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獨 싸토리우스 , 3억 달러 통 큰 투자...“한국서 바이오 ‘소·부·장’ 리더십 발판 마련할 것”

김양혁 기자 2022. 11. 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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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상 싸토리우스코리아 대표 인터뷰
12월 총 3억 달러 규모 생산·연구시설 착공
“삼성 반도체로 산업 성장…바이오 생태계 조성”
“한국 잠재력 인정해 대규모 설비투자”
“바이오 의약품 생산 1위, 10년 소·부·장 리더십 확보”
김덕상 싸토리우스코리아 대표.

독일의 생명과학기업 싸토리우스가 3억 달러를 투자해 인천 송도에 짓기로 한 대규모 생산·연구시설이 오는 12월 착공에 들어간다. 이를 두고 한국이 세계 바이오 의약품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의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작은 도전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액은 당초 알려진 1억달러보다 2억달러가 더 늘었다. 이는 새 공장 부지 인근에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역량을 갖춘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 공장에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과 가능성을 높게 평가한 결과다.

김덕상 싸토리우스코리아 대표는 “송도에 들어설 시설에 투입되는 구성 요소들을 국내서 조달할 예정”이라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으로 국내 관련 산업이 함께 성장해왔듯이 송도 시설이 완공되면 국내에도 바이오 소·부·장 생태계가 자연스레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제약·바이오산업에서도 소·부·장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제약·바이오 소·부·장은 독일 싸토리우스, 머크와 미국 써모피셔, 싸이티바 등이 톱 티어로 꼽힌다. 모두 국내 소·부·장 확대를 위해 투자 계획을 밝혔으며, 이 중에서도 싸토리우스가 가장 큰 금액을 투자할 전망이다. 싸토리우스 역사상 단일 규모 해외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송도 시설은 오는 2025년 상반기 상업화를 위한 가동을 목표로 한다. 수백명의 고용 계획도 세웠다.

인천 송도에 들어설 싸토리우스 사옥 조감도. /싸토리우스

김 대표는 “국내에 가장 큰 CDMO가 있고 다국적 회사까지 들어와 협력사를 늘리다 보면 10년 내에는 의약품 제조업에 소·부·장 리더십까지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싸토리우스는 1870년 독일에서 설립된 생명과학 분야 연구와 공정 관련 제품, 장비 등을 공급하고 관련 기술 서비스를 지원하는 기업이다. 세포, 바이러스 등을 배양하거나 바이오의약품 정제에 사용하는 ‘일회용 백’, 배양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물질을 주성분으로 해 필요한 물질을 넣어 혼합한 ‘세포배양 배지’, 의약품의 불순물과 유해균을 제거하는 ‘제약용 필터’, 특정 성분을 선택적으로 통과시켜 혼합물을 분리할 수 있는 막인 ‘멤브레인’이 대표 품목이다.

모두 세계에서 1~3위 점유율을 기록한다. 국내외 제약·바이오 기업 대표들이 “싸토리우스 제품 없이 생산이 불가능하다”라고 언급하는 배경이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는 세계 200개 이상 기업이 싸토리우스 제품을 사용 중이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싸토리우스는 독일 내 풍부한 연구인력을 바탕으로 성장해왔다. 독일의 대학도시인 괴팅겐 심장부에 설립됐다. 이곳은 노벨상 수상자를 40명 이상 배출할 정도로 과학기술분야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싸토리우스 역시 이곳 대학에서 스핀오프로 시작한 회사다.

독일 괴팅겐에 위치한 싸토리우스 본사 전경. /싸토리우스

국내에는 1990년 싸토리우스코리아로 가장 먼저 진출한 뒤 2005년 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과 지난해 싸토리우스코리아오퍼레이션을 추가로 설립했다. 2005년 4억8000만원에 불과했던 회사 매출은 지난해 기준 19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내부에선 올해도 성장을 이어가 2300억원 수준으로 늘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는 3개 법인을 모두 이끌고 있다. 송도 투자는 싸토리우스코리아오퍼레이션이 담당한다. 그는 건국대에서 미생물공학을 전공한 뒤 고려대에서 생명공학 박사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과정을 밟았다. 싸토리우스 법인 외 이화여대 약학과 겸임교수와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이달 22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싸토리우스 사무실에서 김 대표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一싸토리우스가 무슨 사업을 하는 곳인지 궁금하다.

“독일 대학도시인 괴팅겐 중심에 위치한 기업으로 무엇을 하는 곳이냐 묻는다면 제약·바이오 연구와 생산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파트너다. 한국에는 3개 법인(싸토리우스코리아·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싸토리우스코리아오퍼레이션) 법인이 있으며 국내 진출은 30년이 넘었다. 싸토리우스코리아오퍼레이션은 송도공장 설립을 위해 신설한 법인이다.”

一싸토리우스코리아바이오텍과 싸토리우스코리아 대표를 맡고 있다. 싸토리우스에 합류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다국적 제약사인 애보트에서 근무하다가 싸토리우스에 입사했다. 바이오를 전공했고 국내 법인 설립과 시장 개척 업무를 맡았다.”

一주요 제품들은 무엇이 있는가.

“세포 배양에 필요한 일회용 백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세계 1위다. 기존 탱크에서 세포를 배양하면 한 번 생산하고 난 뒤 배양이 끝나면 잔여물을 다 씻어 내야 한다. 물 사용량이 많고, 세척 과정에서는 생산도 할 수 없다. 백을 활용하면 물 사용량도 줄고, 지속 생산도 가능하다. 초기 투자 비용이 탱크와 비교해 적다는 점과 생산공정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세포 배양기, 바이오리액터, 제약용 필터도 생산하며 모두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제품들이다.”

一코로나19로 바이오 소·부·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회사의 외형 성장에도 크게 기여했을 것 같다.

“굉장히 득을 크게 봤다. 지난해 말 기준 시가총액 374억유로, 매출 34억5000만유로를 기록했다. 2019년과 지난해까지 코로나19 연평균 37%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 단적으로 지난 1년 간 인력이 4000명 이상 늘었다.”

싸토리우스 주요 제품군. /싸토리우스

一국내 바이오 소·부·장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것 같다. 향후 리더십 확보에 대한 전망이 궁금하다.

“12월부터 착공에 들어가면 설비와 생산에 필요한 품목을 국내서 조달할 예정이다. 국내도 해외기업이 만드는 품목을 만드는 회사가 생길 것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을 하며 국내 관련 사업이 커졌다. 정부도 정책 자금을 들여 육성하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단시간에 국내 기업을 경쟁력 있게 육성하기는 힘들다. 굉장한 노하우가 필요한 산업이다. 국내에는 이런 노하우와 데이터도 없다. 그러나 지금은 가능성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을 합치면 한국이 바이오의약품 생산 1위다. 가장 큰 시장이다. 본사가 한국 투자를 어럽지 않게 결정한 이유다. 국내서 품목을 차근차근 조달하면 자연스레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다. 국내에 여러 회사가 생기면 10년 내 바이오의약품 제조와 소·부·장 리더십을 가져갈 수 있을 것이다.”

一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싸토리우스의 강점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경쟁관계에 있는 회사들이 직접적으로 겹치는 품목은 많지 않다. 다만 싸토리우스는 대규모 인수합병(M&A)으로 지속해서 성장해왔다. M&A 원칙이 확고하다. 보완 제품 또는 기술 포트폴리오와 시장 톱 3, 차별성을 가지는지를 보며, 2~3년 내 상업화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본다. 특히 인수 회사들을 보면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 제약 원료 회사는 인수할 수 있지만, 제약사는 인수하지 않는다. 고객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원칙 때문이다.”

一지난 9월 독일 본사가 영국 알부메딕스를 4억1500만파운드에 인수했다. 국내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M&A였는지 궁금하다.

“알부메딕스는 재조합 알부민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혈액이 아닌 유전자 재조합을 이용해 대장균, 효모에서 알부민을 만든다. 알부민은 세포치료제, 첨단 재생의료 쪽에 활용될 것이다.”

一지난해 인천 송도에 3억달러 규모 바이오 원자재 생산 시설 투자를 발표했다.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

“12월부터 착공에 들어간다. 총사업비는 3억달러 규모가 투입될 것으로 보인다. 본사가 진지하게 가능성을 보고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는 것이다. 건축도 공장이 아니라 강남 한복판 빌딩과 외관에서 경쟁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건물을 지을 것이다. 대지면적이 8000평 정도 되는데, 수백명 규모의 고용 창출 효과도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총 공사 기간은 3년이다. 세포배양 배지, 일회용 백, 멤브레인 등을 생산하고, 바이오 공정 전문 교육도 할 것이다.”

一송도공장 설립 의의에 대해 설명해달라.

“3억달러를 투자해 공장을 지으면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바이오 소·부·장은 결코 인건비가 저렴한 산업이 아니다. 한국은 하이텍 제조 강국으로, 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속도 면에서도 따라올 수 없다. 공장 가동을 본격화하면 본사도 놀랄 것이다. 한국을 핵심 생산 기지화할 것이다. CMO는 1위를 했는데 소·부·장도 1위가 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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