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비서관 월급 등 국회예산 수백억 증액만 ‘협치’
여야가 7000억원이 넘는 내년도 국회 운영 예산에 대해 합의로 증액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7일 나타났다. 여야는 윤석열 정부 정책 예산과 ‘이재명 예산’ 등을 놓고 이전투구식 전쟁을 벌이고 있지만, 자신들을 위한 살림·출장·홍보 예산을 늘리는 데는 한마음이라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국회 예산 6998억원을 내년에 7167억원으로 약 168억원 늘리는 내용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예산안은 정부가 국회사무처 등과 협의해 작성한 것이지만, 여야는 국회운영위원회의 예산안 예비 심사와 예결위의 종합 심사에서 수백억원대의 추가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여야가 가장 큰 폭으로 올리려는 예산은 각 국회의원에게 딸린 보좌관·선임비서관·비서관·인턴 등 보좌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예산이다. 여야는 6급 이하 비서관에 대해 보수 지급의 기준이 되는 ‘호봉’을 일괄적으로 3단계씩 올려주기로 합의하고, 관련 예산을 42억7200만원 증액하기로 했다. “비서관의 정책 전문성을 향상하고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사유를 들었다. 또 의원 차량 운전 업무를 겸하는 보좌직원에게 주는 수당을 월 5만원에서 20만원으로 올리는 데 5억4000만원, 행정서무 업무를 담당하는 보좌직원을 위한 수당을 월 5만원 신설하는 데 1억8000만원을 쓰기로 했다.
의원들의 해외 출장 관련 예산인 ‘의원 외교 활동’ 예산은 정부 원안에서부터 올해 대비 27억3200만원이 증액돼 올라왔다. 올해에는 95억1700만원이었으나, 내년에는 122억4900만원을 쓰겠다는 것이다. 특히 외국 국회의원들을 한국으로 초청하는 행사 예산이 20억원 이상 증액됐다. “국제 정세의 불확실성·복잡성 강화로 의회 외교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 ‘위드 코로나’ 속에서 점진적으로 외교 활동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여기에 여야 합의로 ‘한중의원연맹’을 신설하기 위한 예산 6억5800만원 등이 덧붙여졌다.
의원 홍보용 예산도 여럿 더해졌다. 먼저 국회 본회의와 상임위원회·특별위원회 등의 공식 회의가 아니라, 의원들이 국회의원회관에서 개별적으로 여는 토론회·세미나 등의 행사를 생중계하고 영상을 온라인에 업로드해 주는 사업을 위한 예산으로 51억원이 추가됐다. 각 상임위의 소위원회 회의는 공식 회의임에도 생중계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하는 행사의 생중계가 우선 추진되는 것이다. ‘유튜브 등 뉴미디어를 통한 의정활동 안내’ 예산도 6억원 추가됐다.
국회 업무 환경 개선을 위한 예산들도 늘어났다. 먼저 국회에 3곳 있는 어린이집의 보육교사를 9명 늘리기 위해 3억6000만원이 증액됐다. 서울시가 일부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교사 대 아동 비율을 줄이는 시범 사업을 하고 있는데, 국회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은 이 정도는 돼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서울의 일반적인 국·공립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 비율은 이보다 높다. 국회 버스 교체에 8억원, 국회 본관 식당 환경 개선에 5억원이 추가됐다.
지난 16일 국회운영위 예산소위의 국회 예산 예비 심사에서는 국회 각 회의실 의자를 새것으로 교체하는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됐다. 한 여당 의원이 “지금 앉은 자리 의자들이 허리에 너무 안 좋다”며 즉석에서 의자 교체를 위한 증액을 신청했고, 국회사무처가 “1개당 10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며 난색을 표하자 “(다른 상임위 의자는 두고) 국회운영위 의자만이라도 바꾸면 안 되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의원들 사이에선 “국회 의자는 국회의 권위를 생각해 고급으로 만들어 비싸다” “국회 의자가 굳이 ‘앤티크’한 양식으로만 있어야 하느냐” 등의 이야기가 오갔다. 결국 국회사무처가 “국회 의자가 인체공학적으로 적절한지 내밀하게 검토”하도록 하고, 후년에 의자 교체를 추진하자는 결론이 내려졌다.
반면 639조원 규모의 정부 예산안 심사는 여야의 극심한 대결로 지연되고 있다. 국회 예결위 예산소위원회는 당초 이번 주 초까지 감액·증액 심사와 비공개 협의를 모두 마치고 오는 30일에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수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예산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대대적인 삭감 시도로 여야는 첫 단계인 감액 심사조차 끝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법정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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