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개인투자자 잡는 ‘개미학살법’”…사실일까 [팩트체크]

이상훈 전문기자(karllee@mk.co.kr), 김성우, 이슬기 2022. 11. 2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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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더P] 정치권 금투세 공방
11일 오후 서울 중구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2022.11.11 [이충우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금투세 도입 시기를 2년 유예한다고 발표했지만 야당은 반발해왔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에서도 투자자 여론을 의식한 듯 ‘검토‘ 필요성에 나오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16일 페이스북에서 “(금투세는) 고래를 잡으려다가 개미까지 잡아버리는 개미학살법”이라고 했다. 금투세가 소액투자자(개미)의 투자를 제한하고 오히려 피해를 준다는 주장이다. 권 의원의 발언을 검증했다.
금투세가 미치는 영향

금투세는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에서 얻은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주식의 경우 5000만원이 넘는 소득에는 20~25%의 세율이 매겨진다. 현행법상 국내 상장 주식의 양도소득세는 종목당 주식 보유액 10억원 이상 또는 일정 이상의 지분율(코스피 1%, 코스닥 2%)을 가진 ’대주주‘에게 부과됐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 투자로 일정 수익 이상을 얻은 모든 투자자로 과세 대상이 확대되는 것이다.

정부는 현재 주식시장 여건과 투자자 보호 제도 정비 등을 위해 금투세 시행을 2025년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와 더불어 증권거래세는 현행 코스피 0.08%(코스닥 0.23%)에서 2023년 0.03%p, 2025년에는 0.05%p가 인하될 예정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서 발표한 ’2022년 세법개정안 분석‘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 이후 소득세수는 2025년에서 2027년까지 총 4조 328억원이 증가하지만 증권거래세 인하로 증권거래세수는 2023년부터 5년간 총 10조 1491억원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증권거래세 인하로 인한 수혜는 기관과 외국인을 포함한 모든 투자자가 적용받지만 금투세는 개인 투자자에게만 새로운 과세를 부담하게 한다. ’개미 독박과세‘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큰손 떠나는 주식시장

경기 침체로 주식시장이 위축된 현재 상황에서 금투세 도입은 시장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김현진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금투세가 도입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좋지 않은 시장 상황에서 수익률이 낮아져 ’큰손‘들이 주식시장을 이탈해 대만의 사례처럼 시장에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기획재정부는 10년간 평균 주식 거래 내역을 바탕으로 금투세 과세 대상자가 현행 1만 5000명에서 15만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만은 1988년 9월 24일 상장주식에 대한 과세를 1989년부터 전면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대만 TWSE 지수가 1988년 1월부터 9월까지 3배 이상 급등하는 등 주식시장이 급격히 과열되자 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해 최대 50%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상장 주식에 대한 증권거래세에서 양도소득세로의 전환 성공 및 실패 사례‘에 따르면 해당 발표 이후 증시는 9월 24일 8789포인트에서 10월 21일 5615포인트까지 급락했다. 일일거래금액도 17억5000만달러에서 3억7000만억달러까지 추락했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1990년 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철회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과 공통점이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금투세를 시행하는 것은 날이 안 좋을 때 비행기를 띄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당시 대만은 금융실명제가 정착되지 않아 차명계좌 적발을 우려한 투자자들의 이탈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전문가들 “금투세 명분은 충분, 때는 더 고려해야”

전문가들은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시장이 불안하고 좋지 않은 지금 금투세를 도입하는 것이 적절한지 지적했다. 또 금투세 시행과 함께 따라오는 대주주 기준 상향과 금융거래세 인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과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는 “주식시장은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이 아니다. 장이 나빠지면 전부 다 손해를 보고 좋아지면 전부 다 이익을 본다”며 과세로 인한 대주주 이탈과 이로인한 주식 시장의 악화를 우려했다. 오 교수는 작금의 혼란에 대해 “금투세는 (이익이) 남아야 과세할 수 있기 때문에 원천징수 성격의 증권거래세를 포기하면서 금투세를 하려니까 겁이 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큰 손 투자자 유입 감소로) 소액 투자자에게 영향이 갈 수 있지만 이런 측면만 부각한다면 조세 원칙이 흔들릴 수 있다”며 “수익이 5000만 원 이상 나야 금투세에 해당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개미들은 상관이 없다. 수익이 많이 나면 날수록 세금을 많이 내야하는 구조다”라고 했다. 정 교수는 “근로소득에 비해서 금융투자에 대한 과세가 너무 약하다. 이에 더해 거래세까지 낮춰야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김현진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주식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개인들을 기준으로 보면 금투세 과세 대상이 되는 기준금액 5000만 원이 자신과 무관하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며 주식시장 전체의 충격을 우려했다. 장기적인 개인투자자의 손익을 따져보았을 때는 “거래세 인하가 개인투자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금투세 과세보다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따라서 “학살이라는 표현까지는 좀 과한 듯 하다”고 했다.

[김성우·이슬기 인턴기자/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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