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수확 포기”…풍년의 역설
[KBS 청주] [앵커]
올해 감나무에는 어느 해보다 감이 풍성하게 달렸지만 농민은 씁쓸하기만 합니다.
생산량 증가가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면서 수확을 포기하는 농가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또, 일손 부족으로 곶감 만드는데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보도에 이만영 기자입니다.
[리포트]
충북 영동군의 한 과수원입니다.
감나무에는 주황색 전구를 켜놓은 듯 탐스러운 감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예년 이맘때면 수확이 모두 끝났어야 하지만 농가에서 수확을 포기한 것입니다.
[임재동/감 재배 농민 : "하나 더 따면 하나 손해 보는 거예요. 뭔가 수지타산이 안 맞는 거예요. 그래서 방치해 둘 수밖에 없는 거예요."]
올해 1등급 기준 감 20kg 경매가는 3~4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40%가량 떨어졌습니다.
감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6.2%가량 늘었기 때문입니다.
한 해 농사 비용을 따지면 오히려 수확을 포기하는 것이 손해를 줄이는 방법입니다.
[김동운/감 재배 농민 : "인건비라든가 높은 가격에 수확을 해도 자기가 곶감을 만들지 않는 이상은 경매시장에 내놔야 하는데, 가격도 안 나오고..."]
어렵게 수확을 해도 문제입니다.
곶감 만드는 데는 껍질 깎기부터 건조까지 손 갈 데가 많지만 인건비가 크게 오른 데다 일손 구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장시태/감 재배 농민 : "가족, 친지, 아는 분들, 지인들 다 불러서 깎는 수밖에 없는 거예요. 인력이 없다 보니까."]
이상 기후에 병해충까지 겹쳤던 지난해와 달리, 모처럼 찾아온 감 풍작에도 농민들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KBS 뉴스 이만영입니다.
촬영기자:최영준
이만영 기자 (2man0@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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