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 책임 없다는 이상민 장관, 고생 많았다는 윤석열 대통령
‘스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주문이었다. 7월19일 당시 강인선 대변인은 국무회의에서의 윤 대통령 발언을 이렇게 전했다. “스타 장관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잘하든 못하든 자주 언론에 나와라.” 이상민 행정안전부(행안부) 장관은 이러한 인사권자의 당부에 가장 가까이 가 있는 사람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임기를 시작한 그의 발언은 언론에 곧잘 등장했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이 대표적이었다. 반대 의사를 표한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쿠데타에 빗댔다. “거의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으로 대단히 부적절하다.” “특정(경찰대) 출신들이 주도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나회에 준한다.”
이태원 참사 직후, 재난안전 총괄부서 책임자인 이상민 장관의 발언은 다시 언론을 장식했다. 참사 발생 다음 날인 10월30일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 등과 같이 책임을 미루는 듯한 말을 해서다.
비판이 거세지자 사과했지만, 그의 설화는 끊이지 않고 있다. 11월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에서 이태원 참사의 성격을 묻는 천준호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의 질의(“이태원 사고냐, 이태원 참사냐?”)에, 그는 “거의 참사 수준의 사고”라고 답했다. 11월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사의 표명 여론에 대해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11월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답변도 논란을 낳았다. 만나고 싶은 유족들끼리 같이하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연락처를 제공할 수 있는지 민병덕 민주당 의원이 물었다. 이상민 장관은 ‘행안부가 유족 전체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정보가 왜 없냐’는 민 의원의 추궁에 이 장관은 이렇게 반박했다.
“그것은 소중한 정보이기 때문에, 저희가 안 가지고 있는 걸 그렇게 화를 내신다고 제가 습득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실제 안 가지고 있는 걸 그렇게 윽박지른다고 제가 정보가 저절로 생기나?” “기본적으로 위원님(국회의원)들께서는 국무위원(장관)이 하는 말을 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고 자꾸 거짓말을 한다고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사실이 아니었다. 이태원 참사가 발생하고 이틀 뒤 행안부가 서울시로부터 유족의 이름과 연락처를 받았다는 보도가 11월21일 나왔다. 행안부의 한 관계자는 〈시사IN〉과의 전화통화에서 “장관님이 국회에서 그 말씀을 하실 당시에는 행안부에서 일부 자료를 갖고 있는 것을 보고받지 못했던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실무상 착오이지, 이상민 장관이 위증한 게 아니라는 뜻이다.
자연스레 이상민 장관의 책임을 묻는 쪽으로 시선이 쏠린다. 이 장관은 ‘무한한 책임’을 강조한다. 11월7일 국회 행안위에서 그는 장관의 책임을 묻는 국회의원들의 질문에 주로 “국민의 안전은 정부의 무한책임이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가 나오든지 그러한 결과에 대해서는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와 같은 대답을 내놓았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이를 지적했다. “장관님은 무한책임이라는 말씀을 쓰시면 안 된다. 재난안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무한책임 같은 추상적인 책임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위치에 있다.”
구체적 책임을 지는 부분에 대해 이 장관은 단호하다. 권한이 없기에, 져야 하는 구체적 책임도 없다는 것이다. 11월7일 “행안부는 경찰청을 지휘·감독하느냐, 안 하느냐”라는 이형석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이상민 장관은 “지휘·감독 권한이 지금은 없다, 현재”라고 답했다.
지난 6월27일 이상민 장관이 직접 나선 기자회견을 떠올리는 이라면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 관련 기자회견을 하며 이 장관이 했던 말과 행안부의 12쪽짜리 보도자료는 다른 얘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안부 장관이 치안 사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경찰청의 업무가 적절히 수행되고 있는지를 지휘·감독할 책임과 권한이 있는 것임.” 경찰국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는 취지의 설명을 하며, 현행법상 행안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을 위와 같이 밝혔다. 그뿐 아니라 현행 법령상(헌법·정부조직법·경찰법·경찰공무원법) 경찰 관련 행안부 장관의 권한을 네 꼭지에 걸쳐 기술했다.
특수본 압수수색에 장관 집무실은 빠져
말 바꾸기를 했다는 비판이 일자 행안부 차원의 대응이 나왔다. 행안부는 공식 설명·반박자료를 11월18일과 21일 두 차례에 걸쳐 냈다. “6월27일 이 장관의 발언은 경찰청 업무에 대한 지휘·감독 관련 당위성 및 필요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 것이다. 경찰에 대한 적절한 지휘·감독 권한 행사를 위해서는 감찰과 징계권이 필요하다. 또한 최소한 경찰로부터 치안 상황을 보고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감찰과 징계권은 법률 개정 사항으로 즉시 시행이 곤란했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장관이 말만 했지 실제로는 경찰에 대한 지휘·감독이 가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토한 셈이다. 동시에 그렇기에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경찰에게 지울 법적 책임은 있어도 행안부 장관이 질 책임은 없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 장관은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수사 대상자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국가공무원노동조합소방청지부(소방노조)가 11월14일 이상민 장관을 고발했다. 45쪽짜리 고발장에는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소방노조가 주장하는 이 장관의 혐의가 상세히 쓰여 있다. 직무유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이다. 업무상 과실치사상은 현재 특수본이 핵심 피의자로 지목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에게도 적용된 혐의다.
11월23일 소방노조는 이 장관에 대한 고발인 신분으로 특수본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이 장관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서지는 않은 상황이다. 앞서 11월17일 특수본이 행안부 압수수색을 실시했지만 장관 집무실은 빠졌다. 특수본은 윤희근 경찰청장과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업무용·개인용 휴대전화를 압수수색했다. 이상민 장관의 휴대전화는 제외됐다.
정치적 책임을 지는 모습도 당장은 보기 힘들 전망이다. 현재 이상민 장관은 ‘범정부 재난안전관리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 단장이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관리 전반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기구다. 12월 말까지 종합대책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최종 임면권자인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행동이 더해지면서 이 장관의 책임은 갈수록 모호해지는 형국이다.
윤 대통령은 4박6일 동남아 순방 전후로 출국길(11월11일)과 귀국길(11월16일)에 이상민 장관과 만났다. 이 장관의 어깨를 두드리거나 “고생 많았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공개적으로 보였다. 이태원 참사 발생 초기인 11월7일 윤 대통령은 ‘국민 안전에 대한 국가의 무한책임’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막연하게 다 책임져라, 그것은 현대사회에서 있을 수 없는 이야기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된 다음 날인 11월8일,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 또한 이상민 장관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는 주장을 “후진적”이라고 공격했다. 이후부터 ‘이상민 장관 경질’이라는 말은 국민의힘에서는 듣기 힘들어졌다. 이 장관은 윤 대통령을 사석에서 “형님”이라 부른다고 5월3일 인사청문회에서 스스로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다른 ‘스타 장관’으로 불리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좌동훈 우상민’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김은지 기자 smil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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