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 야당 사이 낀 주호영… ‘조율사’로 활로 찾나

조의준 기자 입력 2022. 11. 28. 03:05 수정 2022. 11. 28.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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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인사이드] 여권 “제갈공명도 與원내대표 못해”
/일러스트=박상훈

지난 25일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찬에서 윤 대통령은 “고생이 많았다”며 주호영 원내대표와 포옹을 했다. 한 참석자는 “이날 만찬의 하이라이트였다”고 했다. 만찬 도중 일부 참석자는 대통령 앞에서 “주 원내대표가 오석준 대법관 표결 통과시키느라 야당 설득에 정말 고생 많았다”고 주 원내대표를 ‘띄워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사법고시 선배인 주 원내대표를 “선배님”이라고 부르며 깍듯하게 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포옹’으로 일단 힘을 실어줬지만, 주 원내대표의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만은 않았을 것이란 말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주 원내대표는 최근 각종 사안에서 용산과 강성 친윤계, 그리고 거대 야당 사이에 끼여 당내 운신의 폭이 좁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한 중진 의원은 “지금 상황이면 제갈공명도 여당 원내대표 하면 욕먹을 것”이라며 “친윤계는 ‘대통령의 뜻’을 앞세우며 움직일 틈을 주지 않고, 거대 야당은 설득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권 내에서 ‘주호영 딜레마’란 말이 나올 정도다. 이 때문에 차기 원내대표 자리를 노리던 중진 의원들도 최근엔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것이 이태원 참사와 관련, 여당 입장이 주 원내대표의 주도로 ‘수사 발표 후 국정조사’에서 ‘예산 처리 후 국정조사’로 선회할 때였다. 입장 정리를 위해 지난 23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친윤계 의원들은 항의하듯 대거 불참했다. 대통령실이 국정조사에 부정적이었기 때문이다. 본회의 표결에서도 ‘친윤 핵심’으로 꼽히는 장제원, 윤한홍, 이용 의원 등이 반대표를 던졌다. 국정조사를 처리한 본회의 의결 당일 국회를 찾은 이진복 정무수석은 “합의 내용을 잘 몰랐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반면 주 원내대표 측은 협상 진척 상황을 대통령실로 계속 알렸다고 한다. 또 내년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하는 여당 원내대표 입장에선 국정조사 문제로 거대 야당과 강 대 강 대치만 계속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한 의원은 “어차피 수사 결과가 예산안이 통과될 때쯤 나올 수밖에 없다”며 “오히려 이번 합의로 주 원내대표가 야당으로부터 ‘예산 통과’라는 약속을 받아낸 셈”이라고 했다. 여기에 158명이 사망한 참사를 두고 국정조사를 끝까지 피할 수 없다는 현실론도 컸다.

이른바 강성 친윤 그룹이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주 원내대표에겐 부담이다. 이달 초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도중 운영위원장인 주 원내대표가 ‘필담 논란’을 일으킨 김은혜 홍보수석과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을 국감장에서 퇴장시키자, 당시 장제원 의원은 “의원들 사이에서 부글부글한다”고 했다. 이용 의원도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윤석열 정부 뒷받침도 못 하나”라고 했다. 그러나 당시 퇴장 조치는 국감장 분위기가 험악해지자 김은혜 수석 등이 먼저 요청한 것이었다. 장 의원은 당시 주 원내대표의 해명 전화도 받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주 원내대표는 요즘 주변에 많이 하는 말이 “우짜노. 우야할까”라고 한다. 자기 생각은 있지만 이를 받쳐줄 세력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25일 대통령실 만찬으로 당내 불협화음은 일단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예산안 처리와 국정조사 정국이 본격화되고, 민주당이 이상민 행안부 장관 파면 요구를 들고나오면서 여권의 ‘단일 대오’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당 내부가 안정되면 바른정당, 미래통합당, 국민의힘을 거치며 원내대표만 3번 한 ‘협상가 주호영’의 진가가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원내대표를 3번 한다는 것은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란 뜻”이라고 했다. 이와 함께 주 원내대표는 당내 ‘기강 잡기’에도 나섰다. 원내지도부는 오석준 대법관 임명 동의안 표결에 불참한 여당 의원 3명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 관계자는 “상(喪)을 당한 의원들도 참석했는데, 이들 3명은 사전 보고도 없이 불참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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