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층건물 불 났을때 생명 지키려면? 소화기로 긴급진화, 완강기로 탈출

이문수 2022. 11. 28.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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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한 일상] 광나루시민안전체험관 방문기
소화기 핀뽑기 전 압력게이지 확인
분사시간 15초 내외 발화지점 집중
집 안에선 현관·부엌에 1개씩 비치
고층아파트서 연기로 출구 봉쇄땐
완강기 사용 창밖으로 천천히 하강
지지대 흔들리지 않는지 꼭 점검을 
 

22일 서울 광진구 광나루시민안전체험관에서 기자가 화재 발생 때 완강기로 비상 탈출하는 체험을 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우리 사회에 여러가지 교훈을 남겼다. 그중 하나가 ‘평소 생활 안전에 관심을 둬라’는 것이다. 편안한 집이나 사무실이 안전할 것 같지만 재난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특히 고층건물에서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소화기와 완강기가 생명을 지켜줄 필수품이 된다. 이것의 사용법을 배우고자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서 운영하는 광진구 광나루시민안전체험관을 찾았다.

●소화기는 현관과 부엌 쪽에 비치하세요

“기자님 이렇게 핀 뽑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면 초기 화재 진압에 실패하는 겁니다.”

22일 오후 4시 광나루시민안전체험관 2층. 소화기 하나는 잘 다룰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건만 실습을 돕는 안은혜 교수요원의 지청구를 피할 순 없었다. 첫번째 단계인 핀을 뽑는 것부터 난항을 겪고 말았다.

“이래서 실제로 해보는 것이 중요한 겁니다. 핀을 뽑을 땐 한손으로 본체를 잡고, 다른 손으로 핀을 뽑아야 해요. 손잡이를 잡은 상태에서는 절대 뽑히질 않아요.”

사실 핀을 뽑기 전 꼭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바로 압력 게이지다. 화살표가 녹색으로 표시된 정상압력 범위 안에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압력이 높으면 자칫 터질 수도 있고, 낮으면 제대로 분사가 안될 수 있어서다.

핀을 뽑았다면 이제 화재가 난 곳을 향해 호스를 대고 뿌릴 차례. 쉬워 보이지만 이때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소화기 분사 시간은 길어야 15초 내외. 이 짧은 순간에 당황해서 무작정 흩뿌려서는 안되고 불이 난 지점에 집중적으로 쏴야 한다.

소화기는 말 그대로 긴급 진화용이다. 이것을 쓰고도 불길이 성인 키의 허리 이상 올라갈 정도로 세졌다면 과감하게 도망치는 게 바람직하다.

집 안에 소화기는 몇개 있는 것이 좋을까. 안 교수요원은 2개라고 답했다.

“한 개는 현관에 놓는 게 좋습니다. 현관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탈출구니깐 진화를 하다 어렵다 싶으면 빠져나가야 하잖아요. 그리고 나머지 한개는 부엌에 놓아두세요. 화기를 가장 많이 쓰는 장소니깐요.”

가정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3종분말소화기’다. 인산암모늄으로 구성돼 있으며 일반·유류·전기화재 모두에 대처할 수 있다.

집 안에 먼지가 켜켜이 쌓인 소화기에 다시 관심을 줄 필요도 있겠다. 소화기도 여느 제품처럼 사용기한이 있다. 제조연월부터 10년이 넘었다면 교체하는 것을 권한다.

안 교수요원은 “기기가 10년이 넘어가면 내용물이 아예 분출되지 않거나 약하게 나올 수 있으니 반드시 제조연월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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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강기 차고 급하게 뛰어내리지 마세요

건물 안에 있는데 현관 쪽에 불이 났거나, 복도에 연기가 심하게 나서 출구가 봉쇄됐다면? 그렇다면 완강기를 활용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완강기를 한글자씩 뜯어보면 ‘느리게 내려가도록 도와주는 기구’라는 뜻이다. 고층 아파트 등에서 완강기를 타면 속도를 조절하며 땅에 안전하게 착지할 수 있다.


먼저 완강기 구조를 살펴보자. 완강기 지지대 옆엔 작은 상자가 놓여 있기 마련이다. 이 상자 안에는 릴과 조속기·후크가 들어 있다. 릴엔 내려갈 때 쓰는 로프와 벨트가 감겨 있고, 후크는 조속기와 지지대를 이어주는 고리다. 조속기는 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맡는다.

안 교수요원의 지도 아래 실제 완강기를 타보기로 했다. 그의 지시대로 지지대·후크·조속기· 로프를 연결한다. 그다음 로프를 아래로 늘어뜨린다. 마지막으로 지지대를 바깥으로 향하게 하고, 원형으로 된 벨트를 겨드랑이에 걸친 후 내려갈 준비를 마친다. 막상 하강하려니 심장박동 속도가 빨라진다.

내려갈 때 숙지해야 할 사항이 몇개 더 있다. 급하게 뛰어내리다간 반동 탓에 벽에 부딪혀 다치기 십상이다. 천천히 한발씩 발을 떼고, 손을 외벽에 붙인 상태에서 하강을 시도하면 된다.

“실제 완강기를 쓰기 전 지지대가 흔들리지 않는지, 약한지 등을 꼭 점검하십시오. 지지대가 약하다면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을 암시하는 거예요. 또 두 팔을 벌리면 벨트에서 몸이 빠질 우려가 있으니 이 점 또한 주의해야 합니다.”

사회에 만연한 안전 불감증을 지적하는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일 만하다. 화현근 광나루시민안전체험관장은 “재난은 누구에게나,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면서 “평소 소화기나 완강기 사용법을 완벽하게 익히고 있어야 실제 닥쳤을 때 당황하지 않고 재난을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문수 기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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