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 지역 의료전달체계 개선

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2022. 11. 2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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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범 건양대병원 홍보실장

의료전달체계란 국민에게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적절하게 제공하는 시스템을 말하며,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해 운영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이상적인 의료전달체계는 일정 수준을 갖춘 의료자원이 적정하게 분배돼 지역 주민들이 자신의 질환에 따라 어려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체계는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지속해서 발전해오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특정 지역에 자원이 몰려서 발생한 지역별 의료접근성 편차와 의료기관 간 역할 중복과 경쟁구조를 들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으로 지역에 따라 의료자원의 낭비 혹은 부족이 초래되고,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데 직간접적인 불편이 발생하며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기회비용을 들게 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질환의 경중과 관계없이 큰 병원만을 선호하는 시민 의식의 개선이 필요하고, 체계의 정착을 유도하는 제도의 보완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의료기관의 적절한 배치와 종별 지정이 중요하다. 의료기관은 의료전달체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의료기관의 적절한 배치와 지정을 위해서는 먼저 현재 지정된 진료권을 적정하게 바로잡는 것이 필요하다. 2021년에 대한의사협회는 정부가 설정한 진료권에 대해 지역 의사회의 의견을 수렴해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무려 57%의 지역 의사회가 진료권 구분이 부적절하다고 답변했다. 진료권이 행정 편의적으로 설정돼, 실제 생활권과 다른 경우가 많아 대폭 수정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예를 들어 대전·충남 지역을 보면 생활권은 대전과 천안을 중심으로 두 개로 형성돼 있지만, 진료권은 대전과 충청남도를 한 개의 진료권으로 묶어 놨다. 이렇게 되니 광역시인 대전에 상급종합병원이 한 개, 천안에는 두 개가 지정되게 됐고 상급 병실의 과부족을 초래하게 됐다. 대부분의 대전시민은 대전의 병원을 두고 천안으로 진료를 받으러 가지 않는다. 현실과 동떨어진 진료권역 구분이다. 전문가들도 대전·충남 지역의 대 진료권은 대전 및 충남 서남권과 천안 및 충남 서북권으로, 이렇게 두 개로 구분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진료권역 설정은 상급종합병원이 담당해야 할 지역이라는 공간 단위이며, 진료권역을 기준으로 소요 병상 수와 기관 수가 결정된다. 이러한 결과 서울권역에 상급종합병원 지정 쏠림이 계속되며 이는 서울권역으로 환자와 의료인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발생되고 있다. 이는 지역별 의료격차는 커지고 의료서비스의 공백이 심화돼 결국 의료전달체계의 붕괴 현상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서울권역 환자 쏠림을 억제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서는 진료권역 세분화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충남권역 상급종합병원을 보면 대전·세종시 인구가 181만인데 1개 기관이고, 천안은 인구가 65만인데도 2개 기관이 지정돼 있다. 충남권역 내 대전과 천안의 의료 생활권이 달라서 결국 대전권역 내 환자가 서울권 상급종합병원으로 집중되는 현상을 발생시켰다. 2019년 보건복지부 연구 '상금종합병원 지정·평가 체계 개선 연구 최종보고서(연구책임자 서울의대 김윤 교수)'에서도 대전광역시에 최소 2-3개의 상급종합병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충남권역 소요병상 수 산정은 세종시 인구수 증가 등 충남 권역 인구수 증가에 대한 소요병상 수의 정확한 산출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대전권역에 상급종합병원이 추가로 지정되는 것에는 여러 이점이 따라온다. 국토의 한가운데 자리한 우수한 교통 여건 등 대전의 지리적 이점과 연계해 지역 중증환자들이 수도권으로 이탈되는 현상을 방지해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할 수 있다. 아울러 중증질환 치료능력이 향상되면 지역 의료서비스의 질이 함께 상승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지역 내 의료비 소비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진료에 집중하고, 경증환자의 진료를 억제하는 효과도 가져와 지역 의료기관 전반 의료전달체계가 원활히 구축된다.

진료권 재설정은 새로운 의료기관을 개설할 필요도 없이, 빠르게 적용할 수 있는 개선 방법이다. 진료권은 무엇보다 지역 의료전달체제 발전과 평가의 기초가 되므로, 현실이 제대로 반영되도록 재설정해야 한다. 시급한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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