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유럽은 한국 방산 존재도 몰랐다…민관군 ‘원팀’ 종합예술 [OK, K-방산➀]
美·러 잇는 프랑스·독일·중국과 경쟁해야
“K-방산 지속하려면 미래기술 확보 절실”
〈편집자주〉 2027년 세계 4대 방산수출국! 대한민국이 향후 5년 뒤 ‘세계 방산 4강’의 꿈을 향해 뛰고 있다. 6·25전쟁 당시 소총 하나 만들지 못하던 나라였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불가능한 목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K-방산’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남북 분단 속에서 국가안보에 기여할 뿐 아니라 동남아와 남미를 넘어 유럽까지 진출하며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고 있다. 헤럴드경제는 미국, 영국 현지 취재와 폴란드 방한 인사 인터뷰, 미국, 인도네시아 관계자와 화상인터뷰 등을 통해 K-방산의 오늘을 조망하고 내일을 모색한다.
[헤럴드경제=신대원·김성우 기자] “방위산업은 미래 신성장동력이자 첨단 산업을 견인하는 중추입니다. 정부는 방위산업이 국가안보에 기여하고 국가의 선도산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습니다.”
최근 경남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열린 방산수출전략회의에서 나온 윤석열 대통령의 일성이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방산 수출은 국가안보를 위해 필수적이라면서, 범정부 방산 수출 지원 체계를 마련하겠다며 방산의 중요성과 지원 의지를 강조했다.
▶방산 수출, 민관군 ‘원팀’의 종합예술=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점유율 5% 돌파와 4대 방산수출국 도약이라는 구체적이면서도 야심 찬 목표를 천명했다. 국방부는 이를 위한 수출 지원제도 강화, 군 주도 ‘포스트 세일즈(Post-Sales)’, 도전적인 국방 연구·개발(R&D) 환경 조성,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수 무기 체계 개발능력 확보 등 4대 핵심 추진과제를 제시했다.
흔히 방산 수출은 무기 체계의 우수한 성능과 업계의 노력은 물론 국가 간 신뢰까지 더해져야 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정부와 군, 학계, 방산업계 그리고 다른 산업계까지 ‘원팀’으로 움직여야 하는 종합예술에 비견되고는 한다. 특히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되는 데다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특성으로 방산 수출입은 사실상 국가 대 국가의 거래 성격이 강하다. 굵직굵직한 무기 체계 수출입 최종 사인이 정상급 내지 최고위급 외교무대에서 이뤄지는 까닭이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글로벌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방산시장이 확대되면서 정부의 역할은 한층 커지는 추세다. K-방산이 역대 최고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시점에 정부가 5년 뒤 세계 4대 방산수출국이라는 목표를 내걸고 나선 것은 시의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관건은 이 같은 목표의 현실화 여부다. 일단 비관적이지만은 않다.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방산 수출 수주액은 약 24조1000억원(170억달러)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 방산 수출은 지난 2014년 4조2000억원을 찍은 뒤 ‘방산 비리’ 여파 속 2016년 2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가 다소 회복해 2020년까지 연 4조원 안팎 규모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약 10조원(72억5000만달러) 규모로 급증한 뒤 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에 이르렀다.
국방기술진흥연구소(국기연)가 지난해 말 스웨덴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자료를 토대로 한 ‘2021 세계 방산시장 연감’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 2016~2020년 5년간 세계 9위 무기수출국이었다. 한국보다 앞선 국가는 미국을 필두로 러시아, 프랑스, 독일, 중국, 영국, 이스라엘, 일본 등이었다. 2020년 수출점유율은 3.6%였다. 수치상으로만 볼 때 5년 뒤 수출점유율 5% 돌파와 세계 4대 방산수출국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신뢰 가능한 한국 방산업체 인식 확산”=국제사회가 K-방산을 바라보는 시선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헤럴드경제 취재팀이 지난 9월 영국 런던 ‘DSEI’ 국제방산전시회에서 만난 핀란드 포병장교 출신 인사는 “4년 전으로 시간을 되돌려보면 사실 한국 방산은 잘 알려지지 않은 편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에도 삼성 폰과 현대 차는 모두가 알 정도로 세계에 퍼져 있었고 유럽에서도 유명했다”면서도 “하지만 한국에 방산이 있다는 사실은 유럽에서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K9자주포가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노르웨이 등에 소개되면서부터 모두가 한국 방산에 대해 알게 됐다”며 “지금은 ‘한국에도 신뢰 가능한 고품질 대규모 방산업체가 있다’는 인식이 널리 확산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의 방산 협력 확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옛 한화디펜스)와 함께 ‘팀 선더(Team Thunder)’를 꾸려 영국 육군 MFP 자주포 획득사업에 참여한 영국 피어슨엔지니어링 관계자는 “우리는 한국 방산업체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했고 이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며 “한국과 영국은 방산 협업에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피어슨엔지니어링은 현대로템과 장애물개척전차 K-600 코뿔소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다만 낙관해서만은 안 된다. 당장 5년 뒤 ‘세계 방산 4강’ 진입을 위해 겨뤄야 할 미국과 러시아에 이은 프랑스, 독일, 중국 등 어느 하나 만만한 상대가 없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K-방산은 한국군이 운용 중이라는 신뢰성, 가격 대비 탁월한 성능, 철저한 납기 기한 준수,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 등 분명한 장점이 있다”면서도 “무기 체계 특성상 개발과 생산 그리고 수출까지는 길게는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는데 장기적인 안목과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올해의 경우 폴란드가 국산 무기 체계를 대거 도입하는 바람에 기록적인 수출 성과를 기록할 수 있었다”면서 “지속적인 방산 수출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미래 핵심 기술 개발과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헤럴드경제=특별취재팀 신대원·김성우 기자, 우원희·김정률·박정은 PD, 이윤지 디자이너
*본 기획은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취재·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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