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단원에 걸맞은 안무 찾기 고심했죠”

이강은 2022. 11. 2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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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엔젤스예술단 배정혜 예술감독·김덕수 명인 인터뷰
창단 60돌 앞두고 2018년 배 감독 초빙
배 “한삼춤 재해석 ‘궁’·검무 ‘화검’ 등
7개 레퍼토리 새롭게 구성… 변화 꾀해”
60돌 공연서 ‘부채춤’ 등 국악 라이브로
김 명인이 연출한 ‘장고놀이’도 무대에
“韓 전통춤 큰 줄기 된 음악 발굴 총력”
“(다른 모든 분야처럼) 예술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하는데 리틀엔젤스예술단의 레퍼토리(작품 목록)는 너무 오래돼 아쉽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신선한 작품들을 만드느라 고심했는데, 중학생 단원에게 맞춘 안무를 짠다는 게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습니다. 나름 ‘천재’ 소리 듣고 자라왔는데 ‘이걸 해내면 천재 맞고 그러지 못하면 천재가 아니다’란 각오로 임했습니다(웃음).”
다음달 2일 리틀엔젤스예술단 창단 60주년 기념공연 무대에 오르는 배정혜 예술감독의 신작 ‘화검’의 한 장면. 리틀엔젤스예술단 제공
창단 60주년을 맞아 다음달 2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기념공연 ‘천사들의 비상’을 무대에 올리는 리틀엔젤스예술단(이하 리틀엔젤스)의 배정혜(78) 예술감독은 4년 전 취임 당시를 회상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다섯 살 때부터 한 번 본 춤은 바로 익혀 출 만큼 ‘천재 무용 소녀’로 불렸고, 열두 살이던 1955년 많은 관객이 몰린 가운데 명동 시공관(현 국립극단 명동예술극장)에서 데뷔했다. 국립국악원 무용단(1986∼1989), 서울시립무용단(1989∼1998), 국립무용단(2000∼2002, 2006∼2011)에서 예술감독과 상임안무가를 두루 맡았고 ‘한국 창작무용계 대모’로 꼽힌다. 리틀엔젤스가 창단 60주년을 앞두고 2018년 초빙했다.
공연 준비에 한창이던 지난 25일, 광진구 리틀엔젤스 건물에서 만난 배 예술감독은 “초등학생 단원은 꼬마들이라 깜찍한 안무를 짜면 되니 그나마 나았지만, 청소년(중학생) 단원은 키가 어른만 한데 어른이 아니고 어린이도 아닌 중간이라 그에 맞는 춤을 만드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설명했다. 중학생 단원의 경우 어린이처럼 깜찍하게 추면 유치해 보이고, 어른 무용수처럼 추면 이질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란 것이다. 리틀엔젤스 단원은 ‘작은반’(옛 ‘꼬마반’)과 ‘큰반’(옛 ‘언니반’)으로 구성되는데 주로 중학생인 큰반 단원들이 고난도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배정혜 예술감독
그렇게 자신과 싸우며 지난 4년간 7개 춤을 창작했고, 이 중 큰반이 추는 ‘궁’, ‘화검’, ‘바라다’와 작은반이 추는 ‘설날아침’을 이번 무대에 올린다. ‘궁’은 궁중무용인 춘앵전 등 기존의 한삼춤(한삼을 휘저으며 우아한 율동으로 활기 있게 추는 춤) 동작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재구성한 작품이다. ‘화검’은 신라시대 여자 화랑인 원화들의 검으로 수련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춤으로 역동적인 군무가 펼쳐진다. ‘바라다’에선 사랑과 평화의 세상이 열리길 염원하는 춤사위를 볼 수 있다. ‘설날아침’은 아이들이 설날에 어른들께 세배인사를 하고 세뱃돈을 받은 뒤 즐겁게 노는 풍속을 표현했다. 모두 현대적 감각을 덧대 생동감이 넘치는 작품이다.
배 예술감독은 “당초 새 레퍼토리로 20개 정도를 구상했는데 어린 학생들이 학업과 공연 준비 등으로 새 춤을 익히기까지 오래 걸린 데다 리틀엔젤스의 재정 여력 등으로 한계가 많아 7개밖에 만들지 못했다”며 “그래도 리틀엔젤스가 60년을 맞아 변화하는 데 도움이 되고 주변에서 성공적이란 평가를 해줘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덕수 명인
60주년 공연에선 그동안 세계인의 찬사를 받아온 ‘부채춤’, ‘시집가는날’, ‘강강수월래’, ‘북춤’, ‘농악’ 등 대표 레퍼토리 9편도 국악 라이브 연주, 다채로운 무대 연출과 어우러져 신명 나는 장면을 선보인다. 특히, 국악 라이브 연주는 1965∼1974년 리틀엔젤스 단원으로 세계를 누볐던 사물놀이 명인 김덕수(70·원광디지털대 석좌교수)가 ‘김덕수 사물놀이패’와 국악창작그룹 ‘앙상블시나위’를 이끌며 리틀엔젤스 초창기 악사들의 연주에 맞춰 무용을 하던 공연 양식을 재연한다. 지금까지 1000명이 넘는 동문을 배출한 리틀엔젤스의 동문회장이기도 한 김 명인은 수십년 동안 명맥이 끊긴 리틀엔젤스 전통음악의 본질을 찾기 위해 2020년 초빙됐다. 연출을 맡은 큰반 단원들의 장고 합주곡 ‘장고놀이’ 무대에도 오른다. 그는 “(리틀엔젤스가) 옛날에 했던,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 전통 춤 역사의 큰 줄기가 되는 음악을 찾으려 애썼다”며 “특히, 연주자 중에는 리틀엔젤스 초창기 악사로 활동했던 당대 국악 명인들의 자제도 포함돼 매우 뜻깊은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 있던 배 예술감독은 “옛 어른(명인)들이 하셨던 음악과 같은 향기를 내는 게 보통 힘든 게 아닌데 김덕수 선생이니까 해낸 거다”라고 거들었다. 마치 친한 남매처럼 죽이 척척 맞는 두 사람은 예술을 위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과 전통예술에 대한 애정의 크기도 비슷했다. “내면의 아름다움, 즉 선한 마음과 사랑이 예술의 근본이에요. 세계 무대 경쟁력이 충분한 우리 전통예술의 가치를 국민들이 인식하고 정부도 찔끔 지원할 게 아니라 충분히 뒷받침해줘야 합니다. 방탄소년단(BTS) 등 한류의 힘도 결국 전통예술 유전자에 기반한 것이니까요.”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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