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연구원의 낚시

입력 2022. 11. 2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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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가서까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 건 손해다.

그런데 그렇게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인간에게 수렵을 당해온 물고기는 왜 계속해서 낚시에 걸려드는 것일까? 소위 천적이라는 게 있으면 회피할 수 있도록 진화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낚시꾼은 '은폐된 포식자'이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낚시꾼은 보이지도 않는데 물고기가 쥐도 새도 모르게 '휴거'당해버려서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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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를 가서까지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는 건 손해다. 직업이 연구원(Researcher)이다 보니 “조용히 사색하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도 생각해내겠네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는다. 그야말로 아무런 생각 없이 ‘멍’을 때리면서 머리를 비우는 게 최고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은 바다 위가 아닌 컴퓨터 앞이지만 과학자로서는 낚시에 대해 몇 가지 ‘썰’을 풀어보면 어떨까 한다. 평소에 낚시에 대해 이렇게 머리를 싸매고 궁리한 적은 없었다.

우선 낚시를 하려면 먼저 지구에 고체도 아니고 기체도 아닌 반드시 액체 상태의 물이 존재해야 한다. 외계 생명체를 찾을 때도 그 행성에 물이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펴보는데 에너지 공급원인 항성으로부터 적당한 거리인 골디락스존에 있어야 한다. 물 한 방울 없는 사막에도, 혹한 남극의 겨울에도 생명체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H₂O가 액체 상태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에서야 생명활동을 할 수 있는 기타의 유기물 분자의 생존과 기능 발현이 쉽기 때문이다.

그럼 물은 언제부터 지구에 있었던 것일까? 대류를 하는 맨틀의 암석을 분석해 물을 함유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을 증거로 지구 내부 기원설이 있는 반면에 태양계 생성 초기에 지구를 향해 날아든 혜성 또는 소행성이 실어왔다는 외부 유래설도 주장된다. 어느 쪽이든 지구가 탄생한 45억년 전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기에 이를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과연 지구에는 얼마만큼의 물이 존재하는 걸까. 익히 알고 있는 대로 육지는 상대적으로 좁아서 지표면의 약 71%는 물로 덮여 있다. 하지만 바다의 평균 수심은 고작 3.8㎞에 불과하다. 지구의 반경은 6400㎞인데 지구를 사과에 비유하면 바다는 사실 얇은 껍질 정도에 불과한 한미한 부피일 뿐이다.

지구의 생명체는 바다에서 처음 탄생했다고 한다. 그 후 한참이 지나 육상에도 식물이 번성하는 등 조건이 갖춰진 다음에야 바다의 생명체가 육지에 상륙했다. 가끔 눈이 건조해져 따가움을 느낄 때가 있다. 눈이라는 기관이 우리 조상이 바다에 있을 때 형성된 까닭에 육지에 올라오고 난 이후에도 항상 수막으로 촉촉하게 유지돼야 편안하다고 한다.

자, 그럼 지금부터 낚시를 해보자. 거슬러 올라가면 신석기 유적에서 동물의 뼈와 돌을 갈아 만든 낚싯바늘이 발굴되고 있다. 그 이후 아이큐가 얼마인지도 모르는 고등동물인 인간에 비해 그저 바보 같은 물고기를 낚아내고자 온갖 첨단 과학이 동원되고 있다. 카본 섬유로 만든 가볍지만 힘이 좋은 낚싯대, 물살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가늘게 뽑지만 쇠 힘줄 같은 강도를 가진 낚싯줄, 그 외의 각종 기기묘묘한 액세서리 등 이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그렇게 장구한 세월에 걸쳐 인간에게 수렵을 당해온 물고기는 왜 계속해서 낚시에 걸려드는 것일까? 소위 천적이라는 게 있으면 회피할 수 있도록 진화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낚시꾼은 ‘은폐된 포식자’이기 때문이라는 가설이 있다. 낚시꾼은 보이지도 않는데 물고기가 쥐도 새도 모르게 ‘휴거’당해버려서 피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계속 그놈들을 속이고 낚아낼 수가 있겠다.

박영조 한국재료연구원 엔지니어링세라믹연구실 박사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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