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말, ‘액션’이 아닌 ‘리액션’으로 반응해주세요
우리는 하루 동안 네 가지 언어활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바로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이다. '말하기'와 '쓰기'는 표현의 과정이고, '듣기'와 '읽기'는 이해의 과정이다. 이 중에서 우리가 깨어 있는 시간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듣기'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듣기가 45%, 말하기가 30%, 읽기가 16%, 쓰기가 9%를 차지한다고 했다. 그만큼 듣기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활동이자 의사소통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듣기란 단순히 들려오는 소리를 수동적으로 듣는 활동이 아니다.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집중해서 듣는 것이다. 그런 다음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반응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했을 때 상대는 자신이 충분히 존중받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게 된다. 결국 '듣기=리액션(reaction)'이다. 리액션에는 언어적 반응과 비언어적 반응이 있다. 언어적 반응은 '동의형', '공감형', '대화유도형', '요약형'이 있다. 동의형에는 '물론이지, 그렇지, 맞아', 공감형에는 '사실 엄마도 그랬어,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러게 말이야' 등의 표현이 있다. 대화유도형은 상대가 계속 말을 이어가도록 유도하는 '그래서 어떻게 됐어, 궁금해, 그 당시 기분이 어땠어' 등의 표현을 말하며, 요약형은 '한마디로 이런 말이구나, 그러니까 네가 하고 싶었던 말은 ~구나'와 같이 상대의 말을 한마디로 정리해 주는 것이다. 이밖에도 다양한 감정에 따라 '저런, 이야, 정말, 이런, 이럴 수가'라고 반응할 수 있다. 비언어적 반응은 눈 맞춤, 고개 끄덕임, 표정 등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반응하는 것을 말한다.
특히 부모는 아이와 대화할 때 리액션을 적극적으로 표현해줘야 한다. 부모의 리액션은 아이에게 인정과 지지와 격려를 전달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리액션을 하지 않고 대화할 때도 있다. 부모는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엄마도 그랬는데'라며 대화의 주도권을 가져갈 때가 있다. '그게 말이 돼', '그건 아닌 거 같은데'라는 부정적 리액션으로 대화의 흐름을 끊어 버리는 경우도 있다. 아무래도 아이는 어른처럼 능숙하게 말을 잘하지 못하다 보니 부모는 이야기의 전후 맥락을 파악하기 힘들어 아이의 말을 끝까지 경청하는 노력을 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아이를 훈육한다는 명목으로 지시하거나 명령하는 말투를 사용하면 일방적으로 강요만 할 뿐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면서 리액션을 해 줄 수가 없다.
리액션은 대화할 때 '질문-대답-리액션'의 흐름으로 하는 것이 좋다. 만약 아이가 밥을 먹은 뒤 이를 닦지 않고 놀고 있을 때, '빨리 이 닦아'라고 명령하면 아이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짜증을 내게 되고, 부모도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해 줄 수 없다. 아이의 대답이나 반응을 기다려주지 않고 강압적으로 지시하는 말투를 사용한 까닭이다. 이를 닦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더라도 아이가 이 닦기를 했는지 먼저 '질문'하는 것이 좋다. '밥 먹고 나서 이 닦았어?'라고 질문하면 아이는 '아니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 다음 '그럼 밥 먹고 나서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다시 질문했을 때 아이는 '이 닦기요. 이것만 하고 이 닦을게요'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때 부모는 고개를 끄덕이며 '지금 노는 거 끝나면 이 닦는다는 거지! 알겠어'라고 동의하는 반응을 보여주면 된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는 자신이 밥을 먹고 이를 닦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자발적으로 그 상황을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 행동하게 될 것이다.
말하기는 '액션(action)', 듣기는 '리액션(reaction)'이다. 우리는 대화할 때 리액션보다 액션에 집중할 때가 많다. 그러나 대화의 출발점은 액션이 아니라 리액션이다. 제대로 들을 수 없으면 제대로 말할 수 없다. 아이의 말에 액션이 아닌 리액션으로 반응해주었을 때 좋은 대화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칼럼니스트 정효진은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에서 말하기 강의를 하고 있다. 서로 소통하며 함께 성장하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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