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최고지도자 조카, 체제 비판 영상 게재 후 체포…들끓는 민심

최서윤 기자 2022. 11. 28.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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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데 모라드카니, 사형 반대 등 인권운동가로 활동해와…모친이 하메네이 누이
이란 최고지도자(라흐바르) 알리 하메네이의 조카 파리데 모라드하니가 이란의 현 체제를 '아이 죽이는 살인 정권'이라고 비판하는 영상을 찍은 뒤 체포됐다. 그의 체포 소식에 영상은 오히려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확산 중이다. 트위터 게시물 갈무리. 2022. 11. 28.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이란 최고지도자(라흐바르) 알리 하메네이의 조카 파리데 모라드하니가 이란의 신정체제를 비판하고 외국 정부들에 관계 단절을 촉구하는 동영상을 찍은 후 당국에 체포됐다고 27일(현지시간) 이란 인권 관련 뉴스통신사 HRANA 보도를 인용해 서방의 각 주요 외신들이 전했다.

올해 9월 히잡 미착용 혐의로 체포됐다 옥중 사망한 여성 '아미니 사건'으로 폭발한 민심이 두 달 넘게 진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하메네이 체제나 현 정권, 나아가 이란의 정치 체제 변혁을 일으키는 촉발제가 될지 주목된다.

보도에 따르면 파리데와 형제지간인 마흐무드 모라드하니는 누이가 지난 23일 당국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당시 파리데는 검찰에 출두하라는 법원 명령을 받아 이행 중이었으며, 이후 조치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체포가 이뤄지기에 앞서 파리데는 반(反)체제 동영상을 녹화했다.

영상에서 파리데는 현 이란 정권을 "살인적이고 어린이를 죽이는 정권"이라고 꼬집고, "이 정권은 종교적 원칙에 충성하지 않으며 강압과 모든 수단을 총동원한 권력유지 외에는 어떤 법이나 규칙도 모른다"고 비판했다.

또 외국 정부들을 향해 "이란 정권에 부과된 제재는 오히려 이란 국민들의 자유와의 싸움을 고립시켰다"며 "지금은 모든 자유롭고 민주적인 국가들이 상징적인 제스처로 이란 수뇌부를 소환해 이 잔인한 정권의 대표자들을 추방할 때"라고 촉구했다.

마흐무드 모라드하니는 유튜브를 통해 누이의 영상 링크를 공유하며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하고 있다.

히잡 미착용으로 도덕 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 한 마흐사 아미니(22) 사망 이후 반정부시위가 전국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여성, 삶, 자유라는 팻말이 포착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히잡 미착용으로 이란 도덕경찰에 체포된 뒤 의문사 한 마흐사 아미니(22) 죽음으로 촉발된 이란 반정부시위가 전국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이서영 기자

◇'히잡 미착용女 사망' 시위 중 나온 영상…들불 지필까

이란 고위 관리 친인척의 체제 비판은 이전에도 종종 있었지만, 파리데의 영상이 이목을 끄는 건 올해 9월 중순 테헤란에서 발생한 '공권력에 의한 히잡 미착용 여성 상해치사' 의혹으로 이란 전역에서 시위가 확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올해 9월 13일 쿠르디스탄주(州) 사케즈에서 테헤란을 방문했다가 지하철역 밖에서 히잡을 쓰지 않은 이유로 종교경찰(도덕경찰)에 체포된 마흐사 아미니(22)는 사흘 만에 주검으로 돌아왔다. 이에 폭발한 민심은 두 달이 넘도록 진정되지 않고 있다.

이란 정부는 시위 현장을 강경 진압하고 있으며, 시위대 일부에 사형까지 선고하면서 관련 희생자가 늘고 있다.

HRANA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450명의 시위참여자가 사망했으며, 이 중 63명은 미성년자다. 또 1만8173명의 시위대가 구금돼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관련해 이란 보안군 측 사망자 수는 60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시위의 발단이 된 아미니가 쿠르드족이었던 만큼 쿠르드계의 반발도 거세다. 시위 관련 사망자의 105명이 쿠르드족 거주 지역 주민이라고 쿠르드계 잘랄 마흐무드자데 의원은 밝혔다.

쿠르드족은 튀르키예-이란-이라크-시리아 접경 쿠르디스탄에 걸쳐 거주하는 단일 민족이다. 별도의 영토를 갖지 못해 국가별로 뿔뿔이 흩어져 살면서도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이란에서는 전체 인구의 10%가량을 차지한다.

가뜩이나 전국민적 반발이 큰 상황에서 파리데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소셜미디어 상에서는 오히려 파리데의 영상이 더 화제가 돼 퍼지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시리아 쿠르드족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간) 시리아 카미슐리에서 튀르키예의 쿠르드족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열었다. 2022. 11. 27.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영국 런던에서 26일(현지시간) 반종교단체 등 여성 활동가들이 이란 여성들에 연대하기 위한 시위를 열고 퍼포먼스를 가졌다. 2022. 11. 2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이란 최고지도자 혈통서 나온 목소리…"살인 정권 철퇴"

파리데의 영상이 더욱 파급력을 갖는 건 그의 신분 때문이다.

파리데의 모친은 이란에서 현재 가장 큰 권력을 갖는 이슬람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누이 바드리다. 바드리는 이란이 이라크와 전쟁 중이던 1980년대에 가족들과 사이가 틀어진 뒤 이라크로 도망쳤다.

파리데의 부친 알리 모라드하니는 시아파 성직자였으나, 이후 저명한 반체제 운동가로 활동하며 고립된 삶을 살다 최근 테헤란에서 사망했다.

파리데는 지난해 10월 한 비디오 컨퍼런스에서 이란 팔라비 왕조의 마지막 샤(왕) 모하마드 레자의 미망인 파라 디바를 극찬한 뒤 불특정 혐의로 체포돼 15년형을 선고받았다가 올해 4월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이번 체포 이후 보석이 취소되면 남은 형기를 채울 가능성이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팔라비 왕조는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무너졌다. 이후 이란에는 이슬람 최고지도자 라흐바르와 국민 투표로 선출되는 대통령이 공존하는 현재의 정치체제가 들어섰는데, 최고지도자가 주축인 신성검증위원회가 대통령 후보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신정체제'란 비판도 나온다.

현재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는 1989년 초대 라흐바르 루홀라 호메이니가 사망한 뒤 취임한 2대 라흐바르다. 다만 하메네이는 호메이니 시절 라흐바르에게 향했던 만큼의 국민적 존경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12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국정 조정 위원회에 참석을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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