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등장한 김정은 딸…달라진 '호칭', 행사 '조기교육' 의미는?

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2022. 11. 28.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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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요약
노동신문에 15장이나 공개된 김정은 딸 김주애 사진
'존귀하신 자제분',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처럼 달라진 표현
때문에 '4대 세습 본격화' 해석도 나오지만 아직 신중론 커
올해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너무 어린데다 여권 낮은 북한에서?
"우상화 징후 없다", "미래 세대 안전 ICBM으로 보장한다는 이미지"
연합뉴스

27일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화성-17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은 기사를 보면 그의 딸이 또 등장했다. 지난 19일 이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공개보도에 이어 2번째다.

국가정보원은 이 딸이 2013년에 태어난 2번째 자녀인 '김주애'로 판단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칭하는 말이 달라졌다. 북한과 같은 체제에서 회의 주석단에 앉은 순서, 줄지어 서 있는 가운데 몇 번째에 있었는지, 칭호 등은 그 사람의 지위를 말해 주기도 한다.

먼저, 지난번 보도에서 김주애를 '사랑하는 자제분'이라고 칭하던 내용이 '존귀하신 자제분'이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그의 어머니이자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의 경우 '리설주 여사'로 표기하다가, 2018년 4월 '존경하는 리설주 여사'라는 호칭이 생겼다. 단순히 '리설주 여사'로만 표기하는 일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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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붙은 호칭이 있다. 노동신문은 이날 국방과학원 미사일 부문 관계자들의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충성의 결의 편지'를 공개했는데, 이 편지는 김주애에 대해 김정은이 '제일로 사랑하시는 자제분'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말 그대로, 김정은의 세 자녀 가운데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자녀가 김주애라는 얘기다.

이 편지에선 '백두의 혈통만을 따르고 끝까지 충실할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는데, 전형적인 북한식 표현이지만 함께 공개된 김주애의 모습과 함께 비춰보면 의미를 또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김정은의 딸인 김주애 또한 백두혈통인 만큼, 해석하기에 따라선 그에게도 충성을 바치겠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어서다.

글에는 보이지 않는 특징이 더 있다. 사진이다. 19일자 노동신문은 2면과 3면에서 김정은과 김주애가 함께 있는 사진을 6장(팔만 나온 것 포함) 공개했다. 그런데 27일자 노동신문은 1면과 2면에 김정은과 김주애가 함께 있는 사진을 15장 공개했다.

김주애는 지난번에는 흰색 패딩점퍼를 입고 앞머리를 내려 그 나이 또래 한국 어린이들과 비슷한 패션을 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검은 코트를 입고 머리를 다른 방식으로 매만진 모습이 눈에 띈다. 어머니 리설주의 스타일을 닮았다. 어떤 이미지를 노리는지까진 확실치 않아도 변화를 준 것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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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연구소 정성장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 매체가 이처럼 김주애 띄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김주애의 공개에 대해 '즉흥적인 결정'일 가능성을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여러 명의 자녀가 있을 경우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이를 후계자로 내세우는 것은 당연하니, 김주애가 앞으로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것임을 보다 명확히 했다"고 말했다.

다만 언뜻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아직 더 많다. 먼저 북한은 이른바 '남존여비', 즉 여성 인권 수준이 매우 낮은 사회다. 21세기에 4대 세습 자체만으로도 부담이 적지 않은데 아들이 아닌 딸을 내세우는 일은 더 부담이 될 수 있는 이유다.

정 센터장은 "아들이 아닌 딸을 4대 지도자로 내세우는 것에 대해서는 김정은도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신형 ICBM 시험발사 성공 현장에 김주애를 대동하고 나옴으로써 그에 대한 북한 간부와 주민의 충성심이 그의 딸에까지 이어지도록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김주애는 2013년생, 한국이라면 초등학교 3학년 정도 나이다. 후계자 수업을 본격적으로 받는다고 보기엔 너무 어리다. 1952년생으로, 1974년 육영수 여사 사망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수행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도 최소한 성인은 된 상태였다.

김정은의 경우를 보면 공식 석상 첫 등장은 2010년 9월 노동당 3차 대표자회였으며, 당시 맡게 된 보직이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1984년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 나이로 스물일곱 살 때다. 최소한 의무교육과 대학 교육은 끝냈다는 얘기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북한이 김주애로의 4대 세습을 본격화했다는 분석에 신중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이 더 크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8일 있었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에 참여했던 공로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고 27일 보도했다. 사진은 기념촬영에 동행한 김 위원장의 둘째 딸 김주애가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과 악수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은 장창하가 화성17형 개발 과정의 공로를 인정받아 '대장'으로 승진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북한대학원대 양무진 교수는 "화성-17형 시험발사장에 이어 이번 기념촬영에도 딸이 등장한 것은 미래세대 안전을 위한 국방력 강화 기조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암시한다"며 "후계자(로 내세우는 일)에 방점이 있다면 사진과 함께 우상화가 동반해야 하지만, 그런 징후는 없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는 "김주애의 동행은 화성-17형이 백두혈통을 지키고 현재와 미래세대 안전을 지킨다는 점에 방점을 뒀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계기에 딸을 동행시켜 선전선동 수단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통일연구원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적자 상속 체제인데다, 김정일과 김정은의 경우를 봐도 군 관련 경험이 있어야 하는데 여성은 그러기가 힘들다"며 "더욱이 진짜 후계자라면 (김정은의 경우처럼) 완전히 낙점되기 전까지는 공개하지 않고 신변에 제약을 가하면서 보호할 텐데 지금처럼 굳이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의 '충성의 맹세' 편지에 '조국과 후대들을 위하여 우선 강해지고 보아야 한다고 하시던 경애하는 (김정은) 총비서 동지'라는 표현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후대 미래 세대 안전을 화성-17형 성공을 통해 달성했다는 메시지이며 가족과 자식 동반으로 '사회주의 대가정'론에 입각한 결속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정치·군사 등 딱딱하거나 호전적인 이미지가 두드러질 수 있는 분야에서 공개 활동을 할 때 이를 어느 정도 누그러뜨리기 위해 딸을 활용하는 방법을 썼다는 얘기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생전에 딸 박근혜를 활용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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