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적인 기후위기 해법, 시야 넓히면 보입니다” [차 한잔 나누며]

김승환 2022. 11. 27.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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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삼바 티오이 UNFCCC GIH 총괄책임
“기술·목표·수요 서로 긴밀히 연결
도시 재설계 차량 이동 줄이는 등
공간 매개 에너지 수요감소 주력
고양시와 협업… 탄소배출량 추적
다양한 감축수단 발굴해 나갈 것”
“‘낮은 수준의 기술-야심없는 목표-저조한 기술 수요’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깨는 겁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글로벌이노베이션허브(GIH) 총괄책임자 마삼바 티오이(사진)는 제27차 UNFCCC 당사국총회(COP27)가 한창이던 지난 16일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GIH의 최우선 목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해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서 결의가 이뤄져 출범한 GIH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혁신을 촉진하는 걸 목표로 한 조직이다. 티오이는 UNFCCC에서 감축방법론 개발·평가 업무를 13년간 담당해왔고 현재 GIH를 이끌고 있다.

흔히 혁신이라고 하면 ‘기술’에 한정된 개념으로 여기게 마련이다. 그러나 GIH가 촉진하고자 하는 혁신은 기술뿐 아니라 ‘목표’와 ‘수요’까지 고려한다. 이 세 가지는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탄소배출량 감축 문제를 한 번 봅시다. 관련 기술이 현 수준에 계속 머무르면 감축 수단이 정체하는 것이고, 우리는 더 야심 찬 감축 목표를 상상할 수 없을 겁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목표가 높아지지 않으면 자연스레 더 나은 기술을 찾고자 하는 수요도 그만큼 올라가지 않게 됩니다. 결국 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니 기술 발전이 더뎌지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티오이는 “혁신이 기술-목표-수요로 이어지는 이 고리를 선순환하도록 만들 수 있다”고 했다. GIH는 COP27이 진행되는 동안 도시·재정·디지털 전환 등 다양한 분야의 기후 기술·수단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이 또한 여러 혁신 사례를 공유해 기술·목표를 자극하는 수요를 제고하고자 한 것이란 게 티오이의 설명이었다.

혁신의 필요성은 누구도 부정하기 어려우나 그게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 이는 드물 것이다. 혁신은 기후위기가 아니더라도 빈곤·빈부격차 등 여러 문제에 부닥친 사회나 치열하게 경쟁하는 기업에 줄곧 요구되지만, 실제 혁신의 사례라 불리는 걸 보면 그 양태나 계기가 가지각색이다. 티오이 또한 혁신의 정의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진 않았다. 다만 그는 혁신의 단서로서 ‘시야의 확장’을 제시했다.

“감축에 있어서 수송 부문을 봅시다. 우리는 보통 더 효율적인 전기차 개발·보급을 대안으로 떠올릴 겁니다. 혁신은 거기서 더 나아가야 할 텐데, 시야를 넓혀보는 겁니다. 전기차가 오가는 공간으로서의 도시가 실마리가 될 수 있습니다. 도시를 새로 설계해 학교나 직장을 오가는 거리를 줄여 차량 이용 자체를 줄이는 겁니다. 이건 단순히 기술 기반 접근이 아닙니다. 수송이 이뤄지는 공간, 즉 도시로 관점을 옮긴 뒤에는 이전의 정책이나 재정 운영, 비즈니스 모델에서 벗어난 감축 수단을 찾아낼 수 있는 겁니다.”

티오이는 공간을 매개로 삼는 혁신을 국제사회에 확대하는 데 현재 공을 들이고 있다고 했다. 당장 내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는 COP28에서 잦아지는 폭염으로 급증하는 냉방 수요를 이런 시각으로 해결하는 이니셔티브(계획)를 출범시키는 게 목표다. 그는 “이제 냉방은 값비싼 에어컨을 살 수 있는 부자만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수단이 됐다”며 “에너지 수요 완화 차원에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나무 식재 같은 방안을 도시 설계 차원에서 모색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GIH는 현재 경기 고양시와도 새로운 탄소배출량 추적 시스템 개발을 위한 협업을 진행하는 중이다. 통상 한 도시의 배출량을 계산한다고 하면 그 행정구역 내 배출량을 집계하지만, GIH와 고양시가 현재 협업하고 있는 시스템은 고양시민의 소비에 따른 배출량을 따져보고 있다는 게 티오이의 설명이었다.
“고양시민의 소비를 블록체인 기반으로 역추적해서 배출량을 계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얻은 정보는 보다 엄격하게 배출량을 계산하는 동시에 더 다양한 감축 수단을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도 이 작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우리는 일단 내년 COP28까지 결과물을 내놓는 게 목표입니다.”

티오이는 한국이 기후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디지털 기술’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디지털 기술은 우리 사회의 탈탄소 전환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입니다. 동시에 그 자체로도 녹색 전환을 이룩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ICT(정보통신기술) 산업 자체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환을 완수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디지털 기술이 상당히 앞선 한국은 결국 강력한 수단을 이용하는 동시에 매우 중요한 과제까지 풀어야 하는 겁니다.”

샤름엘셰이크(이집트)=김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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