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럴줄 알았다”...우후죽순 ESG펀드 반년새 1조 빠져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내세운 펀드가 저조한 수익률을 이어가면서 최근 6개월간 관련 펀드에서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갔다. 코로나19를 거치며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ESG는 다양한 펀드가 출시되면서 투자 분야로도 발을 넓혔지만 약세장 속에서 큰 힘을 내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국내 ESG 펀드의 대다수가 단순히 시가총액이 높은 대기업 위주의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보니 기존 펀드와 큰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ESG(주식·채권) 펀드에서 최근 6개월 사이 설정액이 6026억원이나 줄었다. ESG펀드와 마찬가지로 도덕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업을 투자 대상으로 하는 SRI펀드에서도 같은 기간 6221억원이 빠져나갔다. ESG관련 펀드에서 최근 6개월 사이 1조원이 넘는 자금이 빠져나간 셈이다. 이런 자금 유출은 수익률과도 관련이 있다. 최근 6개월 ESG 주식 펀드의 수익률은 -8.76%, ESG 채권 펀드는 -1.15%, SRI펀드는 -5.06%에 머물렀다.
ESG를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표적인 ESG ETF로 꼽히는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ETF’의 경우 6개월간 순자산총액이 2742억원에서 현재 2258억원으로, ‘KODEX200 ESG ETF’는 842억원에서 733억원으로 감소했다. 수익률 역시 각각 -11.5%, -9.2%에 머물렀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7%)을 밑도는 성과다. 그 외에 ESG를 테마로 한 ETF 상품의 수익률은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연한 결과라는 반응이 나온다. ESG라는 이름의 펀드 대다수가 시가총액이 큰 우량기업을 중심으로 담고 있다 보니 코스피 지수의 변동 폭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ESG펀드(주식형) 중 설정액이 많은 ‘NH-Amundi100년기업그린코리아증권투자신탁’과 ‘마이다스책임투자증권투자신탁(주식)’ 등은 모두 삼성전자를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하이닉스 등 주로 시가총액이 높은 기업들에 투자한다. ETF 역시 일부 시가총액을 추종하지 않는 상품도 있지만 대다수가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 위주의 포트폴리오로 짜여 있다.
결국 코스피 하락장과 함께 수익률이 저조해지면서 설정액이 대거 줄어들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설정액이 10억원 이상이고 ETF 등을 제외한 SRI펀드 77개 중 6개월 사이 설정액이 줄어든 펀드는 43개로 56%에 달한다. ESG 펀드도 57개 중 34개의 펀드 설정액이 6개월 새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은행금리 인상을 비롯해 ETF 등 투자할 수 있는 분야가 확대되다 보니 굳이 ESG 펀드에 돈을 넣을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화두가 됐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역량 역시 큰 기업들이 갖고 있는 만큼 많은 ESG 펀드가 대기업에 의존하는 현상이 나왔다고 이야기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거치며 ESG에 관한 관심은 상당히 높아졌는데 단기간 내에 ESG를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들고, 이에 따라 ESG 우수기업을 찾아내기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ESG펀드 기준과 관련된 지적은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22일(현지 시각)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ESG 관련 정책과 절차를 따르지 않고 ESG 상품을 운용한 골드만삭스 자산운용에 대해 400만달러(약 5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앞서 SEC는 금융기업들이 실제 ESG에 부합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으면서도 관련 상품을 홍보하는 ‘그린 워싱(Green Washing)’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ESG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된 만큼 관련 분야에 투자하는 상품도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라며 “아직 대기업 위주의 상품이 많은 만큼 투자할 때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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