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2.told] 김민재-황희찬 모두 결장? 대안을 찾아야 하는 벤투호
[포포투=정지훈(카타르 도하)]
통역 실수로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벤투 감독의 입에서 김민재와 황희찬이 모두 나오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김민재는 출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라는 말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불안함을 지울 수 없다. 대안을 찾아야 하는 벤투호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은 28일 오후 10시(한국시간) 카타르 알 라이얀에 위치한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2차전에서 가나를 상대한다. 한국은 지난 1차전에서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와 0-0으로 비기면서 16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갔다.
가나와 2차전은 사실상 16강 진출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나를 잡는다면 1승 1무로 16강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지만 패하거나, 무승부를 거둔다면 16강 진출이 사실상 어려워진다.
워낙 1차전에서 경기력이 좋았기 때문에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고, 벤투호의 분위기도 좋다. 그러나 걱정스러운 것도 있었다. 바로 부상. 특히 벤투호 공수의 핵심인 황희찬과 김민재의 부상 소식이 우려스럽다.
경기를 하루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해프닝도 있었다. 황희찬, 김민재의 부상 소식을 전해달라는 말에 벤투 감독은 “지금 현재로 봤을 때 김민재가 주전으로 뛰기는 어려울 수도 있지만 내일 출전은 가능하다. 다만 내일까지 상황을 보고 결정하려고 한다. 황희찬 같은 경우에는 못 뛸 것 같다”고 답했지만 통역의 실수로 두 선수 모두 출전하지 못한다고 전해졌다.
순식간에 기자회견장의 분위기가 어수선해졌다. 이에 이상함을 눈치 챈 벤투 감독이 영어로 다시 답변을 하면서 “황희찬은 출전이 불가능하고, 김민재는 내일 결정하겠다”는 말로 바뀌었다.
김민재가 출전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소식은 기쁘지만 최악의 경우는 달라지지 않았다. 벤투호 공수의 핵심인 두 선수가 모두 나오지 못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두 선수는 지난 9월 A매치 경기에서 두 경기 모두 선발 출전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핵심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 벤투호에서 두 선수의 역할이 워낙 컸기 때문에 큰 공백이 예상된다. 특히 수비의 핵심인 김민재가 빠졌을 때 수비 라인이 거침없이 흔들렸기 때문에 우려가 더 큰 상황이고, 황희찬의 공백 역시 지난 우루과이전에서 느낄 수 있었다.
# 황희찬의 대체자는 나상호 유력, 김민재는?
일단 황희찬의 대체자로는 나상호가 주목받고 있다. 사실 나상호는 벤투호에서 가장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이었다.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며 그 누구보다 헌신하고 있지만 공격 포인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비판의 이유였다.
그러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지난 우루과이전에서 황희찬을 대신해 선발 출전한 나상호는 특유의 왕성한 활동량과 빠른 스피드를 무기로 우루과이의 측면을 공략했고, 헌신적인 플레이로 전문가들과 팬들의 찬사를 받았다. 단 한 경기만으로 ‘비판’을 ‘찬사’로 바꿨는데, 이번 가나전에서도 선발 출전이 유력하다.
또 다른 대안도 있다. 권창훈, 정우영(프라이부르크), 송민규, 이재성이 그 주인공이다. 이 선수들 모두 측면과 중앙 모두에서 활약할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우측 윙어로 나설 수 있다.
김민재의 대안은 사실상 없다. 그러나 꼭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 빌드업보다는 스피드가 빠르고, 맨 마킹이 좋은 센터백이 필요하다. 가나에는 이냐키 윌리암스, 아예우 형제, 타리트 램프티 등 스피드가 빠르고, 수비 공간 침투에 능한 공격수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공중볼과 빌드업에 강점이 있는 권경원 보다는 맨 마킹에 능한 조유민의 투입이 예상된다. 조유민은 센터백 치고 큰 키는 아니지만 위치 선정, 빠른 주력, 예측 능력, 태클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어 김민재가 나오지 못했을 때 유력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다.
# 3백? 4백? 4-4-2? 전술 변화도 가능하다
벤투 감독은 이번 가나전을 앞두고 ‘우리의 추구’를 강조했다. 후방 빌드업, 세밀한 패스 플레이, 전방 압박, 유기적인 움직임을 중심으로 상대를 지배하는 축구를 계속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전술 변화 가능성도 남아 있다. 큰 틀에서 축구 스타일을 유지한 채 다양한 변화를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김민재가 빠진다면, ‘플랜B’로 대비했던 3백 카드도 꺼내들 수 있다. 김영권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권경원과 조유민을 배치하는 전술이다. 좌우 측면 수비수들이 공수 모두에 기여하고, 3명의 미드필더를 둬 중원 싸움에서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공격에서는 투톱을 사용해 손흥민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
4-4-2도 가능하다. 벤투 감독이 즐겨 사용했던 전술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의 득점력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최전방 공격수로 배치하는 것인데, 손흥민이 상대와 거친 경합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활동량’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 이를 위해 전방에서 활동량이 많고,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는 조규성의 출전 가능성이 있다.
조규성의 컨디션은 최상이다. 그동안 벤투호의 간판 공격수는 유럽 무대에서 뛰는 황의조였지만 이번 시즌 올림피아코스로 이적한 후에는 부진을 거듭하고 있고, 소속팀에서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하며 경기 감각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반면, 조규성은 소속팀 김천 상무와 전북 현대에서 엄청난 활약을 펼치며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했고, 최상의 컨디션을 이어가며 황의조의 대체자로 기대를 모으게 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두 선수 모두 출전이 가능한 몸 상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벤투호고, 가나전은 다른 것보다 승리가 중요한 경기다.
정지훈 기자 rain7@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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