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람·사회 잇는 사랑방…폐지 논란 더는 없었으면”

김송이 기자 2022. 11. 27. 21: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포구립 작은도서관을 지키는 사람들’의 소망
‘마포구립 작은도서관을 지키는 사람들’ 공동대표단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해오름작은도서관에서 그림책을 추천하고 있다.
“육아 도움받는 ‘제2의 집’ 역할…다른 복지·출산장려정책보다 좋아”
9곳 ‘위탁 종료’ 통보에 모임 결성… 구청 “사실 아냐…학습공간 늘려”

“걸어서 도보 10분 내 있는 사랑방.”

‘마포구립 작은도서관을 지키는 사람들’의 4인 공동대표 중 한 명인 홍윤경씨(51)는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해오름작은도서관에서 기자를 만나 작은도서관을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이곳에서 지역주민을 만나 친구가 되어 연결되고, 시민으로서 기본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아직도 더 많은 작은도서관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작은도서관은 일반 공공도서관보다 작은 규모의 도서관이다. 약 10평 이상 규모에 1000권 이상의 장서, 6석 이상의 열람석이 기준이다. 규모가 작은 대신 접근성이 좋다는 게 장점이다. ‘집에서 걸어서 갈 만큼’ 주민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동네와 이용자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

마포복지관 2층에 있는 해오름작은도서관의 경우 건물 내 노인복지관이나 뇌병변 장애인센터 이용 주민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휠체어 이용자가 먼 거리의 공공도서관을 이용하기는 어렵지만 바로 옆에 있는 작은도서관은 비교적 편하게 방문할 수 있다. 홍씨도 ‘이야기가 소록소록’이란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들에게 <인어공주> 등 전래동화를 읽어주는 활동을 해왔다.

홍씨는 최근 마포구의 구립 작은도서관이 폐관 또는 축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주민 200여명과 ‘마포구립 작은도서관을 지키는 사람들’ 모임을 꾸렸다. 홍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작은도서관 고유의 기능이 축소되어선 안 된다고 말한다. 이들이 느끼는 작은도서관의 소중함은 무엇일까.

공동대표인 조혜연씨(41)는 3년 전 임신하고 마포구로 이사를 온 뒤 작은도서관을 이용하기 시작했다. 조씨는 “출산 후 눈치 안 보고 걸어서 아이와 그림책을 빌릴 수 있는 작은도서관에 오기 시작했다”며 “관장님이 먼저 아이가 좋아하는 자동차 그림책을 추천해주신 덕에 지금도 아이가 책 읽는 것을 친숙하게 여긴다”고 했다. 그는 “다른 복지 정책, 출산장려 정책보다 작은도서관이 가장 많이 도움됐다”고 했다.

공동대표이자 작은도서관 봉사자인 박영주씨(41)에게 작은도서관은 ‘제2의 집’이다. 2012년 도서관 개관 당시 5세이던 딸이 유치원에 가면 박씨는 도서관에서 개인 공부를 했고, 딸이 유치원에서 하원하면 함께 와 그림책을 읽었다. 7년간 대출·반납 봉사를 이어온 박씨는 “육아를 하다보면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가 육아정보로 한정되는데, 여기 오면 어르신들도 오며 가며 ‘이 책 재밌었다’ ‘이건 글자가 많더라’ 하시며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게 좋았다”고 했다.

주민들은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성취감을 느끼기도 한다. 공동대표인 고하연씨(41)는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는 ‘이야기방’ 프로그램에서 활동했다. “다른 사람에게 책을 읽어주게 되면서 나도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꼈다”는 고씨는 다음달에 있는 그림책 <튤립호텔> 낭독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마포구립 작은도서관에서 몸소 책, 사람, 사회와 연결되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런 이들이기에 구립 작은도서관 9곳 중 한 곳이 폐관될 것이란 소식에 의아함이 컸다. 조씨는 “책도 더 늘려주고, 토요일에도 열어달라는 얘기를 했는데 왜 폐관을 할까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작은도서관 한 곳을 위탁운영하고 있던 마포문화원이 내년도 위탁을 포기했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도서관이 폐관되는 것 아닌지 걱정하기 시작했다. 구청이 나머지 도서관을 위탁하던 업체들을 대상으로도 위탁 종료를 통보한 지난 4일, 주민들의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이후 구청에서 “도서관 폐관은 사실이 아니고, 동문고로 전환하거나 스터디카페 기능을 추가할 것”이란 보도자료를 냈지만 홍씨를 비롯한 주민들은 무엇이 사실인지 알 수 없었다. 구청과 직접 소통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공동대표단은 지난 18일 구청과의 간담회에서 “도서관 폐관은 없음”을 확인받았다. 다만 작은도서관 최대 3곳은 야간 시간대에 ‘학습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란 점도 통보받았다.

공동대표단은 이번 논란이 작은도서관이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고씨는 “작은도서관이 어떤 기능을 하는 곳인지 더 많은 사람이 알고, 이걸 지켜낸 사람들의 연대를 기반으로 작은도서관이 더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표단은 작은도서관 운영 방향은 주민들 의사를 반영해 결정해야 한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구청에 전달할 방침이다.

글·사진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