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는 마주 앉을 수 있을까?
취임 이후 한번도 야당인사를 만나지 않는 윤 대통령
만물검사론자의 눈에 이재명은 범죄피의자일 뿐인가
대선승자가 패자를 수사한 적은 한번도 없어
검찰수사와 상생의 정치는 동전의 양면
양자회동, 영원히 볼 수 없는 장면일 수도
'상생(相生)의 정치'라는 말이 정치권에 처음 등장한 때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활동하던 2천년대 초이다.
유감스럽게도 기자생활 30여년 동안 상생의 정치라는 것을 한번도 목격한 적이 없다.
최근에는 상생의 정치라는 용어보다 협치(協治)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야권 원로인 유인태 전 정무수석은 지난 24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 멘토가 될만한 사람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이재명이 싫다는 거다. 인간 자체가 싫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이후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한번도 공식 회동한 적이 없다. 말로는 협치를 얘기하고 야당과 언제든 대화하겠다고 말하지만 이 대표를 상대하지 않는다.
지난 25일 여당 지도부를 관저 만찬에 초대하는 등 그동안 여당 지도부를 공식적으로 5번이나 만났지만 제1야당 인사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다.
때문에, 유인태 전 수석의 확인할 수 없는 '이재명 혐오론' 같은 해석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평생을 검사로 지낸 윤 대통령은 세상 사람을 범죄자와 비범죄자로 구분하는 '만물검사론'에 입각한 세계관을 가졌다. 적어도 대통령이 되기 이전까지 이런 시각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은 국정의 총화인 대통령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 이재명 대표는 비리 종합백화점이다. 대장동 비리 의혹을 포함해 이 대표에게 씌워진 범죄 혐의는 7가지가 넘는다.
윤 대통령의 시각에, '여야 영수회담' 운운하는 자리에서 범죄 피의자를 만난다는 것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검찰수사의 포위망이 이재명 대표를 향해 속속 좁혀오고 있다. 스스로 측근이라고 칭했던 김용 전 부원장과 정진상 실장은 구속상태다.
검찰은 영장에서 "이재명과 정진상은 운명공동체"라고 명기함으로써 수사의 표적이 이 대표임을 명확히 드러냈다.
이 대표는 "유검무죄, 무검유죄"라고 항변하지만 검찰수사의 칼날은 이 대표의 턱밑까지 왔다.
"정치보복" "야당탄압"이라는 정치적 구호가 식상하게 들리는 이유는 국민여론이 야당의 논리에 별로 공감해주지 않는 분위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 힘 지지율이 30%대를 넘나드는 횡보를 보이고 있지만 민주당의 지지율 역시 크게 다를 바 없다.
불과 6개월 전 대통령선거에서 겨뤘던 상대 후보를 집권자가 곧바로 수사하는 모양새만 놓고 보면 충분히 야당탄압, 정치보복이라고 할 만하다.
전두환 정권 이후 현재권력이 상대 대선후보를 수사한 적이 없고 1992년 문민정부 이후 대선자금 문제로 사법처리된 대선후보는 없다.
그러나, 만물검사론에 입각한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 이재명 대표는 범죄 피의자일 뿐이고 자신의 인생관인 공정과 상식에서 한참 벗어난 인물이다.
검찰수사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지만 이재명 대표가 기소된다면 승자가 패자를 법정에 세우는 최초의 사례가 되는 것만은 분명하다.
중요한 것은 검찰수사에 대한 사법적 판단이다. 검찰수사가 사법부에서 인정받지 못할 경우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현 정부의 수사는 헌정사 최악의 정치보복이자 야당탄압이라는 오점으로 남을 것이다.
따라서, 검찰수사는 공정하고 명확해야 하며 철저히 증거에 기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검치를 한 대통령으로 남을 것이고 한동훈 법무장관과 현 검찰 수뇌부는 부화뇌동자였다는 주홍글씨를 감수해야 한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지면서 민주당 내부는 동요하고 있고 벌써부터 '탈이재명'을 시도하는 의원들이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에게 '이재명의 승리'와 '민주당의 승리'를 구분하는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아직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의혹에 대해 해명하거나 측근들의 구속 사태에 대해 사과하지 않고 있다.
대선후보였고 제1야당의 현 대표라면 검찰수사를 정치보복이라는 정치적 레토릭으로 항변만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해명과 메시지를 내놓아야 한다.
검찰수사와 정치보복은 한국정치에서 동전의 양면이다. 하늘을 보는 쪽은 한쪽 뿐이고 다른 한쪽은 땅바닥에 깔려야 한다.
따라서, 검찰수사와 상생의 정치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다. 어쩌면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양자회동하는 일은 영원히 볼 수 없는 장면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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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규완 기자 kgw2423@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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