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재의 까칠한 축구]일본 축구팬들, '욱일기' 먼저 청소하라

2022. 11. 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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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최용재 기자]일본 축구팬들은 월드컵이라는 지구촌 축제에서 이미지가 참 좋다.

경기가 끝난 후 자신들이 앉았던 자리를 깨끗이 청소하는 행동이 이런 이미지를 만들었다. 해외 언론들도 이런 일본 축구팬들의 모습을 꾸준히 보도했다. 그들의 이미지는 꾸준히 상승했다. 세계 그 어느 축구팬들도 하지 못한 이런 일본 축구팬들의 모습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쉽지 않은 일이다. 칭찬할 건 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청소가 '완벽하지' 않았다. 완벽하지 않으면 열심히 했음에도 욕먹기 일쑤다. 완벽한 청소를 위해서는 경기장에 버려진 물질적인 쓰레기와 함께 정신적인 쓰레기도 함께 청소를 했어야 했다. 바로 '욱일기'다.

욱일기는 구 일본 군기이자 현 일본 해상 자위대 군기로 사용되는, 제2차 세계대전 전범국인 일본의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깃발이다. 욱일기와 전범기는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

27일 일본과 코스타리카의 2022 카타르 월드컵 E조 2차전이 열린 아흐메드 빈 알리 스타디움. 이곳에 욱일기가 버젓이 등장했다. 1차전에서 욱일기가 나오지 않아 이제는 정신을 좀 차렸는가 싶었는데 방심했다. 일부 일본 축구팬들은 욱일기를 들고 당당히 등장했고, 벽면에 설치까지 했다.

당연히 욱일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FIFA(국제축구연맹)는 정치적 의미의 문구, 그런 문구를 담은 플래카드 등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경기장 안전요원이 이들에게 달려가 철거를 진행했다. 빠른 시간 내에 욱일기는 경기장에서 모습을 감췄다.

'도돌이표'다. 월드컵에서 욱일기는 연속 출전을 하고 있고, 월드컵뿐 아니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지구촌 스포츠 축제가 열리는 곳이면 욱일기가 빠지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것일까.

기자는 욱일기 퇴치에 앞장서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를 몇 년 전 인터뷰를 한 경험이 있다. 그 기억을 떠올려봤다. 서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욱일기가 곧 전범기라는 인식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일본은 자신들이 잘못한 점에 대해 정확하게 역사 교육을 하지 않았다. 2차 대전이 끝나고 하켄크로이츠(나치기)를 법으로 금지한 독일과 비교할 만한 부분이다. 일본은 전혀 그런 움직임이 없었다."

이 말을 들은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그들의 역시 인식에는 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 무리한 기대다. 교육을 하지 않으니 변화를 기대할 수 없다. 가르쳐주지 않으니 당연히 모르는 것이다.

일본-코스타리카전에서 욱일기를 철거하는 과정 중 안전요원과 욱일기를 든 일본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다고 한다. 이 말은 욱일기 철거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억지를 부린 것이 아니라 정말 그 의미를 몰랐을 수 있다. 몰라서 한 일이라면 더욱 개탄스러울 수밖에 없다.


무지한 것이 이유라면 방법은 하나다. 알려줘야 한다. 일본 안에서 알려주지 않는다면 일본 밖에서라도 알려줘야 한다. 모든 일본 축구팬들이 욱일기의 진실을 알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가질 수 있도록 꾸준히, 강하게, 적극적으로, 차고 넘칠 때까지 옆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일본에 피해를 받은 국가들의 목소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글로벌적인 압박과 비판이 필요하다. 하지만 욱일기 사태가 터진 날, 아무리 미국, 영국, 스페인 등 주요 외신을 찾아봐도 관련 내용을 찾을 수 없었다. 일본 축구팬들의 청소 장면을 보도했던 그 적극성도 느껴지지 않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

조금 더 빠른 길로 가려면 일본 내부의 변화가 필요하다. 일본 축구팬들 모두가 욱일기를 지지하는 건 아니다. 그들 중에서도 분명 '양심 세력'이 있다. 서 교수 말에 따르면 다행스럽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숫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이 힘을 보태주면 큰 힘이 된다. 경기장 청소를 하는 것 보다 욱일기를 청소하는 것이 세계적으로 일본 축구팬들의 이미지를 더욱 상승시키는 일이다. 이 분명한 사실을 알리고, 이런 인식이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준다면 정말 고마운 일이다.

특히 이번 월드컵에서의 욱일기 논란이 더욱 안타깝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초반 분위기가 '어메이징 아시아'였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르헨티나를 이겼고, 일본이 독일을 잡았다. 이란과 호주도 첫 승을 신고했다. 세계 축구 변방이라는 설움을 받은 연대감이 아시아를 하나로 똘똘 뭉치게 만들었다. 서로를 응원했고, 아시아 축구 위상을 높여주기를 바랐다.

하지만 욱일기의 등장으로 '원 아시아'는 해체됐다. 일본 팬들은 개념 없는 행동 하나로 스스로 아시아의 적이 됐다. 이제 아시아는 서로를 지지하지 않는다. 일본은 공공의 적이 됐고, 일본이 코스타리카에 패배한 모습이 사필귀정이라 느끼고 있다. 아름다웠던 화합을 망친 것이다.

마지막으로 욱일기를 휘날린 일본 축구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당신들이 경기장을 청소하는 것 보다 전범기인 하켄크로이츠를 이미 오래전에 말끔히 청소하고 경기장에서는 오직 축구 그 자체의 즐거움과 조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진심으로 응원하는 독일 축구팬들의 모습이 훨씬 더 아름답게 보인다.

일본이 경기에서 독일을 이겼다. 하지만 팬들의 인식에서는 완패다. 경기는 어쩌다 한 번 이길 수 있는 것이고, 팬들은 영원히 지는 것이다.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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