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산지석' 日 방심패가 가나전에 준 교훈, 첫 경기 호평은 승리 보장 않는다[월드컵 초점]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지난 조별리그 첫 경기 우루과이전을 앞두고는 '이웃나라' 일본의 기적같은 대이변으로부터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일본의 충격패로부터는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되새길 차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8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0시 카타르 알 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H조 2차전 가나와의 맞대결을 펼친다.
지난 우루과이전을 0-0 무승부로 마친 벤투호는 승점 1점으로 1위 포르투갈(3점)에 이어 공동 2위에 올라있다. 쉽지 않은 상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던 우루과이를 상대로 패배를 피했기 때문에 16강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고 있는 한국이다.
무엇보다 경기력이 좋았다. 벤투 감독이 오랜 시간 공들여 만든 '빌드업 축구'가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도 통했다는 점이 고무적이었다.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로드리고 벤탄쿠르(토트넘 홋스퍼)로 이어지는 두터운 중원과 맞붙어도 뒤지지 않는 허리진이 가장 눈에 띄었다.
'벤투호 황태자' 황인범이 기점이 돼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피지컬 좋은 남미 미드필더들의 압박을 이겨내는 것은 물론 정확한 롱패스를 곁들여 공을 뿌린 황인범이 사령관을 자처했다. 그를 비롯해 소유권 다툼과 수비에서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은 정우영, 발베르데를 지우며 '박지성'급 활동량을 보여준 이재성을 향해 호평 행진이 이어졌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랭킹 14위 우루과이에 경기를 주도하는 마치 '강팀' 같은 운영을 펼치자 한국을 향한 기대감은 매우 높아진 상태다. 지난 경기에서 스트라이커 황의조가 노출한 마지막 해결 능력 부재나 큰 변수로 떠오른 주전 센터백 김민재의 출전 여부에서만 바라는 시나리오가 나오면 가나전, 포르투갈전 모두 해 볼만 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지만 첫 경기만 가지고 지나치게 텐션을 올려서는 안 된다. 그 점을 '이웃나라' 일본이 여실히 보여줬다. 일본은 지난 23일 독일전에서 월드컵 역사에 남을 2-1 역전승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지난 27일 카타르 알 라이얀의 아흐마드 빈 알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전에서 0-1로 패했다.
아르헨티나를 꺾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일본마저 대이변으로 기세를 올렸을 당시만 해도 아시아 국가들을 향한 기대감이 확 올라갔다. 이는 알게 모르게 한국에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줬다. 그리고 돌풍의 중심이던 일본엔 더욱 '상대적 약체' 코스타리카전을 무난히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고무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많은 전문가들이 독일전 일본의 경기력을 보고 그들의 2연승을 예측해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런데 그 '방심'이 일본에 독이 됐다. 일본 모리야스 하지메 감독은 독일전 선발 라인업에서 절반에 가까운 5명의 자리에 새 이름을 써넣었다. 그리고 그 파격적인 변화가 독이 됐다. 일본은 전반에 확연히 조직력이 떨어졌다. 자랑하던 패스 플레이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유효슈팅 0개'로 전반을 마쳤다. 코스타리카가 마찬가지로 유효슈팅이 없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을 정도.
뒤늦게 교체카드를 이용해 좋았던 느낌을 찾으려 했던 일본이지만 결국 후반 36분 터진 키셔 풀러의 결승골에 무너지고 말았다. 너무 여유롭게 경기를 풀어가려 했던 것이 독이 됐다. 승리를 예감하고 도전적인 운영을 시도하다가 마음이 급해졌고, 꼭 이겨야하는 경기라는 압박에 수비진에서 실수가 터진 것이 뼈아팠다.
이 패배가 한국의 가나전 하루 전에 나온 것은 어쩌면 천운일 수 있다. 지난 일본의 승리로 '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얻은 것처럼 이번에는 일본의 패배에서 '그러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첫 경기에서 좋은 경기력이 나왔다고 해서 무조건 2차전도 잘 된다는 보장은 없다. 강팀을 상대로 결연한 의지로 나섰던 1차전처럼 매 경기 나섬으로써 경기력을 유지해야만 한다.
가나는 올 카타르 월드컵에 참가한 본선 32개국 중 FIFA 랭킹이 61위로 가장 낮다. 그렇지만 이미 포르투갈전에서 순위가 숫자에 불과함을 어느정도 보여줬다. 자칫 삐끗하면 아프리카 나라들이 자랑하는 흥겨운 분위기와 기세에 휩쓸릴 수 있다. 일본의 패배를 '타산지석' 삼아야 할 이유다.
스포츠한국 허행운 기자 lucky@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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