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상·수상한 메일…바이든 아들 '노트북' 2년만에 폭탄터지나 [박현영의 워싱턴 살롱]

박현영 2022. 11. 2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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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내부고발자 통해 증거 확보”
수리 맡긴 노트북에 e메일 12만 통
조사받는 바이든, 수사받는 트럼프
결과 따라 2024년 대선 영향 전망
박현영 워싱턴특파원

"조 바이든이 ‘빅 가이(big guy)’입니다. 이런 증거는 바이든 대통령이 국가 안보에 대한 위험인지, 또 그가 외국 정부에 굴복했는지에 대한 걱정스러운 의문을 제기합니다."

미국 공화당이 하원 선거에서 과반 의석인 218석을 확보해 다수당을 확정한 다음 날인 지난 18일(현지시간). 의회 의사당에서는 공화당 제임스 커머 의원과 짐 조던 의원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각각 차기 하원 감독·개혁(Oversight and Reform)위원회 위원장과 법사위원장으로 유력하게 꼽히는 인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질 바이든 여사, 차남 헌터 바이든이 25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에서 추수감사절 휴가를 즐기고 있다. AFP=연합뉴스

내년 1월 의회가 출범하면 두 의원은 조 바이든(80) 대통령과 차남 헌터(52)의 부정부패 혐의를 조사하려 하고 있다. 공화당이 바이든 대통령을 정조준하면서 바이든 일가에 대한 조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와 함께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핵심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커머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터가 아버지의 영향력을 이용해 경제적 이득을 얻었고, 바이든 역시 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금전적 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다수의 내부 고발자로부터 헌터가 외국 정부 및 기업과 벌인 '수상한 비즈니스 거래'에 바이든이 관여했다는 진술과 증거를 얻었다는 주장이다. 바이든 일가가 국민을 속이고, 탈세와 돈세탁 등 위법을 저지른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말했다.

커머 의원은 "대통령이 가족을 부유하게 하는 데 참여하는 것은 한마디로 최고 권력의 남용"이라고 비난했다. 또 이번 조사는 "헌터 바이든이 나쁜 행위자임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조 바이든에 관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이 헌터 바이든의 사업 거래에 직접 관여했고, 외국 정부와 타협했는지를 조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 하원 차기 감독개혁위원장으로 유력한 공화당 소속 제임스 커머 하원의원(왼쪽에서 넷째)이 지난 17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차기 법사위원장이 유력한 공화당 짐 조던 하원의원(오른쪽)이 지켜보고 있다. EPA=연합뉴스


헌터가 중국·우크라이나·러시아 등 해외정부 및 국영기업과 사업을 하면서 부통령인 아버지의 지위를 이용했고, 바이든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는 공화당의 주장은 2020년 대선 기간에도 나왔다. 당시 바이든 후보는 헌터의 거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며, 아들들과 분리된 생활을 했다고 반박했다. 러시아가 퍼뜨리는 허위 정보 작전이라는 민주당 측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 논란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공화당 주장이 하원 조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게 된 것은 단지 공화당이 하원 다수당이 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커머 의원이 "조 바이든이 헌터의 수상한 사업 거래에 대해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충분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한 배경에는 ‘헌터의 노트북PC가 있다. 미국 정계 개편의 뇌관이 될 수도 있는 헌터의 노트북은 2020년 대선 3주 전 보수 성향 매체인 뉴욕포스트가 e메일 내용을 특종 보도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델라웨어주의 한 전자기기 수리점 주인인 존 폴 맥 아이작에 따르면 헌터 바이든이라고 밝힌 사람이 2019년 4월 물을 쏟은 맥북 프로 노트북 수리를 맡겼다. 시간이 지나도 수리 의뢰인이 노트북을 찾으러 오지 않았다고 한다. 맥 아이작은 수리를 위해 하드 드라이브에서 파일을 옮기다가 범죄와 해외 비즈니스 거래, 돈세탁 등으로 보이는 내용이 등장하자 당국에 알렸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노트북을 압수했다. e메일만 12만9000개였다. 하드 복사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를 통해 뉴욕포스트에 건네졌다.

뉴욕포스트는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기업 부리스마 이사회 고문에게 바이든 당시 부통령과 만날 "기회"를 제공했다고 주장하는 e메일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또 헌터가 2017년 5월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 CEFC와 관련된 합작 회사 설립을 위해 투자자들과 협상하면서 지분의 10%를 바이든 몫으로 떼어놓는 방안을 논의한 e메일이 있다고 전했다. 예비 투자자 중 한 명이 쓰고 헌터가 참조인으로 된 e메일에 “빅 가이를 위해 H가 10을 보유?”라고 적혀 있었다는 것이다. 빅 가이는 바이든을, H는 헌터를 지칭한다는 주장이다. 헌터는 "회장님"인 아버지가 "강하게 거절"했다고 회신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5일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고 있는 매사추세츠주에서 차남 헌터와 함께 군중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진영에서는 헌터의 노트북이 대선 직전 큰 이슈로 번지기를 기대했지만, 이 사건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뉴욕포스트 기사 공유를 막는 조치를 시행한 이유가 컸다. 트위터는 알고리즘이 해당 기사를 강조하지 않도록 조정했고, 결국 기사 링크 게시를 금지했다. 페이스북도 "콘텐트가 허위라는 신호가 있으면 제삼자가 팩트체크를 할 때까지 일시적으로 유통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노트북 안에서 성관계로 보이는 동영상들이 발견되는 등 자극적인 요소들이 사안에 진지하게 접근하는 것을 방해한 측면도 있다.

또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 CNN 등 주류 언론은 노트북의 실제 주인과 출처, e메일 등의 진위를 알 수 없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파고들지 않았다. 메이저 언론의 본격적인 보도는 대선이 끝난 뒤 나왔다. CBS 뉴스는 최근 포렌식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한 결과 "사용자 데이터가 수정, 조작 또는 변조됐다는 증거가 없었다"며 "이 데이터는 헌터 바이든에 의해 만들어졌고 바이든이 통제하는 컴퓨터에서 나왔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의회 공화당의 최우선 과제는 오랜 음모론으로 가득 찬 정치적 동기의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아프가니스탄 철군, 남부 국경 통제 등 하원이 추진하는 다른 조사에는 협조하겠지만, 헌터 조사는 그렇지 않겠다는 입장이라고 WP가 최근 보도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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