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시대 변화에 따른 상속이야기
최근 주변에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가족 간에 협의가 되지 않아 소송을 통해 상속 분쟁을 해결하는 사례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 자식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남겨주고픈 마음에 평생 안 먹고, 안 입고 모은 재산이 오히려 자식들 간에 불행의 씨앗이 돼 다시는 안 보고 사는 경우가 주변에 비일비재하다.
어렵게 모은 재산이 남은 가족들에게 살아갈 발판이 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전에 상속받을 가족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 기준과 배분을 먼저 생각해서 미리 정해 놓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식들 간의 건널 수 없는 강을 만들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초고령사회 및 스마트 시대에 맞춰 변화되는 유언의 방식과 상속 문제에 대해, 사례를 들어 살펴보자.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갑은 자수성가해 아들 둘과 막내딸 하나를 열심히 키우고 자기 소유의 집과 지방에 건물 한 채를 소유하고 있다. 첫째 아들은 명문대를 나와 고위 공무원으로 안정적으로 살고 있고, 작은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 후 생산직에 취업해 외벌이로 근근히 살고 있다. 막내딸은 대학 졸업 후 결혼해 맞벌이로 가정과 일을 병행하며 열심히 살아가던 중 아버지가 암에 걸리는 바람에 일찍 돌아가신 어머님을 대신해 직장을 그만두고 병든 아버지를 3년 동안 모시고 살며 병간호를 했다. 그러는 와중에 갑은 병세가 악화돼 사망했고 가족들은 유품 정리를 하다가 갑이 자신의 핸드폰에 유언이 담긴 동영상을 남긴 것을 발견했다. 동영상에는 첫째는 하고 싶은 만큼 공부하는데 뒷바라지 해줬고 딸은 대학까지 나와 시집을 잘 갔으니, 경제적으로 어려운 둘째 아들에게 전 재산을 남긴다는 내용의 갑의 유언이 담겨져 있었다. 증인으로 아버님 친구분도 옆에서 이것이 진정한 아버님 뜻임을 확인시켜주셨다.
위의 사례와 같이 스마트폰 동영상으로 남긴 유언이 과연 법적으로 어떤 효력이 있을까? 민법은 유언의 종류를 자필증서, 공정증서, 녹음, 비밀증서, 구수증서 다섯 가지로 한정하고 있으며 이 중 핸드폰 동영상으로 남긴 유언은 녹음에 의한 유언에 해당한다. 하지만 유언은 사후에 당사자에게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은 보다 엄격한 요식성을 요구한다.
녹음에 의한 유언의 경우 유언자가 직접 성명과 유언날짜, 유언의 취지를 포함한 내용을 정확히 구술해야 하고 유언과 이해관계가 없는 증인이 자신의 성명과 유언의 정확함을 구술해줘야 한다. 결론적으로 갑의 스마트폰 유언은 유언자의 성명과 유언날짜, 증인의 성명이 빠져 있어 설사 영상으로 갑과 동일인임을 알 수 있고, 동영상 기록날짜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하더라도 법적으로 효력이 없다. 이 경우 법적으로 막내딸이 3년 동안 병간호한 기여분이 인정되면 그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재산을 자녀 셋이 동등하게 나누게 된다.
통상 가장 많이 사용하는 유언방식에는 자필증서와 공증을 받는 공정증서가 있다. 자필증서의 경우에도 성명, 날짜, 주소, 인장까지 정확하게 기재해야 하며 컴퓨터 워드 파일이나 스마트폰 메모장 등 자필이 아닌 경우 법적 효력이 없으니 유의해서 작성해야 한다.
오늘날 시대변화로 제기되는 또 다른 상속문제는 반려동물 이야기다. 반려동물 천만 시대에 살고 있는 지금 실제 반려동물을 동물이 아닌 가족의 일원으로 생각해 자신의 사후 반려동물에게 재산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2009년 세상을 떠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은 자신이 키우던 오랑우탄에게 200만 달러(한화 약 22억 상당)의 유산을 남겼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외국의 사례처럼 자신이 키우던 반려동물에게 유산을 상속할 수 있을까?
현행 민법상 동물은 상속의 주체가 될 수 없어 직접 상속은 불가능하고 다만 민법 1088조 1항 부담부유증을 통해 재산을 증여하고 증여받은 자에게 그 가액 범위 내에서 반려동물을 돌보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 외 최근 생전에 고인이 SNS에 게시한 글과 사진, 데이터 등에 관해, '잊힐 권리'를 보장할 것인지, '유족의 디지털상속권'을 보장할 것인지 문제 되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외국에서는 '디지털상속권'에 대한 제도가 마련돼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논의 단계에 있다. 사회 변화에 따라 상속문제도 다양화되고 있다. 누구나 한번은 다가올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남은 이들에게 행복이란 씨앗을 남겨주고 싶다면, 미리미리 인생의 마지막을 현명하게 마무리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숙고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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