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일 이후 잔금 조건"…잠실 아파트 급매 싹 빠졌다

이송렬 2022. 11. 28.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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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부터 15억원 초과 주택, 대출 가능
잠실 '엘·리·트' 급매물 소진…"문의 늘어"
작년 27억원 웃돌던 집값 19억원대로 하락…"바닥 심리"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잠실엘스'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서울 송파구 잠실동 일대 대장 아파트들 급매물이 싹 빠지고 있다. 지난해 전용면적 84㎡형 기준 27억원까지 올랐던 집값이 19억원대로 떨어지면서 매수세가 몰렸고 내달 1일부터 15억원 이상 아파트에도 대출이 가능해져서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는 "다음 달 1일 이후에 잔금을 치르자는 조건을 달고 계약서를 쓰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했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잠실엘스' 전용 84㎡는 지난 12일 19억8000만원에 손바뀜했다. 지난달엔 19억원까지 떨어졌지만, 이보다 80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리센츠' 전용 84㎡도 이달 들어 20억9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달엔 19억75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으면서 20억원 아래로 하락했던 면적대다. '트리지움' 전용 84㎡도 10월엔 18억원까지 내렸지만, 이달 들어선 18억5000만원에 매매 계약을 맺었다.

잠실동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엘리트'(잠실엘스, 리센츠, 트리지움)로 불리는  대단지 아파트들의 호가가 오르고 있다. 잠실엘스 전용 84㎡는 현재 가장 낮은 가격이 19억원으로 모두 저층이다. 리센츠 전용 84㎡ 호가 역시 19억원이 최저점으로 형성돼 있다. 해당 매물도 저층이 대부분이다. 일부 저층을 제외하고는 19억원을 바닥으로 호가가 상승하고 있다는 게 현지에서의 얘기다.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3~4개월째 거래되지 않던 '급매물'이 최근 들어 갑자기 거래되고 있다"며 "워낙 대단지다 보니 여전히 호가 19억원에 걸린 매물이 꽤 있지만 대부분 저층이거나 단지 내에서도 선호하지 않는 매물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에 있는 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에 매물이 붙어있다. 사진=한경DB


잠실동 대장 단지에서 급매가 빠르게 소화되고 있는 이유는 대출 규제 완화방안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투기·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이 넘어가는 아파트의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내달부터 허용할 예정이다.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50%로 일괄 적용된다. 규제지역 내 다주택자 대상 신규 주담대는 현행대로 금지된다. 

정부는 2019년 '12·16 대책'으로 투기과열지구 내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15억원이 넘어가는 아파트는 '현금 부자'들만 노릴 수 있어 대출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은 사실상 거래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집값 급등기엔 14억원 중반까진 집값이 빠르게 오르다 15억원을 앞두고는 정체되기도 했다. 

잠실동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15억원이 넘어가는 아파트에도 대출이 나온다고 알려지면서 급매물에 관심을 갖는 실수요자들이 늘었다"며 "심지어는 내달 1일 이후 잔금을 치르는 조건으로 계약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C 공인 중개 관계자도 "어차피 지금부터 집을 알아보고 계약서를 쓴다고 해도 은행에서 대출 심사 등을 받으려면 내년은 돼야 가능하다"며 "광장동, 위례동, 고덕동 등 서울 인근과 심지어는 성남시 분당구 등에서 갈아타기를 원하는 실수요자들이 집을 둘러보고 갔다"고 전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잠실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뉴스1


다만 일각에선 이번 매물 소진이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기도 한다. 또다른 공인 중개 관계자는 "금리가 고공행진하고 있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여전하지 않으냐"며 "최근 시장에서 소화된 급매물은 자금 여력이 있어 이 지역 아파트를 주시하고 있던 일부 실수요자들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11월 셋째 주(21일) 기준 송파구 집값은 0.57% 하락해 전주(-0.6%)보다 낙폭이 소폭 줄어들었다. 다만 송파구 집값은 5월 넷째 주(23일) 이후 27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올해 들어서 5% 내렸다.

매수자들의 심리도 위축된 상황이다. 송파구가 속해 있는 동남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이달 셋째 주 기준 75로 전주(75.7)보다 더 하락했다. 지수는 부동산원이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기준선인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뜻이다. 즉 서울 동남권에서 아파트를 사겠다는 수요자보다 팔겠다는 집주인이 더 많단 얘기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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