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밤 10시 경기 끝나면 새벽, 팬들은 피곤 참고 마음껏 즐긴다

이성필 기자 2022. 11. 2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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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가 끝나면 새벽이지만, 팬들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다.
▲ 카타르 도하에서 한 시간 떨어진 알코르의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미국전, 이날 경기는 오후 10시에 시작 됐다.

[스포티비뉴스=도하(카타르), 월드컵 특별취재팀 이성필 기자]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사실상의 도시 국가인 카타르 도하에서 열리고 있다. 조별리그 1, 2차전은 오후 1시(한국 시각 오후 7시)에 첫 경기가 시작되고 4시(한국 시각 10시), 7시(한국 시각 오전 1시), 10시(한국 시각 오전 4시)에 마지막 경기가 열린다. 3차전은 오후 6시와 10시다.

경기 시간의 분산은 크게 두 가지다. 사상 첫 겨울 월드컵이지만, 경기장 에어컨 가동으로 더워도 충분히 관전 가능하다는 자신감이 깔려 1시부터 시작한다. 실제 대회 개막 시점 오후 1시 기온은 평균 영상 34도였지만, 2차전까지 치르면서 평균 30도까지 떨어졌다. 얼마든지 이른 오후부터 밤까지 팬들이 경기를 즐길 여건이다.

마케팅 측면에서도 만점이다, 유럽 팀들의 경기는 주로 7시나 10시에 몰린 경우가 많다. 시차가 3시간이라 저녁 시간 프라임 타임에 경기 중계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한국, 일본 등의 경기는 1시나 4시에 배치됐는데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 한국에서 밤 10시 경기니 주목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경기 시간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카타르 월드컵 조직위원회의 논의로 결정됐다고 한다. 북미, 남미, 아프리카까지 모두 시청하기 좋은 시간에 맞췄다는 점은 더운 대륙이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어느 정도 극복하는 셈이다.

아무리 그래도 밤 10시 경기 관전은 쉽지 않은 일이다. 스페인의 경우 시즌 시작 시점에는 더운 여름이라 낮잠을 자는 시에스타 문화가 있고 밤 10시 시작 경기가 있어도 팬들이 적응했지만, 다른 나라들은 다르다. 아무리 늦어도 밤 9시에는 시작해 자정 전에는 끝난다.

카타르에서의 밤 10시 경기는 어떨까, 대중교통 수단이 지하철 외에는 미비한 상황이라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특히 도하에서 1시간 떨어진 알코르의 알 베이트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들은 주로 밤 10시 경기가 집중적으로 잡혀 있다. 알코르에는 숙박 시설이 부족해 결국 도하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데 오가기 쉽지 않은 여건이다.

팬들은 밤 10시 경기에 대해 순응하는 편이다. 월드컵에 나오는 팀 자체가 명경기를 치르는데 시간이 무슨 대수냐는 것이다. 지난 27일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르헨티나-멕시코전에서 만난 성훈경(33) 씨는 "어제(26일) 알코르에서 잉글랜드-미국전을 보고 도하로 돌아오니 새벽 2시더라. 정말 피곤했지만, 축구에 대한 사랑으로 버티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의 외국인 친구 메리노 매튜 씨도 "어차피 도하에서는 매일 파티가 열린다. 팬존에 가도 새벽까지 사람들이 놀고 있다. 술도 없이 이러는 것은 다소 고통이지만, 축구가 알코올 아닌가"라며 웃었다.

실제로 도하의 팬존이나 일부 팬들이 숙소로 사용하는 캠핑존에서는 밤늦게까지 여흥을 즐기는 팬들로 가득하다. 그나마 팬존에서는 무알코올이 아닌 맥주를 마시는 것이 가능해 더 오래 있으려는 팬들이 많다. 일부는 숙소 근처에서 소리를 지르는 등 음주 제약이 큰 국가에서 어렵게 마신 맥주에 취기가 오른 모습도 연출한다.

취재진도 밤 10시 경기는 고역이다. 시차 적응이 됐다고 하더라도 하품이 밀려오는 것은 참기 어렵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선수들을 만나야 경우 새벽 2시까지 기다리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아르헨티나-멕시코전에서 1골 1도움을 해낸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은 새벽 1시 50분께서야 믹스트존에 등장했다.

그나마 취재진은 미디어 셔틀 버스가 기다리고 있어 새벽 시간에라도 도하로 복귀하지만, 팬들은 새벽 2시가 넘도록 경기장 밖에서 조직위가 짠 동선에 따라 계속 걸으며 도하로 들어가는 버스를 무작정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밤 10시 경기가 주는 고통을 감내하는 팬들이다. 카타르 월드컵이 아니면 경험하기 어려운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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