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찰보증금 깎아드릴게요”… 낮아지는 정비사업 수주 문턱

김송이 기자 2022. 11. 2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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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00억원까지 올랐던 정비사업 입찰보증금이 낮아지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에 수백억원을 현금으로 내는 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조합은 입찰보증금을 사업 추진비로 쓰는데, 이행보증보험증권 방식을 통해 보증금 납부 시기를 늦춰주는 건 그만큼 시공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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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00억원까지 올랐던 정비사업 입찰보증금이 낮아지고 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건설사들이 ‘선별수주’를 이어가자 수차례 입찰에도 시공사를 찾지 못한 조합들이 늘어나고 있는 영향이다.

서울 시내 분양 예정 아파트 단지 공사현장 모습 / 연합뉴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영등포구 남성아파트는 최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 공고를 냈다. 이번이 네 번째 입찰인 남성아파트의 입찰보증금은 50억원으로, 첫 공고(90억원) 대비 약 44% 낮아졌다.

앞서 지난 9월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우동3구역도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입찰보증금을 기존 700억원에서 600억원으로 100억원 인하했다. 6차례 입찰을 진행할 만큼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서울 주요 정비사업지역의 입찰보증금도 작년보다 다소 낮아졌다. 이달 초 대우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한 서울 용산구 한남2구역의 입찰보증금은 800억원으로, 공사비(7900억원)의 약 10% 수준이다.

인근 주요 정비사업장과 비교하면 한남 2구역은 입찰보증금 문턱을 낮춘 편이다. 작년 말 시공사를 선정한 인근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조합은 입찰보증금으로 공사비의 16.1%에 달하는 1000억원의 현금을 요구했다.

전액 현금을 요구하는 조합이 주류였던 작년과 달리, 입찰보증금 지급 방식도 건설사 입장에서 다소 편해졌다. 현금 대신 이행보증보험증권으로 전액 입찰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거나, 병행하도록 하는 조합도 많다. 이행보증보험증권은 추후 조합이 정한 시일 내에 해당 금액을 납부한다는 보증을 받은 증서를 의미하다.

서울 중구 신당8구역 재개발 조합이 대표적이다. 신당8구역 조합은 입찰보증금으로 350억원을 책정했는데, 현금 200억원과 이행보증보험증권 150억원으로 나눠 내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7일 마감한 입찰에 포스코건설 단 한 곳만 참여해 시공사 선정이 불발됐다.

입찰보증금은 낙찰자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 경우를 대비해 거두는 돈으로, 사업 지연으로 발생하는 손해를 보증하는 역할을 한다. 과거 입찰보증금은 공사비의 5% 수준이었는데, 지난 2년간 주택 시장이 호황기를 맞으면서 전체 공사비 대비 입찰보증금 비율도 10~20%로 훌쩍 넘었다.

조합들이 입찰 문턱을 낮추는 이유는 건설사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공사비가 1조원을 넘는 지방 정비사업장은 물론 수도권 핵심지의 정비사업장들도 시공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은 분양 시장이 위축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마저 어렵게 되자 입찰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엔 입찰보증금이 공사비의 5%도 되지 않는 사업장도 나타났다. 공사비만 1조2000억원이 넘는 울산 B04 재개발 구역은 입찰보증금으로 사업비의 단 2.5%인 300억원을 책정했다. 그러나 지난 8월과 이달, 두 차례 진행된 입찰에도 입찰에 참여한 건설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요즘 같은 시기에 수백억원을 현금으로 내는 건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면서 “조합은 입찰보증금을 사업 추진비로 쓰는데, 이행보증보험증권 방식을 통해 보증금 납부 시기를 늦춰주는 건 그만큼 시공사에 유리한 방식으로 입찰을 진행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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