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자축포’ 사비리, 벨기에 꺾은 모로코 반란의 주역
사우디 아르헨 제압, 일본 독일전 승리, 한국 우루과이와 무승부. 조별리그 2차전이 진행 중인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이변이 또 나왔다.
FIFA 랭킹 22위 모로코는 27일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FIFA 2위 벨기에를 2-0으로 물리쳤다. 모로코는 1승 1무, 승점 4를 기록했고 벨기에는 승점 3(1승 1패)으로 제자리걸음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3위 벨기에는 견고한 수비와 빠르고 날카로운 공격으로 무장한 모로코에 후반에만 두 골을 내주고 무너졌다. 모로코는 1998년 프랑스월드컵 조별리그 3차전에서 스코틀랜드를 3-0으로 제압한 이래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2무 2패만을 기록하다가 24년 만에 귀중한 승리를 추가했다. 동시에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벨기에에 0-1로 패한 빚을 28년 만에 갚았다.
벨기에는 0-1로 끌려가던 후반전 종료 9분 전 햄스트링 통증으로 벤치를 지킨 스트라이커 로멜루 루카쿠(29·인터밀란)를 투입해 총력전으로 맞섰지만, 도리어 후반 추가 시간에 쐐기 골을 얻어맞고 완패했다.
소득 없는 공방전이 이어지던 후반 28분 압둘하미드 사비리(26·삼프도리아)가 0의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벨기에 골문 오른쪽 사각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을 낮고 빠르게 오른발로 감아 찼고, 사비리의 발끝을 떠난 공은 공격수와 수비수를 맞지 않고 그대로 골라인을 통과했다. 승기를 잡은 모로코는 후반 47분 페널티 박스 왼쪽으로 재빠르게 파고든 지야시의 면도날 패스를 받은 자카리야 아부할랄의 쐐기포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선취골을 넣은 사비리는 11월 28일이다. 이 골은 ‘생일 자축포’인 셈이다. 모로코 태생 사비리는 3세 때 독일로 건너온 이민자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거주한 그는 가족 생계를 책임지는 게 축구에 매진한 동기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비리는 20대 중반 나이에 독일 2부리그 뉘른베르크, 파더보른, 허더즈필드(잉글랜드), 아스콜리(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 클럽을 경험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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