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이 이성민의 싱크율 높은 괴물 연기를 싫어합니다[TV와치]

김범석 2022. 11. 2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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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부정한 어깨와 걸음걸이, 날카로운 눈빛과 얼굴 음영까지. 누가 봐도 그분입니다."

뜨거운 연기를 뜨겁게 하는 배우는 많지만, 이성민처럼 차갑게 또는 미지근하게 강약 조절할 줄 아는 배우는 흔치 않다.

극 중 그가 뿜어내는 아우라와 포스가 매력적으로 그려지는데 자칫 이 드라마가 교묘하게 재벌가를 미화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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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김범석 전문기자]

“구부정한 어깨와 걸음걸이, 날카로운 눈빛과 얼굴 음영까지. 누가 봐도 그분입니다.”

대기업에서 장기 근속한 60대 전직 임원은 ‘공교롭게 방송사가 JTBC네요’라며 흥미로워했다. 그리곤 “뉴스룸 손석희 앵커에 이어 드라마까지 S를 이렇게 정면으로 다루고. 세상 참 많이 좋아졌습니다. 유연해진 거겠죠”라고 말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대한 감상평이었다.

동명 웹소설에서도 그룹 S와 H가 언급된 만큼, 각본 과정에서 이를 어떻게 녹여냈을까, 현실과 얼마만큼 타협했을까 궁금했는데 이 정도면 수준급이다. 전체적으로 S를 연상시키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데 성공했고 여기에 다른 재벌가 에피소드를 여럿 끌어들이며 픽션의 묘미를 잘 살려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극 중 순양가 진양철(이성민) 회장의 3남이다. 진도준(송중기)의 부친이기도 한 윤기는 그룹 승계 구도에서 멀어진 채 영화 사업을 하는데 이는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의 아들 얘기다. 이렇게 ‘재벌집’은 사실과 허구를 양념통닭 소스 버무리듯 능청스럽게 섞어가며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우상향하던 시청률은 어느새 15%를 넘었고 이 추세라면 20%도 시간문제다.

일등 공신은 역시 이성민이다. 연기 잘하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영화 보는 것 같다’라는 극찬이 나올 만큼 화면 장악력이 대단하다. ‘미생’(2014년) 영화 ‘공작’(2018년) 이후 또 하나의 인생작이 될 듯싶다. 송중기에게 센터링을 올려주는 윙일 줄 알았는데 막상 판이 펼쳐지니 골 넣는 스트라이커였다. 적어도 이 문제작에서 투 샷으로 붙을 때 이성민을 당해낼 자는 별로 없어 보인다.

서울 세종로에서 하차하는 첫 등장 신부터 11월 27일 방송된 6회 ‘우리 장손, 어디 설욕 한번 해보겠나?’라며 승부욕을 건드리는 엔딩 신까지 거의 모든 장면이 연기 교본으로 써도 될 정도다. 뜨거운 연기를 뜨겁게 하는 배우는 많지만, 이성민처럼 차갑게 또는 미지근하게 강약 조절할 줄 아는 배우는 흔치 않다.

극 중 그가 뿜어내는 아우라와 포스가 매력적으로 그려지는데 자칫 이 드라마가 교묘하게 재벌가를 미화하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권력이 칼춤을 추면 쓰러지는 척해줘야 한다’라고 훈수를 두거나 독대한 대통령에게 ‘아진자동차를 인수하게 해달라’며 빅딜을 추진하는 모습, 혼자 플래시를 비추며 자동차 엔진을 점검하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었다.

마치 ‘그분’을 실물 영접하고 온 것 같은 높은 싱크율은 완벽한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일관되게 몰아붙이는 패기, 치밀하게 계산된 디테일의 총합이다. 자주 입고 나오는 카디건은 의상팀의 조력이지만 안경은 소품팀과 이성민의 합작품이라는 전언. 이런 노력과 탁월한 솜씨 덕에 극 중 불안한 후계자 윤제문보다 불과 두 살 많음에도 호랑이 같은 아버지 연기가 자연스러워 보인다. 대단한 착시다.

(사진=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뉴스엔 김범석 bskim129@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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