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 은 건재했고… ‘오빠’ 는 영원했다

박세희 기자 2022. 11. 28.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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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콘서트를 연 가수 조용필이 27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기타를 멘 채 열창하고 있다. 26∼27일 콘서트로 ‘가왕’의 건재함을 입증한 그는 다음 달 3∼4일 콘서트를 이어간다.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붉은 태양을 묘사하는 무대 연출이 인상적이었던 ‘태양의 눈’ 무대. 인사이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조용필, 4년만의 콘서트… 2시간 23곡 열창

‘단발머리’ ‘세렝게티처럼’ …

히트곡서 신곡까지 파워 가창

노래에 맞춘 무대 연출 압권

“난 확찐자” 농담하는 여유도

관객 1만명은 “역시 우리오빠”

72세 나이 무색 압도적 공연

“나 아직 형이다. 형님 아니야.”

26일 오후 7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콘서트 ‘2022 조용필&위대한탄생’에 등장한 조용필은 그의 말대로 영원한 ‘형’이자 ‘오빠’였다. 72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의 탄탄한 목소리로 그는 2시간이 넘도록 23곡을 열창했고 흔들림 없는 노래 솜씨와 열정적인 무대, 그리고 팬들을 ‘조련’하는 능력은 그가 원조 오빠부대를 호령한 ‘영원한 오빠 조용필’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다.

7시 10분 조용필은 표범을 연상케 하는 점박 무늬 셔츠와 흰 정장,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검정 선글라스를 끼고 등장했다. 이에 객석에선 “오빠!”라 외치는 소리가 터져 나왔고 1만여 명의 팬들은 “땡큐 조용필” “오빠!”라 적힌 플래카드들을 흔들며 그를 반겼다.

지난 2018년 이후 4년 만에 가진 콘서트 첫 곡은 ‘꿈’. 1절이 끝난 후 많은 팬들의 함성에 감격했는지 ‘와우’ 하고 큰 숨을 내쉬는 그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기도 했다. 이어 ‘단발머리’와 ‘그대를 사랑해’까지 내리 세 곡을 연이어 부른 후 조용필은 “얼마 만이에요. 제가 가수 생활을 한 이후로 가장 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4년이 40년 같았습니다. 아주 반갑고 기뻐요. 마치 ‘추억 속의 재회’(12집 수록곡)를 한 것 같은 느낌입니다”라고 오랜만에 팬들과 만난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추억 속의 재회’를 비롯해 ‘물망초’ ‘그대여’ 등을 불렀고 ‘그대여’ 무대 땐 직접 기타를 메고 다른 기타, 베이스 연주자와 협주하는 퍼포먼스도 펼쳤다.

이날 콘서트에서 조용필은 지난 18일 발표한 신곡 두 곡의 무대도 최초 공개했다. 석양이 지는 초원과 같은 무대 연출과 함께 그는 ‘세렝게티처럼’을 선보였고 후렴구 ‘여기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던지고 그곳을 향해서 뛰어가 보는 거야’의 고음 부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찰나’는 앙코르 무대의 첫 곡으로 선보였다. ‘세렝게티처럼’을 부른 그는 이후 “좋아요?”라고 물으며 “항상 녹음할 때는 열심히 해요. 그리고 궁금해하죠. 좋아하실까? 아니면 그저 그렇다고 여기실까. 발표하고 나서는 ‘에라 모르겠다’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신곡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행운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재미없기로 소문났었던 내가 썰렁한 말에 실없이 웃고 많이 들뜨네”라는 ‘찰나’의 가사처럼 이날 조용필은 이전에 비해 농담도 많이 하고 많이 웃었다. “여기 오실 때 ‘아 저 사람 어떻게 변했을까’ 되게 궁금해했을 것 같아요. ‘많이 늙었을 텐데. 더 말랐을까? 아니면 살쪘을까?’ 제가 확찐자입니다. 3㎏ 늘어서, 확 쪄버렸습니다. 그래서 주름살이 조금 없어진 것 같아요”라는 농담도 건네는 모습에 팬들은 “우리 오빠 말 많이 늘었네”라며 그의 이 같은 변화를 반가워했다.

팬들과 호흡하며 팬들을 ‘조련’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객석에서 “사랑해요”라는 외침이 나오자 조용필은 웃으며 “나도요”라고 화답했고 “형님!”이라고 외친 한 남성 팬에게는 “형 여기 있어. 아직 형이다. 형님 아니야”라고 답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있으니 노래를 정말 따라 하는지, 졸고 있는지, 휴대폰을 보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 진짜 노래했어요? 진짜?”라고 네 번이나 거듭 물으며 팬들의 큰 함성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수많은 히트곡을 가지고 있는 만큼 매 순간이 절정이었다. 시대의 명곡 ‘못 찾겠다 꾀꼬리’와 ‘고추잠자리’ ‘모나리자’ ‘킬리만자로의 표범’ 등 무대가 연이어 펼쳐지자 관객들은 함께 따라 불렀고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췄다. 노래 세 곡을 부른 후 팬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패턴을 이어가던 조용필은 12번째 곡 ‘여와 남’부터 앙코르곡 ‘찰나’, 마지막곡 ‘여행을 떠나요’까지 열두 곡은 이야기하는 시간 없이 쉬지 않고 내리 노래를 불렀다.

이날 콘서트에선 무대 연출도 압권이었다. ‘추억 속의 재회’를 부를 땐 물결이 일렁이는 화면을 연출해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고 마치 조용필이 물속에서 노래하는 듯한 느낌을 보여줬다. ‘친구여’를 부를 땐 별이 가득한 밤하늘, ‘단발머리’에선 아기자기한 분홍빛 세계가 연출됐다.

친구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은 이희숙(56) 씨는 “이번 신곡들을 듣고 ‘우리 오빠답다’고 생각했다. 오늘 공연에서도 저렇게 열정적으로 스무 곡이 넘는 노래들을 완벽하게 소화하지 않나. 조용필은 영원한 나의 오빠”라고 말했다. 조용필 팬인 엄마와 함께 처음 콘서트를 왔다는 이지유(25) 씨는 “제가 태어나기 전에 나온 노래들인데도 지금 듣기에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다. 저도 엄마와 함께 조용필 팬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조용필은 오는 12월 3∼4일 같은 장소에서 콘서트를 이어간다. 내년에는 스무 번째 정규 앨범도 발매할 계획이다.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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