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K] ‘과태료의 덫’이 된 엉터리 전용차로

문예슬 2022. 11. 27.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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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에서 버스전용차로를 위반한 차량들이 가장 많이 걸리는 장소가 있습니다.

7분에 한 대꼴로 적발됩니다.

과태료 5만 원을 물죠.

그런데 운전자 잘못이라고만 얘기하기에는, 도로가 좀 이상하게 돼 있습니다.

저희 취재진이 뭐가 문제인지를 현장에서 확인했습니다.

문예슬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서울 잠실의 왕복 12차선 도로.

놀이공원과 백화점 등이 인접해 늘 차량 통행량이 많습니다.

이곳에, 운전자들 사이에서 '과태료 덫'이라 불리는 곳이 있다고 해서 현장을 확인해보겠습니다.

사거리를 앞두고 차들이 진로 방향을 결정하는 길목.

[네비게이션 음성 : "300미터 앞, 우회전입니다."]

우회전할 차들은 오른쪽 끝 차로로 들어가야 하고, 네비게이션도 그렇게 안내합니다.

차선도, 진입이 가능한 '점선'입니다.

그런데, 진입하자마자 불쑥 '실선'으로 바뀌더니, 기다렸다는 듯, 그 자리에 단속카메라가 등장합니다.

왼쪽에 경계석이 있어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

차는 그렇게 '버스전용차로'에 갇히고 꼼짝없이 '위반차량'이 되고 맙니다.

30분 동안 지켜봤는데 그 사이 일반 차량 9대가 이 버스전용차로로 진입했습니다.

하루 평균 124대의 차량이 이 지점에서 적발되고 있습니다.

7분에 한 대꼴.

과태료는 5만 원입니다.

일반 차량이 진입할 수 없는 실선 구간과, 진입을 허용하는 점선이 뒤섞여 있다 보니, 진로를 따라 무심코 진입했던 차들이 단속에 걸려드는 구조입니다.

단속 지점을 코앞에 두고 굳이 왜 점선을 그려놓았냐는 질문에 서울시 측은 이렇게 답했습니다.

[서울시 관계자/음성변조 : "(그 구간에) 외부 주차장도, 롯데 마트 주차장도 있더라고요. 택시 차량들이나 주차장에서 못 빠져 나간 차량들이 나가라고…."]

첫 번째 점선에 속지 않고 두 번째 점선에서 진입한다 해도 또 다른 문제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사거리 직전 구간에서 끝 차로가 2개로 쪼개지기 때문에, 우회전하려면 어쩔 수 없이 2개 차로를 한 번에 넘어야 합니다.

1개 차선당 30m 여유를 둬야 하는 진로변경 규칙을 어기거나, 미리 버스전용차로를 침범하거나, 우회전 차량들은 둘 중 하나를 위반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구간은, 서울 시내 버스전용차로 단속 건수 '최다' 구역으로 꼽히는데, 함께 1, 2위를 다투는 노원구의 한 도로를 가봤더니, 거기도 똑같은 문제를 갖고 있었습니다.

[채경창/택시 기사 : "빈 자리 타고 오다보면 이까지 오는거야. 그때 가서 이리 보니까 저기 카메라가 있네. 어쩔거야. 그럼 뭐 땅으로 꺼져? 가야지." ]

[이효/인천 서구 : "네비에서는 당연히 우회전 하라고 나오니까 당연히 끝에 붙어야 하는데, 어 이거 아니네? 하면서 갑자기 들어갔다가…."]

이 2곳에서 최근 2년 8개월 사이 8만 5천 대가 단속에 걸렸습니다.

과태료만 42억 원….

당사자들은 "덫에 걸려든 기분"이라고 말합니다.

서울시는 뒤늦게 이들 도로의 구조적 문제에 대한 개선 방안을 찾기로 했습니다.

현장K, 문예슬입니다.

촬영기자:서다은 안민식/영상편집:이진이/그래픽:이경민 고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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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슬 기자 (moonste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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