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 없는 '예산안 전쟁', 쳇바퀴 도는 심사…기한내 처리 요원
정부, 금투세·종부세·법인세 관철 의지…野 "이런 정부 처음" 비판
(서울=뉴스1) 한재준 최동현 기자 =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기한(12월2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 협상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전 등 윤석열 정부 핵심 예산이 줄줄이 보류된 데 이어 야당이 단독으로 의결해 올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정무위원회 소관 예산안도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여야 간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8일 오전 예산안등조정소위원회를 열어 국토위·정무위·운영위 소관 예산안에 대한 감액 심사를 진행한다.
앞서 예결위는 지난 25일 해당 상임위 소관 예산안을 심사할 방침이었지만 여당이 국토위·정무위 소관 예산안을 문제 삼으면서 파행했다. 헌법은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을 증액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야당이 정부 승인 없이 상임위 예산안을 의결했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토위에서 '이재명표' 예산인 공공임대주택 예산을 5조9409억원 증액하고, 윤석열 정부의 공약 사업은 1조1400억원 감액하는 내용의 예산안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한 데 이어 정무위에서도 규제혁신추진단 등 윤석열 정부 핵심 공약 사업을 감액해 의결한 바 있다.
이날 예결소위에서도 이를 두고 여야 간 신경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예결위 여당 간사인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은 뉴스1과 통화에서 "정무위와 국토위 예산을 상임위에서 다시 의결하지 않으면 (예결소위 심사도) 못한다"고 잘라 말했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감액 심사 마저 마무리하지 못하면서 내년도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는 요원해졌다.
여야는 예결위원장과 간사, 정부가 참여하는 소소위를 가동해 증·감액 심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지만 쟁점 예산을 놓고 입장차가 여전해 절충안이 나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청와대 복합문화 예술공간 조성 사업'(217억6200만원)과 용산공원 조성 사업(303억7800만원) 등 대통령실 이전 관련 예산은 물론 소형모듈원자로 기술개발(31억1000만원),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현 관련 예산 등 윤석열 정부 예산 감액을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공공임대주택 사업 등 이재명표 민생 예산 증액을 관철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여야가 예산안 처리 후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합의한 만큼 야당 측이 소소위 과정에서 절충안을 먼저 제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박정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예산 규모가 큰 공공임대주택 사업과 관련해 "6조원을 모두 반영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여당과 절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야의 예산안 심사가 지지부진한 가운데 내년 세입에 영향을 미치는 예산 부수 법안 심사도 해법을 못찾고 있다. 국회법에 따라 예산 부수 법안은 오는 30일까지 상임위 의결을 마쳐야 하지만 이 또한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 쟁점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는 야당 측이 시행 유예 조건으로 △증권거래세 0.15% 인하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완화 철회를 제시했는데 정부 측이 수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종부세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종부세 기본공제액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하고 1세대 1주택자에게는 12억원을 적용하는 안을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 입장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은 종부세 기본공제액은 적정 수준에 절충안을 마련하고, 1세대 1주택자 기본공제액도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을 조건으로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냈지만 정부가 전날(27일) 보도자료를 통해 거절 의사를 표하면서 협상이 파행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측은 정부 측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과거에는 정부 측에서 절충안을 만들어 협상이 진행됐는데 지금 정부는 협상의 의지가 없다. 이런 정부는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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