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 날개달린 세상] 동네북 맹금/탐조인·수의사

2022. 11. 28.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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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한 하늘 아래 큰 새 한 마리를 까치 두 마리가 뒤쫓는 모습이 보인다.

쫓기는 새는 전체적으로 누렇고 날개 아래 먹물로 찍은 듯한 검은 무늬가 보인다.

날개에 말똥처럼 동글동글한 무늬가 있어서 말똥가리라 이름 붙었다는 겨울철새다.

그런데 까치야 워낙 겁없이 아무 맹금에게나 덤비는 녀석이라 그렇다고 쳐도 겨우 까치만 한 맹금인 황조롱이조차 말똥가리에게 발길질을 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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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12. 경기 고양시 개천 위의 전선에서 쉬는 말똥가리.

청명한 하늘 아래 큰 새 한 마리를 까치 두 마리가 뒤쫓는 모습이 보인다. 쫓기는 새는 전체적으로 누렇고 날개 아래 먹물로 찍은 듯한 검은 무늬가 보인다. 날개에 말똥처럼 동글동글한 무늬가 있어서 말똥가리라 이름 붙었다는 겨울철새다. 집에 와서 도감을 찾아보니 거기에도 까치 두 마리에게 쫓기는 말똥가리 사진이 나온다. 도감에도 나왔지만 그 후에도 까치에게 쫓기는 말똥가리는 아주 흔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동네에는 말똥가리와 황조롱이가 모두 사는데, 말똥가리가 보일 때는 황조롱이가 보이지 않았다. 말똥가리는 꿩 같은 새도 잡아먹고, 황조롱이는 사마귀 같은 벌레도 잡아먹긴 하지만 둘 다 들판에서 들쥐를 많이 잡아먹는 공통점이 있어 서로 먹이 경쟁을 할 것 같다. 그런데 말똥가리가 나타나면 황조롱이가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얼마 전 아는 분이 올린 사진에 황조롱이가 공중에서 발로 말똥가리의 머리를 때리는 장면이 포착돼 있었다. 역시나 비슷한 영역에서 비슷한 먹이를 먹으니 서로 먹이 경쟁을 하게 되나 보다.

그런데 까치야 워낙 겁없이 아무 맹금에게나 덤비는 녀석이라 그렇다고 쳐도 겨우 까치만 한 맹금인 황조롱이조차 말똥가리에게 발길질을 할 줄은 몰랐다. 황조롱이에게 차이는 말똥가리의 모습을 보니 ‘너도 먹고살기 힘들구나’ 싶어 짠한 마음이 들었다.

동네에서 까치에게 쫓겨난 말똥가리가 어디 갔나 했더니 마을과 좀 떨어진 개천 위 전선줄에 앉아 쉬고 있었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고 앉아 있는 말똥가리가 편안해 보였다.

말똥가리는 나무나 전선 위에 앉아 있다가 먹잇감이 지나가면 덮치기도 하고 들판 위를 날면서 먹잇감이 있는지 살피기도 한다. 한자리에서 날개를 빠르게 퍼덕이는 정지비행은 황조롱이처럼 작은 맹금만 가능한 줄 알았는데, 중형 맹금에 속하는 말똥가리도 그렇게 하는 걸 봤다. 황조롱이보다 분당 날갯짓 횟수는 적었지만 정지비행이 가능한 게 신기했다.

오래전에는 말똥처럼 흔해서 말똥가리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지만, 말똥가리는 10년 전까지 멸종위기 종이었다. 지금은 개체수가 많이 늘었다고는 하는데, 올해는 유난히 말똥가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 들판과 농경지가 많이 줄어들어 가뜩이나 동네북인 말똥가리가 먹고살기가 더 힘들어졌기 때문이 아닐까. 말똥가리 하나 품지 못하는 세상은 너무 삭막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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