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일상] 쳐다만 볼건가요? 살려야죠!…응급상황 이렇게 대응하세요

서지민 2022. 11. 28. 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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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인천지사 응급처치 교육현장
이태원 참사 이후 관심 더 높아져
압사사고 기본 대처방법부터 교육
“천천히 대각선 방향으로 움직여야”
촌각 다투는 심정지땐 심폐소생술
기도에 음식물 걸리면 하임리히법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지사에서 응급처치 일반과정 수강생들이 마네킹을 활용해 ‘심폐소생술’을 배우고 있다. 인천=현진 기자


최근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서 보듯 재난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누구나 갑작스러운 돌발상황이 생기면 머리가 하얘지거나 우왕좌왕하며 당황하게 된다. 주변에 ‘응급처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없어 인명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자칫 사상자가 생기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기자가 직접 응급처치를 배우러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지사를 찾았다. 또 긴급할 때 필요한 재난가방 싸는 방법도 알아본다.

“도와주세요! 119에 신고해주세요!”

누군가 갑자기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면? 운 나쁘게 기도에 걸린 음식물, 갑자기 발생한 심정지 등 응급상황은 일상 속 어디든 도사리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최소한의 응급처치는 상식으로 꼭 알고 있어야 한다.

아침 이른 시간인데도 대한적십자사 인천광역지사엔 20명 넘는 사람이 모여들었다. 이날은 ‘응급처치 일반과정’ 수업이 있는 날이다. 하루 동안 심폐소생술(CPR), 하임리히법, 붕대 감는 법, 119에 신고하는 법 등을 배운다. 이론 3시간, 실습 5시간을 듣고 간단한 평가를 통과하면 수료증을 받는다. 이 증서는 응급상황이 닥쳤을 때 “저는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사람입니다. 제가 도움을 드려도 괜찮을까요?”라고 환자 동의를 구할 때 유용하다.

조명자 인천광역지사 본부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응급처치에 관심이 높아져 강의 일정을 두배로 늘렸다”며 “평소 몸에 배어 있는 대응 감각이 중요하기 때문에 2년에 한번씩 동일 과정을 이수하며 수료증을 갱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태원 참사 여파로 수강생이 늘어난 만큼 수업에서는 가장 먼저 ‘압사 사고 예방법’부터 가르쳤다. 강의실 앞 화면에선 당시 참혹한 현장을 보여주는 영상이 재생됐다. 갑자기 인구 밀집도가 높아져 옴짝달싹 못하게 됐을 땐 양팔을 내 가슴 앞으로 가져와 앞사람과 간격을 만들어야 한다. 그다음 양발에 힘을 최대한 줘 몸의 중심을 잡고 천천히 대각선 방향으로 조금씩 벽 쪽으로 걸어나가면 된다. 이날 강의를 맡은 김용선 강사는 “어렵지 않은 방법인데 참사가 일어나기 전엔 압사 위험이 잘 알려지지 않아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이제라도 기본적인 대처법에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둬 다행”이라고 했다.

마네킹에 심장충격기 패드를 붙이고 있다.


응급상황 가운데 가장 촌각을 다투는 건 심정지다. 이럴 땐 ‘심폐소생술’이 필요하다. 이는 환자의 심장 박동이 멈췄을 때 인공적으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응급처치법이다. 김 강사는 “심정지는 70% 이상이 일상생활에서 일어나는데 골든타임이 4분밖에 안된다”며 “환자를 최초로 목격한 사람이 CPR을 제대로 실행하면 환자가 살아날 확률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3배 이상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지금 배우시는 분이 사명감이 있어야 한다”고 김 강사가 말하자 실습하는 참가자 눈빛이 자못 진지해졌다. 먼저 환자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첫 단계. 쓰러진 사람의 어깨를 두 손으로 내리치며 큰 소리로 “괜찮으세요? 제 말 들리세요?”라고 물어본다. 가장 예민한 감각이 청각이라 끊임없이 큰 소리로 의식을 깨워줘야 한다. 의식이 없고 호흡도 거의 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면 ‘가슴 압박’에 들어간다. 상대 가슴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가슴뼈 아래쪽 가운데 부분에 왼손을 펴서 올린다. 오른손은 그 위에 평행하게 겹쳐 깍지를 끼고 5㎝ 깊이로 가슴을 압박한다. 이렇게 1분당 100회 정도 반복한다.

김 강사는 “팔과 몸통을 직각으로 유지해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우리나라에서 119가 오는 시간은 평균 15분이니 이 시간 동안은 쉬지 않고 가슴 압박을 할 수 있도록 연습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한 수강생이 영아 마네킹으로 기도 폐쇄 때 요긴하게 쓰이는 ‘하임리히법’을 실습하고 있다.


심폐소생술만큼이나 응급상황에서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하임리히법’이다. 음식물 같은 이물질이 기도를 막아서 호흡이 어려울 때 사용한다. 김 강사가 한 수강생을 불러 시범을 보였다. 김 강사는 환자 역할을 맡은 수강생 뒤로 가서 허리를 90도로 숙이게 한다. 그다음 환자 배꼽 위에 왼쪽 손을 주먹 쥐어 올리고 오른손으로 감싸 쥔다. 옆에서 보면 쓰러진 사람을 뒤에서 끌어안은 형태다. 이 상태에서 팔에 강하게 힘을 줘 대각선 방향 위로 올리며 당겨준다. 힘을 줄 때마다 이물질이 조금씩 위로 올라오는 원리다. 따라서 한두번이 아닌 10회 이상 지속해서 힘을 줘야 한다.

꼭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순간이 아니더라도 응급처치가 필요한 순간은 많다. 산에서 돌부리를 잘못 밟고 넘어져 정강이가 부러졌다면 다친 부위에 부목을 대야 한다. 주변에서 길쭉한 나뭇가지를 주워 골절된 부분이 더이상 흔들리지 않게 잘 잡아준다. 실수로 농약을 마셨다면 최대한 물을 많이 마셔서 독성을 희석해주고 신속하게 119에 신고해야 한다. 119에 전화할 땐 정확한 위치와 상황을 설명하고 안전대원이 전화를 끊기 전까진 먼저 통화를 종료해선 안된다.

이날 수업을 듣고 수료증을 받은 우성찬씨(28)는 “이태원 참사 후 회사 내 응급처치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한명은 있어야 한다는 분위기가 생겨 인사팀 소속인 제가 수업을 들었다”며 “이렇게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유용한 내용을 배워두니 든든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인천=서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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