 청두, 우한 등 중국 주요 도시 곳곳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중국인들이 정부에 집단 반발한 것은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처음이다. 최근 열린 공산당 대회에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집권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A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27일(이하 현지시간) 상하이에선 “공산당 물러나라” “시진핑 물러나라” 등의 구호가 등장했고 시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 학생들은 “민주주의와 법치”를 요구했다. 남서부 청두에선 “우리는 자유를 원한다”고 외치는 등 공산당과 시 주석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했다. 지난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루무치의 아파트에서 화재로 10명이 숨진 사고가 발단이 됐지만, 3년에 걸친 고강도 방역에 중국인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보이면서 정부에 직접적으로 불만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물리적 충돌까지 벌어지자 일부 지방정부는 “엄격한 봉쇄는 지양한다”거나 “단계적으로 회복될 것”이라는 유화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유전자증폭(PCR) 검사장에 총기를 소유한 방역 요원이 등장하고 전투 차량도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방정부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시 주석이 이번 사태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 주석이 단속이냐 유화냐의 딜레마에 빠졌다’는 제목의 사설에서 공산당은 성난 민심이 폭발하지 않도록 방역을 느슨하게 해 사회 불안 압력을 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소요가 더 길어지고 더 확산할수록, 무엇보다 공산당과 시 주석이 공개 표적이 될수록 정부의 강력 단속 가능성은 높아지며, 이미 약해진 경제와 투자자 신뢰에 추가 타격을 입힐 수 있다고 매체는 지적했다.

이번 시위는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이 티핑포인트(임계점)에 이르렀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강력한 봉쇄책의 결과로 중국의 코로나19 사망자는 서방 국가들보다 훨씬 적다. 하지만 막대한 경제·사회적 비용이 들고, 과거보다 전염력이 높아진 코로나19 확산을 더는 막기 어렵다는 현실론이 고개를 든다. 이미 투자자들은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 중국 위안화 뿐 아니라 호주달러,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 등 원자재와 중국 연관성이 높은 통화에서 투자자가 발을 빼고 미 달러, 일본 엔, 국채 같은 안전자산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아시아 시장 장 초반 달러 대비 위안화는 0.5%, 랜드화는 0.5%, 호주달러는 0.6%, 뉴질랜드달러는 0.3%씩 약세를 나타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의 불안에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베네수엘라에서 석유 시추 재개 움직임까지 더해져 배럴 당 76달러대까지 미끄러졌다.

홍콩 소재 미즈호은행의 켄 청 수석 아시아통화전략가는 “제로 코로나 정책은 티핑포인트에 이른 것으로 보이며, 불만을 억제하기 위해선 코로나 정책을 완화하거나 개선해야할 것”이라면서 “이러한 시위가 중국의 사회 불안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켜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외국인 투자자들은 중국 투자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위가 제로 코로나 종식을 앞당겨 오히려 중국 경제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낙관론도 제기된다.

런던의 시장조사업체 테네오 홀딩스의 가브리엘 윌도 분석가는 “시 주석이 공개적으로 오류를 인정하거나 약점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이번 시위를 핑계로 중국 지도부는 이전에 계획했던 것보다 더 빨리 (제로코로나)출구를 비공개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백악관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더했다.

아시시 자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이날 ABC 뉴스에서 ‘중국의 봉쇄 정책으로 사람들이 시위하고 있는데, 그 정책이 효과적인가’라는 질문에 “(제로코로나는)현실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중국인, 특히 노인들에게 백신을 맞히는 전략을 권고한다. 그것이 이 바이러스로부터 나오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봉쇄와 제로 코로나는 유지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방송 기자가 현지 공안에 붙잡혀 몇 시간 동안 구타당한 일도 발생했다. BBC는 이날 대변인 성명을 내고 “BBC 소속 에드 로런스 기자가 중국 상하이에서 취재 도중 수갑에 채워진 채 연행됐다”며 “로런스 기자가 석방될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붙잡혀 있었고, 공안이 그를 손발 구타했다”고 알렸다. 한지숙 기자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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